반도체·글로벌경기 개선 전망...국내 증시 투자도↑
무역적자 감소로 펀더멘털 개선도
IT·AI·이차전지 중소기업 수출 증가 기대

원·달러 환율이 2개월여만에 1300원 선 아래로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이 2개월여만에 1300원 선 아래로 떨어졌다. 

[중소기업투데이 정민구 기자] 원·달러 환율이 2개월여 만에 1300원 선 아래로 떨어졌다.

장중 시가 기준으로 1200원대로 진입한 것은 지난 3월 31일(1296.7원) 이후 두 달 여 만에 처음이다. 반도체 경기 반등·글로벌 경기 개선 전망·무역적자 축소 등 영향과 외국인 국내 증시 투자 증가 추세가 맞물리면서 주식 등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진 것이 배경에 자리잡고 있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9.1원 내린 1299원으로 출발, 1300원대를 밑돌았다. 최근 2주간 원·달러 환율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달 24일 환율을 1317.35원에서 25일 1326.00원, 26일 1324.40원, 30일 1324.90원, 31일 1324.94원 등으로 1326원을 고점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더욱이 이달 들어서는 1일 1321.60원, 2일 1305.75, 5일 1308.40원으로 내림세를 보이다 이날 1299.0원으로 상당폭 하락 출발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 추이 
원달러 환율 추이 

반도체 경기 기지개?

이 같은 환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우리나라 수출의 주력 상품인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찍어 향후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올 하반기부터 반도체 감산을 통한 공급 축소 효과가 제대로 발현되는 동시에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자동차, 대형 서버 증가 등 정보통신(IT)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는 것도 환율 하락의 요인이다. 세계은행(WB)은 6일(현지시간)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기존 전망치인 1.7%보다 0.4%포인트 상향, 2.1%로 내다봤다. 특히 미국의 성장률은 기존 0.5%에서 1.1%로 무려 0.6%포인트나 올려 잡았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인 지난 3일 의회를 통과한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 합의안에 서명하면서 그간 지속된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기대감에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회복된 영향도 상당하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심리가 살아나면서 자금이 몰린 것도 환율 하락에 일조하고 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이날 내놓은 보고서에서 “위험선호 심리가 시장 분위기를 주도하는 만큼 국내 증시 외인들의 순유입 가능성은 고무적”이라면서 “이날 환율은 위험선호 심리 우위 분위기 속 원화가 강세를 보여 1290원 구간 진입을 이행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도체·AI·이차전지 관련 중소업계 ‘긍정적’ 효과

무역수지 적자 폭 축소가 우리나라 펀더멘탈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도 환율 하락을 이끈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5월 무역수지는 21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 이후 무려 15개월이라는 장기간 연속 적자 흐름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적자 폭은 지난 1월 125억3000만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월 53억2000만달러, 3월 47억4000만달러, 4월 26억5000만달러, 5월 21억달러였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무역수지 적자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데, 적자 규모가 축소되며 원화가 강세로 전환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해석했다.

이처럼 환율 하락은 향후 반도체·AI·이차전지 등 IT업종의 수출 회복·증가 전망과 함께 관련 대기업은 물론 중소업계 앞날도 밝혀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경기 회복세와 반도체 업황 개선이 맞물리며 한국 수출과 제조업 경기가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고, 김동원·김상훈 KB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반도체를 중심으로 재고 조정이 진행되고 있어 공급부담이 덜어지고 매우 부진했던 수출이 최악의 국면을 지나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증시 전망과 관련, “엔비디아 및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반등, 금리 동결 기대감, 원·달러 환율 하락 등에 힘입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중국의 5월 차이신 제조업 PMI가 예상치를 상회, 중소기업 중심으로 수출 경기가 예상보다 나쁘지 않음을 시사하면서 경기 부진 우려를 소폭 덜어준 점 역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히 반도체 관련,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마이너스 36.2%로 10개월째 감소하고 있으나 월간으로는 증가세로 전환했다”면서 “자동차, 일반기계, 이차전지 양극재는 전년동기 대비 수출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고, 원·달러 환율 약세의 수혜를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최근 “원·달러 환율 모멘텀이 바뀌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작년 환율이 미국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 움직임을 일방적으로 따라가면서 1300~140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했지만, 향후 수출 등 국내 요인의 영향을 더 받으면서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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