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경영硏, '디지털금융 확산과 은행의 미래' 주제 라운드테이블
디지털기술환경, 금융에 혁신 초래 반면 일자리 감소 등 부정적 영향도
가상자산 리스크, 전통금융 전파 경로 차단 필요
디지털기술 발전, 뱅크런 양상 바꿔놔
플랫폼기업 금융업 진출 시 리스크 방지 위한 감독·규제 필요

디지털화폐 이미지.
디지털화폐 이미지.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스테이블 코인, CBDC 및 토큰금융 등 가상자산에 의한 리스크가 전통금융으로 전파되는 경로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AI 등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디지털 기술 환경이 금융에 혁신을 불러오는 반면 일자리 감소 등 부정적 영향도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10일 (사)한국금융연구센터와 공동으로 개최한 ‘디지털 금융 확산과 은행의 미래’라는 주제의 제13회 라운드테이블에서, 김진호 이화여대 교수(경영학)는 작금의 디지털 기술은 ‘금융에 축복인가 아니면 재앙인가’라는 문제의식 하에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이 자리에서 김 교수는 ‘디지털 금융의 현황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디지털 기술이 가져올 금융권의 환경 변화를 살펴보고, 이에 대한 금융권의 대응전략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먼저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디지털 기술 환경, 대표적으로 AI, 블록체인, 메타버스,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웹3.0, 양자컴퓨팅들이 금융에 혁신, 효율성 증가 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일자리 감소, 기술 중립성 위협 등의 부정적 영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교수는 가상자산들을 소개하고 연장선에서 스테이블 코인, CBDC 및 토큰금융에 의한 리스크가 전통금융으로 전파되는 경로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빅테크, 핀테크 등 테크기업들의 금융시장에 대한 진입이 효율성 제고 등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리스크를 유발하는 점을 인정하고, 이를 완화하는 방안으로 동일 행위-동일 규제 접근의 감독과 규제체계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교수는 “전통 금융기관들은 디지털금융과 관련해 뚜렷한 비전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혁신을 저해하는 조직문화나 내부 전문인력 부족 등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를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추가적으로, 금융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불평등 완화를 위한 디지털 관련 교육의 중요함도 강조했다.

40여 명의 전문가와 금융기관 관계자가 참석한 이번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최근 디지털 금융을 중심으로 급속히 변화하는 금융시장에서 개별 금융기관이 경쟁력을 갖추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 금융 산업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모색했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고도화된 디지털기술을 통한 금융서비스 혁신뿐만 아니라 SVB(Silicon Valley Bank) 사례를 거울삼아 리스크 관리 고도화를 위한 디지털 금융도 강조돼야 한다는 방향성에 공감하고, 이에 따른 잠재적 이슈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다양한 의견과 정책제언을 공유했다.

신관호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디지털 뱅크런과 금융안정성’이라는 주제를 통해 올 3월 발생한 SVB의 파산은 미국 역사상 3번째로 큰 규모의 은행 파산이었으며, SNS를 통해 파산위험에 대한 정보가 빠르게 공유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디지털기기를 통해 순식간에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됐다는 점에서 디지털 기술 발전이 뱅크런의 양상도 바꾸고 있다고 언급했다.

신 교수는 “SVB는 장기채권에 투자했는데 최근 금리 급등으로 큰 손실을 보았고, 누적된 SVB의 손실이 미 실현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감독행위를 주저했다”며, “SVB에 대한 부정적인 소식이 SNS를 통해 급속히 전파된 것이 SVB 뱅크런의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디지털 뱅크런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첫째, 만기보유증권(HTM)으로 분류된 자산이라도 정부채권과 같이 유동성이 어느정도 유지되는 자산이라면 손실에 대해 적절한 적기 시정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둘째, 자기실현적 뱅크런을 줄이기 위해 부채의 집중을 피하고, 펀더멘탈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유동성 및 만기에 대한 규제를 확대하고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등 건전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셋째, 금융기관 자체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강화하고, 자산 및 부채의 다각화를 통해 위험관리를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넷째, 기업용 결제계좌의 보험 한도를 높이는 등 예금의 계좌 유형에 따라 차등적으로 예금보험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예금보험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뱅크런을 겪는 은행의 문제가 다른 은행들에 전염돼 시스템 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해당 부실금융기관을 예금보험공사 등의 감독기관이 신속하게 정리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주용 동국대 교수(경제학)는 ‘디지털 금융과 은행의 대응 전략 : 온라인 플랫폼의 금융 진출과 은행의 비금융업 진출’이라는 주제로 변화하고 있는 은행산업에서의 바람직한 금융-비금융 협력 구조에 대해 밝혔다.

전 교수는 “은행은 거래계좌 발행, 유동성의 원천, 통화정책의 전달경로 등에서 특별하다”며, “플랫폼 경제에서 금융산업은 지급결제 분야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금융산업에서 플랫폼화로 금융기관의 고객 접점이 크게 변화하고 있고, 투자자문이나 투자일임 등 자산관리 사업도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전 교수는 “은행이나 대규모 플랫폼 기업이 각자의 비핵심 영역에 단독 진출이 쉽지 않으므로, 전통 금융기관과 대규모 플랫폼 기업 간에는 경쟁보다는 국내외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당분간 협업의 형태가 유지되거나 더욱 진화될 것”이라며,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등 규제 변화가 심화되면 양자 간 경쟁구도를 촉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대규모 플랫폼 기업이나 핀테크 기업 등이 금융업에 진출하면서 금산분리 규제에 변화가 발생하고 있는 점에 대해 전 교수는 “이들의 금융업 진출이 리스크를 유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에 금융 감독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전 교수는 “전통적 금융기관, 대규모 플랫폼 기업이나 핀테크 기업의 디지털 금융 혁신은 장려해야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제도적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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