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경영·노사관계·산업재해 해결, 시급한 선결과제
장 회장 “국민에게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21일 포항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포스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21일 포항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포스코]

[중소기업투데이 노철중 기자]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21일 취임하면서, 포스코그룹을 향후 어떻게 끌고 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장 회장은 2018년 당시 포스코 회장 후보로 나와 최정우 전 회장과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인 바 있다. 마치 ‘노병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듯 그로부터 6년 뒤 회장에 오르면서, 그간 갖은 우여곡절로 국민적 신뢰에 타격을 입은 포스코그룹이 ‘국민기업’으로서의 명예를 회복할지가 주요 관심사다. 사업적인 측면에선 이날 취임식에서 기존의 철강사업과 신사업인 이차전지 소재사업을 쌍두마차로 해 양대 사업에 걸쳐 나란히 초일류로 나아가겠다며 방향성을 확고히 했다.

6년만에 새 수장을 맞이한 장인화호(號) 포스코가 안고있는 과제를 살펴본다.

국민의 피땀으로 성장한 국민기업 ‘포스코’

장 회장이 취임사에서 강조한 핵심적인 단어는 ‘신뢰’와 ‘소통’이다. 그동안 포스코는 정권의 눈치를 보며 무리하게 추진한 사업과 잦은 중대재해사고 발생, 노사갈등, 스톡그랜트 등 부정적 여론에 몸살을 앓았다. 전임 최정우 회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시민’을 기치로 내걸고 노력했으나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내부적으로는 역대 회장 중 외부 인사가 거의 없는 점 등이 ‘폐쇄적’이라는 이미지를 공고히 했다.

포스코는 1968년 포항종합제철㈜로 출범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정부분 역할을 했고, 당시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설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철강 산업은 국가 기반 산업이었다. 이에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덕분에 포스코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2000년 민영화 이후에도 성장을 거듭하며 2019년 세계 철강 생산량 3위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하지만 2022년 7위로 내려앉은 상태다. 2023년 포스코는 연결기준 매출액 43조1350억 원, 영업이익 2조3050억 원을 달성했다.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는 매출액 77조1270억 원을 기록하며 포스코그룹은 국내 재계 매출액 순위 5위를 차지했다.

그동안 포스코는 국민의 피와 땀으로 설립되고 성장해온 기업이기 때문에 이에 걸맞는 투명성과 도덕성을 요구받았다. 민영화 이후 ‘국민기업’이라는 칭호가 무색해진 것은 정권에 휘둘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권의 입맛에 맞춰 운영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는 아직도 강하게 남아있다.

포스코그룹 비전 체계도. [포스코]
포스코그룹 비전 체계도. [포스코]

정권 눈치에서 자유로운 ‘독립경영’ 필요

장인화 회장이 풀어야 할 우선 과제는 국민기업으로서 신뢰를 되찾는 일이다. 무엇보다도 정권 눈치를 보지 않는 완전한 독립 경영을 이뤄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 때 회장에 오른 최정우 전 회장은 정권 교체 이후 대통령 해외 순방에 한 번도 초대받지 못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여전히 이런 관행이 포스코에 남아있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소통도 장 회장이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창립 이후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 온 포스코에 2018년 처음으로 양대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현재 포스코에는 세 개의 노조가 활동하고 있다. 한국노총 소속의 포스코노동조합, 지난해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포항지부가 조합 탈퇴를 선언하고 기업노조로 전환한 포스코자주노동조합, 포스코지회 광양지부 등이다. 다만, 포스코자주노조는 조직 변경 절차에 위법한 사항이 있다며 법원이 효력정지 명령을 내린 상태다. 현재 교섭권을 가진 노조는 포스코노조다.

그동안 회사가 노조 활동을 교묘하게 방해한다는 의혹이 여러 번 제기됐다. 21일 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포스코센터 앞에서 주총장에 입장하지 못한 포스코지회 조합원과 포스코 직원이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6일 교섭노조인 포스코노동조합은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조합원을 상대로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있다며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경영진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대 걸림돌, 노사갈등과 산업재해

‘산재왕국’이라는 오명도 벗어야 한다.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포스코는 안전대책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이후에도 계속 사고가 발생했고 앵무새처럼 안전대책 강화 선언이 반복됐다. 매년 국정감사 때도 포스코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단골 손님이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포스코는 2016년부터 2021년 2월까지 사망사고가 총 13건으로 노동자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후 2021년 11월에 포스코 광양제철소 폭발사고로 3명이 사망했고, 2022년 9월에 같은 사업장에서 50대 협력업체 노동자가 슬러지와 시멘트 등을 섞는 작업을 하다가 2m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지난해에도 광양제철소에서 사망사고 발생했다.

장인화 신임 회장은 취임사에서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몇 가지 약속을 내놓았다. 우선 취임과 동시에 ‘거버넌스 개선 TF’를 발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 투명하고 공정한 프로세스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회사 운영에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한 임직원의 윤리의식과 준법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외부 전문가가 참여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POSCO Clean 위원회’를 신설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임원의 특권을 내려놓기 위해 스톡그랜트를 폐지, 임원 보수 일부 반납 등 다양한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직원들과 함께 취임식장에 입장하고 있다. [포스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직원들과 함께 취임식장에 입장하고 있다. [포스코]

투명경영·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가장 시급한 산업재해 문제에 대해서는 규칙과 절차가 준수되는 안전 문화를 공고히 하고 스마트 기술개발로 고위험 작업과 사각지대의 리스크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더욱 안전한 현장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현장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노사관계에서 장 회장은 특유의 친화력과 현장 중심 행보로 ‘덕장형 리더십’을 갖췄다는 평가를 듣는 만큼 노사화합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장 회장은 취임사 말미에 “포스코그룹이 국민에게 신뢰받고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나는 희망찬 여정에 여러분 모두 기꺼이 동참해 주실 것을 믿는다. 제가 먼저 다가가며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현재 장 회장이 포항지역 시민단체로부터 그가 참여한 가운데 2019년 중국에서 개최된 이사회가 초호화로 진행됐다면서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당한 상태라는 점이다. 이제 막 첫발을 뗀 장인화호가 말이 앞서고 정작 실행이 부족한 ‘언과기실(言過其實)’의 모습을 보인다면 포스코의 부정적 이미지는 더욱 강하게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게 국민적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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