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업체 ARM·AMD·인텔, 추격 안간힘, “아직은 따라잡기에 역부족”
‘AI스타트업 투자’로 나름의 생태계 구축, ‘엔비디아 제국’에 도전
엔비디아, 생태계도 최강...“경쟁업체들 집요한 추격 결과 두고 볼일”

엔비디아 아성에 도전하고 있는 경쟁업체 중 한 곳인 AMD 사옥. [어도비 스톡]
엔비디아 아성에 도전하고 있는 경쟁업체 중 한 곳인 AMD 사옥. [어도비 스톡]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엔비디아의 승승장구에 대해 일각에선 벌써부터 ‘거품설’이 제기되는 가운데, 다른 경쟁업체들의 추격전도 치열하다. 그 대표적인 기업들이 인텔, ARM, AMD 등이다.

특히 엔비디아와 이들 경쟁업체들은 “누가 더 탄탄한 생태계를 구축하느냐”를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광범위하며 결속력이 강한 생태계는 자사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담보하며,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꼽힌다.

엔비디아, 견고한 생태계도 가장 큰 무기

이미 엔비디아의 경우 스타트업들을 주요 대상으로 한 견고한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이는 ‘엔비디아 제국’의 가장 튼튼한 주춧돌이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수 년 간 엔비디아는 AI칩 시장의 패권을 위해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천문학적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엔비디아의 스타트업 투자는 2022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100~200% 증가했다. 특히 이 회사는 VC(벤처캐피탈) 부문 계열사인 엔비디아 벤처를 통해 무려 46건의 스타트업 투자를 결행한 바 있다.

이같은 엔비디아 아성에 도전하고 있는 경쟁업체들도 나름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기술력이나 제품의 품질은 꾸준히 R&D 노력을 통해 엔비디아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높일 수 있지만, 생태계를 통한 나름의 가치사슬은 별개의 문제”라고 진단한 바 있다.

이에 엔비디아 경쟁사들도 경쟁적으로 생태계 구축을 위한 투자에 올인하며, ‘패밀리’ 스타트업을 육성함으로써 각기 자신만의 AI칩 생태계를 구축하느라 바쁘다. 특히 엔비디아가 AI 칩 시장의 약 95%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선 그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라도 각자의 ‘AI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은 매우 중요하다. 물론 아직까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엔비디아가 압도적이지만, 시간이 갈수로 판도가 변해갈 가능성도 크다는 전망이다.

Arm도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 “자체 생태계 강화”

Arm도 엔비디아보다는 못하지만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긴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최근 캠브리지 대학, 캠브리지 이노베이션 캐피탈과 공동 설립한 VC 펀드 마틀렛캐피탈, 그리고 ‘Deeptech Labs’ 등과 여러 건의 직접 투자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에 Arm은 마이크로프로세서 벤처인 SiPearl, eSIM 보안 회사인 Kigen, Raspberry Pi, Raspberry Pi Foundation 등 스타트업에 4건의 직접 투자를 했다. Deeptech Labs를 통해 6건의 투자를 하기도 했다. 또 3D 센싱 기술을 구축하고 있는 RoboK, 그리고 자동화된 풍력 터빈 검사 기술 제공업체인 ‘Perceptual Robotics’도 투자 대상이 됐다.

요약하면 Arm은 지난 2023년에 모두 10개 스타트업에 돈을 쏟아부었다. 오픈 소스 하드웨어 스타트업 ‘Arduino’에 대한 직접 투자와, ‘Deeptech Labs’(Waku Robotics, Xapien 및 소닉엣지) 등이 그 중 대부분을 차지했다.

Arm의 홍보 이미지. [Arm]
Arm의 홍보 이미지. [Arm]

AMD, “2024년 스타트업 생태계 더욱 확장”

AMD 역시 자체 VC 조직인 ‘AMD Ventures’를 통해 적극적인 스타트업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 ‘AMD Ventures’는 이더넷 칩 및 소프트웨어 제품군을 구축하는 스타트업인 ‘Ethernovia’의 투자 공모(시리즈 A)에 참여했다. AI 기반 소프트웨어 자동화 기술을 개척하려는 ‘Essential AI’에 대한 투자 라운드에 참여하는 등 소규모 투자도 하고 있다.

또한 AI 모델을 최적화하는 도구를 만드는 회사인 ‘Moreh’, ‘허깅 페이스’(Hugging Face) 등에 인텔, 엔비디아와 함께 공동 투자를 하기도 했다. AMD는 특히 클라우드 게임 및 AI를 위한 서비스형 인프라(Infrastructure-as-a-Service) 플랫폼인 ‘Radian Arc’와도 단독 투자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2023년에 AMD의 총 거래는 4건에 이르렀다. “이는 다른 경쟁사에 비하면 적은 편이긴 하지만, 2024년에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게 시장분석가들의 전망이다.

실제로 ‘AMD Ventures’는 기술매체 ‘엔가젯’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지난 1년 동안 투자 활동을 강화했으며 2024년에는 두 자릿수 투자 수준 도달을 목표로 더욱 가속화할 계획”이라면서 “여러 단계에 걸쳐 투자함으로써 시장 리더가 될 유망한 초기 스타트업과 성숙한 후기 단계 기업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2024년 신규 투자의 대부분은 AI 플랫폼을 포함한 AI 생태계를 대상으로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사는 이와 함께 데이터센터의 AI 워크로드를 처리하도록 설계된 MI300 AI 칩의 생산을 늘리는 한편, 노트북용 모바일 AI 가속 프로세서인 Ryzen 8040을 출시하기도 했다.

AMD의 AI칩. [AMD]
AMD의 AI칩. [AMD]

인텔, 엔비디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스타트업 투자

그 중 인텔은 오랫동안 운영해온 VC인 ‘인텔 캐피탈’ 덕분에 가장 큰 스타트업 투자를 실행해왔다. 시장분석기관 크런치베이스에 의하면 지난 2023년 인텔 캐피탈은 오픈AI의 경쟁사인 ‘AI21 Labs’와, 비디오 분석 플랫폼 ‘Twelve Labs’, 앱 제공 네트워크 ‘Fly.io’, 직장 보안 기관인 ‘TuMeke’ 등을 포함, 전체적으로 약 3억50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과정에서 인텔 캐피탈은 2022년 47건, 2023년엔 32건의 스타트업 거래에 참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인텔은 또한 지난해 2건의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 총 투자 거래 건수를 늘려왔다.

인텔의 칩. [인텔]
인텔의 칩. [인텔]

인텔은 또 다양한 AI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사 하드웨어를 부각시키는 생성AI 기반 제품을 포함, 새로운 소프트웨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중요한 플랫폼으로 스타트업 투자에 의한 ‘인텔 AI 생태계’ 구축에 더욱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에는 또 항공우주, 금융 서비스, 통신 및 반도체 업계를 겨냥, 인텔 칩에서 실행되는 생성AI 솔루션을 구축하기 위해 ‘Articul8 AI’라는 회사를 분사하기도 했다.

이처럼 엔비디아 ‘적수’들은 그야말로 호시탐탐 ‘엔비디아 아성’을 노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술이나 시장 경쟁력에서 엔비디아를 단기간에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면서도 “엔비디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생태계가 가장 큰 무기인 셈인데, 경쟁업체들도 이를 의식해 생태계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과연 ‘엔비디아의 전성기’가 저물 것인지, 그렇다면 그 시기가 언제인지는 두고 볼일”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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