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EC 현물 ‘ETF’ 승인 후, 연일 업계에 ‘자본시장법’ 위배 경고
자체 가상자산감독·조사국 출범, “투자자 보호 주력” 재확인

비트코인 이미지. [셔터 스톡]
비트코인 이미지. [셔터 스톡]

[중소기업투데이 조민혁 기자] 국내에선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의 비트코인 ETF 승인을 전후해 금융당국이 시장의 ‘기대심리’를 지속적으로 견제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선 국내에서도 ‘혹시나’하는 심리가 있지만, 금융감독원 등 당국은 “현행법 위배”라며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미 SEC의 최종 승인을 하루 앞둔 지난 9일부터 수 차례 언론 보도자료를 내며 일종의 ‘사전 경고’를 반복했다. 비트코인 ETF는 물론, 비트코인 자체에 대해서도 규제와 투자자 보호에 더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있다.

그러면서 “7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의 원활한 시행을 취지로 내걸며, 이날 가상자산 관련 감독·검사·조사 업무를 담당하는 가상자산감독국 및 가상자산조사국을 출범시켰다. 미 SEC의 최종 승인을 앞두고 결연한 의지를 보인 셈이다.

또 신설되는 가상자산감독국 및 조사국의 구성과 조직, 역할을 자세히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이들 조직은 6개팀 총 33명으로 운영되며, IT전문가 8명, 변호사 7명, 회계사 8명 등으로 구성된다. “이들 조직은 법 시행 이전에 가상자산사업자의 내부통제기준·운영체계 마련, 불공정거래행위 조사를 위한 인프라 구축, 수사당국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체계 구축 등을 착실히 준비해 나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고위험성 상품인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중요"

금감원은 미 SEC 승인에 고무된 시장에 대해서도 연일 견제구를 날렸다. 증권사 등에 공문을 보내거나,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미 SEC가 현물 비트코인 ETP(Exchange Traded Product)를 승인하는 과정에서 가상자산 전반의 급격한 가격 변동성이 발생하는 등 고위험성 상품인 가상자산에 대한 이용자 보호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게리 겐슬러 미 SEC 위원장도 일반상품에 기반을 둔 ETF의 기초자산과 달리 비트코인은 투기적이고 변동성이 크며 많은 불법행위에 이용되고 있고, 이번 ETP 승인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및 다른 가상자산 연계 상품에 내재된 위험요인에 대해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부분은 사실관계가 다르다. 겐슬러 위원장은 시종 BTC ETF 승인에 부정적이었으나, 정작 최종 투표에선 찬성에 표를 던졌다.

금감원은 이틀에 한 번 꼴로 보도자료 등을 통해 ‘경고’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증권사가 해외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가상자산에 대한 기존의 정부입장 및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면서 증권사들에게 경고를 했다.

그래도 미심쩍었던지 14일에도 보도자료를 내고, “비트코인 현물 ETF의 발행이나 해외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기존 정부입장과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음을 밝힌 바 있으며, 미국은 우리나라와 법체계 등이 달라 미국사례를 우리가 바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 “이 문제는 금융시장의 안정성, 금융회사의 건전성 및 투자자 보호와 직결된 만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시장에 재차 경고했다. 다만 “해외 비트코인 선물 ETF는 현행처럼 거래되며, 현재 이를 달리 규율할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시장 일각 기대심리 여전, 전문가들 '시장 전망'도

국내 자본시장법상 애초 비트코인 선물은 물론, 현물 자체가 기초자산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가 등장하려면, 그 기초자산으로 비트코인 현물이 법적으로 인정돼야만 한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법적 성격 자체가 국내에선 모호하다.

비트코인 현물을 바탕으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를 받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가상자산의 성격 규정을 둘러싼 법적·정책적 판단부터 선행돼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그러나 강경한 금융당국의 입장과 제도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국내 암호화폐 시장은 일말의 ‘기대’를 감추지 않는 분위기다.

일부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연일 BTC ETF의 향후 장세에 대한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그 중 한 증권사의 유명 애널리스트는 한 암호화폐 매체의 라이브 방송에서 “전세계적으로 비트코인 ETF가 10조 달러 규모에 달한다”면서 “앞으로 ETF 시장의 1%에 해당하는 1000억 달러를 차지할 것”이라며 “그 시기는 3~10년쯤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자산이 풍부한 베이비붐 세대가 비트코인 ETF에 투자를 많이 하고, 젊은 세대는 알트코인에 몰릴 것”이라고 장차 시장 흐름을 전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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