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등 은퇴 앞둔 CEO 급증, ‘가업승계’ 사례 늘어나
금융권, ‘M&A 펀드, 가업승계 중개, 매칭 디지털플랫폼 등 필요
우리금융硏, “일본 사례 참조, 가업승계 금융비즈니스 개발 시급”

'2022 국제공구대전'에 참가한 업체들.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2022 국제공구대전'에 참가한 업체들.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중소기어투데이 이상영 기자] 한국의 인구통계학적 미래를 알기 위해선 일본의 가업승계 풍토를 참고할 만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금융업계로선 이를 통해 중소기업 중심의 가업승계 기업문화에 걸맞은 금융 비즈니스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해서 눈길을 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최근 “일본은 이른 고령화와 후계자 부재에 대응하는 가업승계 금융비즈니스가 발전했다”며 이같은 제안을 했다. 연구소는 특히 중소기업들이 M&A를 통한 가업승계 등에 대비한 ‘M&A 펀드’ 조성, 중개역량 확충, 매칭 디지털플랫폼 개발·도입 등을 제시했다.

앞서 일본 중소기업청은 2025년까지 경영자 은퇴시기(70세 이상)를 맞은 중소·중견기업이 전체의 64%인 254만개 사에 달했다고 밝혔다. 그 중 후계자가 정해지지 않은 경우가 절반을 넘는 127만개사로 알려졌다. 또 흑자기업임에도 불구하고 후계자가 없어서 휴·폐업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에 “일본 금융권은 가업승계 풍토와 정부의 지원정책을 활용하고 조직역량을 강화하며 M&A 등 기업금융 비즈니스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은퇴를 앞둔 경영자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업승계 시장’을 겨냥한 기업금융이나 WM강화전략을 배경으로 가업승계 금융서비스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ESG·자산관리연구실 김신진 연구원은 관련 보고서를 통해 “국내 중소기업 경영자의 세대교체 논의가 현실화됐으며, 고령화 속도가 일본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금융회사들은 가업승계 비즈니스모델 고도화가 필요하다”면서 “이미 대형은행·증권사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가업승계 시장을 겨냥한 비즈니스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특히, 창업자의 고령화 속도가 일본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IBK기업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CEO의 평균연령은 2021년 현재 약 55세로 집계되고 있어, 세대교체 준비와 논의가 현실화되고 있다. 또 실제 은퇴가 가까운 60세 이상 CEO도 전체 중소기업 CEO들의 31.6%에 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국내 금융회사들도 나름대로 다양하고 독창적인 가업승계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거나, 고도화해나가는 노력이 시급하다. 

그 동안 국내에선 가업승계나 은퇴 후 대책을 고민해온 중소기업들에 대해 세무컨설팅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일본에 비해서는 양적·질적으로 미흡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최근 국내에서도 대형은행과 증권사들 위주로 이같은 가업승계 시장을 노리고 다양한 비즈니스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 중 우리은행, 농협은행은 기업금융을 확장하기 위해 특히 가업승계 관련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중소기업 1만여 개가 밀집한 반월공단이나 시화산업단지에서 승계를 앞둔 사업주들을 위한 가업 승계 서비스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또 증권사들도 자산관리나 IB역량을 바탕으로 기업 오너를 위한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연구소는 이에 일본의 사례를 참조하며, 해외 금융회사 M&A 자금지원, 서치펀드 도입, 디지털 플랫폼형 매칭 서비스, 특화상품 공급, ESG 대출 등으로 가업승계 시장에 대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 중 해외 플레이어 M&A 자금지원의 경우 가업승계 과정에서 파생되는 투자처를 적극 발굴 중인 해외 PE사들에게 파이낸싱을 제공, 이들의 국내 시장진입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또 서치펀드 도입도 주문하고 있다. 즉 정책·민간금융기관들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활성화된 “젊은 인재와 연계한 중소·중견기업 인수·투자모델”인 서치펀드(Search Fund)를 출시하며, 가업승계 비즈니스를 다변화하고 있다.

디지털플랫폼형 매칭서비스도 한 방법이다. 즉, ‘가업승계형 M&A’ 관련 매각·인수정보를 제공하는 온라인플랫폼을 활용하거나 상품화하는 것이다. 특화된 신탁 상품도 필요하다. 의결권 유보형 등 창업자의 수요를 유연하게 충족시키는 자사주 승계신탁을 설계·공급함으로써 비(非)이자수익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일본처럼 ESG 대출도 필요하다. 실제 “일본의 Mizuho 은행은 MBO 관련 자금지원에 ‘Social Loan’을 적용하며, 가업승계 파이낸싱의 저변을 확대하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신진 연구원은 “세금 관련 컨설팅 뿐 아니라, 이처럼 펀드를 활용한 자금지원, M&A 주선·중개 강화, 특화상품 개발, ESG 활용도 제고 등으로 가업승계 비즈니스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그룹 입장에서는 계열 운용사·PE와의 협업을 통해 은행·증권사의 경쟁력을 강화하며 전사적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또 가업승계 비즈니스는 ESG 차원에서 큰 의미가 있으므로 국내 금융회사는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공시·IR 등에 활용할 수도 있다. 특히 “금융회사가 거래대상 중소·중견기업의 후계자 알선·매칭 등을 지원함으로써 휴·폐업을 줄이고 일자리 감소·원천기술 소멸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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