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서울지방노동청에서 첫 공청회 열려,
박준식 위원장 등 최저임금위 위원, 노사·이해관계자 등 참석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지역별 규모별 최저임금 차등화 주장

5일 오전 서울지방노동청에서 열린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관련 첫 공청회에서 박준식 최저임금위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황복희 기자]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최저임금위원회(위원장 박준식)가 5일 오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개최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관련 첫 공청회의 최대 쟁점은 지역별·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 문제였다.

예정된 시간을 넘겨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이 날 공청회에서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사용자들은 지역별 규모별로 최저임금을 차등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노총 등 노동자들은 규모나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나누는 건 최저임금의 의미를 상쇄시킬 뿐아니라 소상공인들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며 반대입장을 나타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신상우 대표는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경우 최저임금은 지급하겠으나 주휴수당은 어렵다는 분들이 많다”며 “주15시간 이상을 고용할 경우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못해 범법자가 될 각오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 지급 보다 주휴수당을 현실에서 더 큰 문제로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 대표는 “이중 임금적인 주휴수당은 국가가 부담해야하는 복지성으로 영세상인에게 떠넘기는 건 부당하다”며 “강제적 인위적으로 과격하게 임금을 상승시켜 영세 자영업자들로 하여금 지불능력이 없는 상태로 만들어 강제 퇴출시키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주휴수당을 폐지하고 업종별 지불능력과 노동강도 등을 고려한 탄력적 임금체계를 만들어가는게 현실적”이라고 제시했다.

서초구 소상공인연합회 이근재 부회장은 “경쟁악화와 소비축소에다 최저임금까지 겹쳐 소상공인들은 인력감소, 업종전환, 폐업, 가족경영 및 1인 경영 전환 등을 고려하고 있다”며 “자본력이 약한 취약업종에 대해선 최저임금을 한시적으로 동결하고 차등화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20년간 외식업을 운영해온 김형순씨는 “낮에는 손님이 있으나 밤에는 아예 없어졌다”며 “직원 8명을 둔 상황에서 최저임금까지 올라 타산이 안맞는다. 가게를 접든지 종업원 대신 가족들이 식당일을 하든지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용자들은 소비침체와 원재료가격 상승에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쳐 직원을 줄이고 폐업을 고려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있어 지역별 규모별 최저임금 차등화 등 탄력적 운용의 필요성을 강하게 요구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유일한 임금인상 길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을 환영한다는 입장이었다.

전국여성노동조합 모윤숙 사무처장은 “인터넷 구매증가, 산업구조조정 등 복합적인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가 힘들고 경제가 어려운 것처럼 몰아가는 분위기가 안타깝다”며 “최저임금 수준 노동자의 상당수가 40,50대 중장년 여성가장으로 한달에 175만원으로 4인 가족이 먹고살기가 힘들다”고 호소했다. 그는 “최저생계비 수준의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기대하고 있고 그들의 유일한 임금인상 길이라는 점을 감안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금융산업노조 이동훈 위원장은 “금융권 하도급업체들은 금융권과의 입찰계약을 통해 업무를 하고 있는데 경쟁구도로 인해 저가입찰을 하는 실정”이라며 “최저임금산입범위 확대로 호봉제 직원의 경우 최저임금 대비 기본급 부족분을 상여금에서 메꾸고 있어 20년된 직원이 신입직원 보다 급여가 적은 임금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로인해 사측에선 신규채용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고 기존 직원의 업무강도는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하도급업체에 대한 정부대책이 없다면 최저임금 정책이 올바른 효과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마트 영업파트 직원인 박상순씨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고용이 줄고 노동강도는 더 세졌다”며 “최저임금위가 이마트에 현장실태조사를 의뢰했으나 사측에서 거절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일은 줄지않은 상태에서 근무시간만 줄다보니 사복으로 갈아입고 매장에서 일을 하기도 한다”며 “최저임금 노동자의 노동실태 및 안전실태를 조사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노사 관계자들과 함께 발표자로 참석한 서울지방노동청 조옥희 근로개선지도3과장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으로 현장의 불만이 상당히 높다”며 “편의점·식당 등 소규모 업체에 최저임금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조 과장은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조절과 차등적용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조 과장은 또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를 봐야할 소규모 사업장의 근로자들은 오히려 일자리가 줄고 업무강도는 높아지는 등의 피해를 보고 있다”며 “경력자와 신규채용 근로자간 임금격차가 사라져 근로의욕도 떨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인 김만재 한국노총 금속위 위원장은 "최저임금을 지역별로 나누면 근로자들이 수도권으로 다 올라온다. 또 업종별로 나누면 저임금 업체에 가서 일하려하겠나. 지불능력 평가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치않은 상태에서 지불능력을 누가 판단하고 결정하나. 그래서 작년에도 못했다. 규모·지역·지불능력을 나누는건 최저임금 의미를 상쇄시킨다"며 "최저임금 차별화는 시기상조다"는 견해를 분명히 밝혔다.   

박준식 최저임금위 위원장은 공청회 말미에 “현장이야기를 듣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앞으로 남은 두 번의 공청회를 통해 현장의 여러가지 의견들을 신중하게 취합하고 경청하는 기회로 삼아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반영하도록 지혜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 위원들은 이날 오후 서울 소재 사업장 2곳을 현장 방문했다.

다음 공청회는 ▲10일 오전 10시30분 광주고용센터 11층 대회의실(광주 북구) ▲14일 오전 10시30분 대구고용노동청 5층 대회의실(대구 수성구)에서 각각 열린다.

박준식 최저임금위 위원장이 공청회 시작에 앞서 발표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황복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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