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비즈니스모델 창출에 R&D역량 모아야

임병훈 이노비즈협회장.
임병훈 이노비즈협회장.

국가나 기업이 지속성장하려면 R&D(연구개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비전에 맞게 계획을 잘 세워도 다급한 현실 때문에 그대로 진행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목적을 제시하며 모든걸 녹여내 결국 성과를 이루어낸 리더들이 있고 그들 덕분에 세상은 진화한다. OECD국가 중 예산대비 R&D 비율이 가장 높은데도 성과가 낮아 우리 정부의 고민이 깊다. 급기야 대통령까지 나서 부패카르텔로 변질된게 아닌가를 의심하며 정책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연구를 위한 연구는 근절시키되 연구개발이 사업성과와 연결되게 확 바꾸겠다면 참으로 옳고 좋다. 하지만 성과가 낮다고 R&D지원을 갑자기 중단한다면 일선 현장의 혼란은 예상과 달리 심각해질 것이다. 약속한 기간동안 정부지원과 자체예산을 세워서 한창 연구 개발 중인데 어떻게 중단할 수 있겠는가? 기 채용한 연구인력과 이미 진행한 프로세스를 어떻게 정리할 수 있겠는가? 그렇치 않아도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든 상황에서 정부가 빌미를 제공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겠는가? 그렇게 되면 부패카르텔은 정부를 상대로 더 설칠 것이고, 지극히 정상적으로 수행중인 많은 기업들은 실망을 넘어 자포자기 할 것이다. 이것은 정부가 원하는 방향은 절대 아니라고 믿는다.

오히려 R&D정책 방향을 전환시켜 혁신성장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기술이 부족하던 시절에는 신기술 개발이 최우선 목표였지만 기술이 차고 넘치는 지금은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창출에 R&D역량을 모아야 한다. 현 시대 최고기업 애플도 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했을 뿐 기술은 대한민국 벤처기업이 이미 상용화시켜 놓은 걸 활용했다. 현재 글로벌 경제를 이끌고 있는 모든 기업들은 신기술로 성공한게 아니고 혁신비지니스 컨셉을 가지고 성공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자부심이 되고 있는 가전제품 세계1등 기업 LG의 미래전략을 들여다 보자. 그룹의 모든 R&D역량을 모아 LG만의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있다. ‘스마트파크’로 불리우는 LG 창원공장을 중심으로 수년내 바뀔 미래모습은, 생산 라인작업자들은 모두 AI로봇으로 대체되고, 깜깜한 곳에서도 로봇들은 상호 소통하며 쉬지않고 일하고, 주문생산이라 재고 걱정없고, 숙련공과 주·야간 근무자 관리 고통도 없다. 제품을 팔지 않고 구독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직원들은 제품 사용자 가치에 집중하고, 실시간 수집되는 제품 사용경험 데이터는 더 차별화된 가치개발에 활용한다. 국내에서 가전제품 중심 구독경제 생태계 플랫폼을 완성한 후 글로벌시장 생태계로 확장한다.

제조자와 사용자 그리고 금융이 서로 고객이 되는 생태계는 시장경제 원리가 작동되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지혜로워지며 견고해진다. 잘 나가는 글로벌 기업들은 모두 이렇게 뉴 비즈니스 모델 창출에 집중하며 기술은 벤처기업들과 파트너십으로 해결한다.

정부의 R&D 정책도 기술개발보다는 혁신비즈니스 모델 개발지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세계시장에서 잘 하고 있는 우리 대기업들에는 감사 박수를 보내고, 열악한 중소기업들이 합치고 협업할 수 있게 정부의 R&D역량을 모아야 한다. 중소기업들이 합치고 협업하는데 금융시스템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이 마중물이 돼야 한다.

올 연말에도 또다시 돈이 돈을 벌었다고 금융권에 대한 성토가 시작되며 민심을 부추길 것이다. 공급자 주도 경제시스템을 만들며 세상을 풍요롭게 해온 금융이 이제는 자유시장주의를 위협하는 존재로 매도되고 있다. 하루빨리 금융이 제조업을 거쳐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정부가 길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금융시스템이 제조자와 소비자 사이에 들어가서 구독경제 생태계에 존재하게 해야 한다. 소비자 주도 경제에서는 구독경제 시스템만이 금융이 제조업을 견인하게 할 수 있다.

미래 소비자는 제품을 사지 않고 사용자 경험과 가치만 구독할 것이라는 걸 이미 모두가 알고 있다. 꼭 필요한 곳에 꼭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구독경제 생태계만이 ESG경영을 갈망하는 지구인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

고객을 찾아다니며 생존하던 시대가 가고, 누군가의 고객이 되어주어야 생존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대한민국이 그 세상을 먼저 열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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