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삼성바이오로직스 거래 정지
삼바 분식회계 '이재용 승계 문제'로 이어져
상장폐지 여부 관심· 바이오 산업 여파

[중소기업투데이 김우정 기자] 지난 15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거래 정지되면서 큰 충격을 던졌다. 아울러 향후 상장 폐지될지 세간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는 전날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고의 분식회계로 회사 가치 부풀렸다'고 최종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법인을 회계 처리 기준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고, 대표이사 해임 권고, 80억 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를 의결하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은 매매가 정지됐다. 판정을 받고 검찰 고발 조치를 받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게 상장 폐지 여부를 논의하는 실질심사가 예견되며 사태는 일단락됐다.

한국거래소가 자체적으로 15일 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인지 심사를 진행한다. 즉 상장 폐지 여부를 심사해야 하느냐를 자체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이제 공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상장시킨 한국거래소로 다시 넘어간 것이다.

상장 폐지 실질심사 대상이라고 결정되면 거래소는 20일 이내에 내외부인으로 구성된 기업심사위원회를 소집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폐지 여부를 논의한다. 상장폐지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나려면 최소 42일~ 최장 120영업일 동안 매매 거래가 정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승계 문제’에서 삼바 분식회계 맥락 찾는다  

논란은 삼바의 회계 장부에서 시작한다. 설립이후 최소 79억원에서 1,407억까지 매년 적자를 내던 삼바가 2015년 1천 9천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삼바는 당시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꾸며 회계기준을 변경, 이로인해 에피스의 가치가 높아졌다. 원래 회계기준을 바꾸려면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삼바 측은 이에 대해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처리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증선위는 갑자기 2015년에 회계처리기준을 변경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분식회계의 논란이 커진 이유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가 이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비율에 영향을 끼쳐, 삼성 합병 및 이재용 부회장 경영 승계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가능성 때문. 시민단체 등에서는 당시 제일모직이 최대주주로 있었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 조작으로 우량회사로 평가 받으면서 이 부회장이 합병 후 통합 삼성물산 지분 16.5%를 보유하는 최대주주가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장 폐지되야 vs 상장 폐지 어렵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삼바 주식을 거래 정지시켜놓은 상태다. 상장 폐지 여부 심사를 마칠 때까지 거래 정지는 이어진다. 이제 관심은 향후 ‘상장 폐지’여부에 쏠렸다. 주식가치 약 5조 원을 가진 삼성바이오로직스 소액 주주 8만 명의 명운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제2의 삼바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원칙에 맞춰 상장 폐지까지 가야한다는 의견이다. 삼바사태를 강력 처벌해야 경제가 투명하게 거듭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가졌던 개인 투자자가 감당해야할 리스크를 사회가 부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다른 일각에서는 소액 주주 8만 명의 투자자피해의 문제로 상장폐지까지는 가는 것에 부정적이다. 과거 대우조선해양과 한국항공우주도 분식회계로 결론 났지만 증시에서 퇴출되지 않은 사례도 있어 상장 폐지 결정은 쉽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김용범 증선위원장은 14일 기자브리핑을 통해 "지금 단계에서 상장폐지 여부를 예단할 수는 없다"면서 "거래소는 기업의 계속성, 성장성, 투자자보호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장 실질심사를 신중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바사태와 비슷한 해외 사례로 엔론 사태가 있었다. 미국의 천연가스 기업 엔론은 통신사업 실패로 인해 회사가 위기에 처하자, 분식회계로 회사 상황을 조작했다. 감사업체 아더 앤더슨, 월드컴과 손을 잡은 엔론은 2001년 관련 사실이 밝혀진 후 결국 파산했다. 당시 미국은 아주 강력한 처벌을 했다. CEO였던 제프리 스킬링은 24년4개월 형을 선고받았고, CFO 앤드루 패스토우는 6년형에 2년 사회봉사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업계 "바이오 산업 크기도 전에 시들어버릴까"

이번 분식회계 사태로 업계에서는 바이오산업의 진로는 어찌 되느냐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제 2의 황우석 사태가 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국내 바이오산업은 2005년 ‘황우석 사태’로 10년 가까이 암흑기에 빠졌었다. 규제가 강화되고 투자와 산업 육성 정책이 대폭 줄며 줄기세포 주도권마저 다른 나라로 넘어갔던 여파를 감내해야했다.

바이오 산업 전반은 오랜 척박함을 이겨내며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바이오산업이 최근 신성장 모델로 떠오르며 삼성·SK·LG 같은 대기업이 뛰어들고, 정부도 한국의 세계 바이오 시장 점유율을 현재 2%대에서 2025년 5%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였다.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기 시작하던 바이오산업이 일격을 맞고 흔들리고 있는데 대한 업계의 우려가 크다. 김우정 기자 kwj@sbiz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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