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 개최...모녀·형제 경영권 분쟁 일단락

임종윤(왼쪽)·임종훈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한미약품] 
임종윤(왼쪽)·임종훈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한미약품] 

[중소기업투데이 노철중 기자] 한미약품그룹과 OCI의 통합 과정에 분수령이었던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통합에 반대하는 형제 측이 제안한 이사회 구성안이 채택됐다. 주총 직후 OCI는 통합 중단을 선언하고 재추진도 없다고 밝혔다.

28일 경기도 화성 라비돌호텔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 표결 결과, 지난 1월 12일 한미약품그룹과 소재·에너지 기업 OCI그룹이 현물출자와 제3자 배정 방식의 신주발행을 통한 그룹 간 통합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된 한미그룹의 모녀·형제 간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됐다.

통합을 주도한 것은 한미약품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전 회장의 아내인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부회장이었다.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는 통합을 반대하며 법원에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한미그룹은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을 각각 해임했다. 두 형제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중요 결의 사항에 대해 분쟁을 초래하고 회사에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야기했다는 이유에서다. 양측은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치열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이번 주주총회에 양측이 사활을 건 이유는 이사회가 통합 과정의 관건인 신주발행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표결 결과로 형제 측 이사 5명이 이사진에 합류하게 돼 이사회 구성은 형제 측 5명, 모녀 측 4명으로 이뤄지게 됐다. 안건은 과반수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모녀측 “신약개발 시너지 위해 OCI와 통합 필요” 입장 

그룹 간 통합에 양측이 맞서는 주요 이유는 통합이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  의견이 다르기 때문이다. 모녀 측은 OCI와 통합은 신약개발에 필요한 경험과 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22일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임주현 부회장은 “OCI그룹은 2018년부터 제약·바이오 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온 기업으로 그들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한미의 시너지 창출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OCI그룹은 미국 해외법인이 있고 주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 신약개발은 해당 국가의 인허가라는 까다로운 과정을 통과해야 하는데 한미가 이 부분까지 직접 해보지는 않았다. OCI의 인프라를 활용한다면 더 크게 도약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약개발에 대한 투자에도 OCI와 통합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다. 최인영 한미사이언스 전무는 “한미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인력과 기술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R&D 투자 규모가 글로벌 빅파마의 1.5%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빅파마와의 간극을 좀 더 효율적으로 줄여 나가기 위해 이번 통합을 추진했다”고 강조했다.

형제 측은 통합의 사업적 타당성과 절차적 타당성 검토가 모두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었다.

OCI가 통합 중단을 선언하면서 모녀 측의 바람은 사실상 좌절됐다. 이날 주총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임종윤 전 사장은 “한미약품 정상화에 노력하겠다”면서 “어머니, 여동생과의 관계도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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