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유예 협상 불발, 27일부터 83만 업체, 800만명에 확대 적용
정부 "준비 안돼 혼란 불가피" vs 노동계 "또 유예는 시행않겠다는 뜻"
5∼49인 중소 규모 사업장, 모든 건설현장 ‘법 테두리’ 안에

한 공사현장 모습.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한 공사현장 모습.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모레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된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정부와 기업들이 2년 추가 유예를 요구했지만, 여야 원내대표 간의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예정대로 시행된다.

여야 원내대표 협상에서는 민주당이 2년 추가 유예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등 보완책을 요구하면서 합의에 실패했다.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가 유예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중대재해법은 오는 27일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시행된다.

앞서 이정식 노동부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3개 부처 장관들은 전날 긴급 브리핑을 열고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을 2년 더 미뤄달라며 관련법 통과를 국회에 호소했다.

이 장관 등은 “사업장도 정부도 준비가 안 돼 있어 이대로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법이 적용되면 혼란이 불가피하다”면서 “특히 5인 이상이 근무하는 빵집과 카페까지 적용대상이 되어 소상공인 부담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런 주장에 강력 반발했다. 이들은 “산업재해 사망자의 상당수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미 2년이나 미뤄왔는데, 다시 2년을 미룬다는 건 아예 시행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특히 “빵집과 카페는 지금도 ‘산업안전법’ 적용을 받고 있으므로 특별히 부담이 늘어나지 않는다”면서 “그런 (정부와 기업의) 논리대로라면, 빵집과 카페에선 사람이 죽어도 된다는 뜻이냐”며 반박했다.

중대재해법이 예정대로 시행되면, 일터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이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직접 책임을 묻고, 1년 이상 징역이라는 하한을 둔 점에서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보다 더욱 엄격한 처벌 조건을 둔 것”이란 해석이다.

특히 음식점 등 서비스업과 사무직, 아르바이트 등을 포함, 상시 근로자 5명 이상인 모든 업종과 직종에 적용된다. 여기서 ‘중대산업재해’는 산업재해 중에서도 ▲사망자가 1명 이상이거나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나오거나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 중독 등 직업성 빌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다.

또 ‘중대시민재해’란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설계, 관리 등의 결함으로 사망자 1명 이상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10명 이상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 10명 이상이 발생한 경우다.

이번 시행에 따라 전국 83만7000 개에 달하는 5∼49인 기업의 종사자 800만명이 새로 중대재해법 적용을 받게 된다.

법이 시행되면 시행령에 규정한 대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해야 하는 등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가 강화된다. 이런 상황을 반기마다 1회 이상 점검하는 등의 내용이 규정돼 있다. 또 시행령에 정해진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안전보건관리담당자 등을 배치해야 하나,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안전관리자나 보건관리자 배치 의무가 없다.

정부는 “지난 2년간 5∼49인 사업장 83만7000 곳 중 45만 곳에 대해 컨설팅·교육·기술지도 등을 지원해 왔다”면서 “올해 전체 83만7000 곳에 산업안전 대진단을 실시하는 등 앞으로도 이들 중대재해 취약기업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22년 기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다 숨진 근로자는 1372명으로 전체 산재 사망자의 61%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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