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착각·실수·비합리적 지출 유도하는 온라인 인터페이스
공정위, ‘19개 유형의 다크패턴 방지책’, '사업자·소비자 유의사항' 제시

네이버 쇼핑 화면. 본문 기사와는 무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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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공장용 자재를 온라인 주문, 판매하는 자재상을 운영하는 A씨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물건을 사입할 때 특히 ‘다크패턴’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자신도 포장재를 구매하기 위해 전자상거래 포탈에 접속한 적이 있다.

“그러나 시중의 유사제품에 비해 가성비가 너무 좋아 대량으로 구매했다가 알고보니 처음 사이트에서 소개했던 품목들과는 다른 점이 너무 많았다”면서 “그러나 환불을 위해 등록업체를 찾았으나, 이런저런 조건을 붙이다가 결국 연락도 안 되고 이미 사라져버렸다”고 했다.

중소제조업체나 자재업체들 간에도 온라인 상거래가 보편화된 현실에서 이같은 ‘다크패턴’의 폐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가 2일 이른바 소비자를 속여서 물건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온라인 다크패턴에 대처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공정위는 일단 온라인 다크패턴을 4개 범주, 19개 세부 유형으로 구분하고 각 유형별로 상세한 설명과 함께 사업자 관리사항 및 소비자 유의사항을 담은 ‘온라인 다크패턴 자율관리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다크패턴’은 본래 사람을 속이기 위해 디자인(설계)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뜻하는 말이다. 이는 인터넷 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에서 사용자들을 은밀히 유도해 물건을 구매하거나 서비스에 가입하게 하는 것이 대표적인 수법이다. 품질을 속이거나, 과장된 표시광고를 하고, 애초 판매 시점과는 다른 조건을 내걸기도 한다. 즉, 소비자의 착각, 실수, 비합리적 지출 등을 유도할 의도로 설계된 온라인 인터페이스다.

이번에 공정위가 내건 가이드라인은 크게 ▲목적 ▲적용대상 ▲기본원칙 ▲세부 유형별 사업자 관리사항 및 소비자 유의사항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가이드라인의 적용대상은 전자상거래법에 따른 전자상거래 등과 표시광고법상 표시·광고가 온라인 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이며, 다만 법적 구속력이 없고 그 내용이 법위반 여부 판단의 기준으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다음으로, 기본원칙은 사업자가 소비자와 전자상거래 등을 할 때 거래조건을 정확히 이해하고 의사표시를 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를 설계·운영해야 하고, 소비자가 자신의 선호에 따라 자유롭고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원칙에 따라 각 다크패턴의 세부 유형별 사업자 관리사항과 소비자 유의사항을 마련했다.

다크패턴이 즐겨 쓰는 대표적인 유형으로는 ‘숨은 갱신’, ‘잘못된 계층구조’ 등을 들 수 있다.

‘숨은 갱신’ 유형은 서비스가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되거나 결제대금이 증액될 때 소비자에게 별도의 동의나 고지 없이 계약을 자동 갱신하고 그 대금이 자동 결제되도록 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로 인해 소비자는 자신도 모르게 계약이 갱신되거나 대금이 자동결제됨으로써 원치 않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피해를 입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은 “사업자에 대해 유료 전환 또는 대금 증액과 관련하여 소비자의 명확한 동의를 받고, 유료 전환 또는 대금 증액 7일 전까지 소비자에게 변경의 주요사항을 통지할 필요가 있다”고 규정했다.

‘잘못된 계층구조’ 유형은 소비자에게 불리하거나 사업자에게 유리한 선택항목을 시각적으로 두드러지게 표시하여 소비자로 하여금 그 항목이 유일하거나 반드시 선택해야만 하는 것처럼 오인하게 만드는 행위를 말하는데, 이로 인해 소비자는 원치 않는 선택을 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은 “사업자에 대해 소비자의 어떤 선택이 필요한 상황에서 화면을 구성할 때 각 선택사항의 크기나 모양, 색깔을 대등하게 표시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취소 버튼의 색깔을 회색으로 바탕화면과 비슷하게 표시함으로써 마치 버튼이 존재하지 않거나 누를 수 없는 상태인 것처럼 표시하는 경우”를 예로 들기도 했다.

또한, 가이드라인에는 현행법을 적용하여 제재할 수 있는 유형의 경우 과거 공정위 심결례 및 판례를 통해 위법한 행위로 본 사례들을 예시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앞으로 가이드라인 마련에 그치지 않고 앞서 발표된 ▲전자상거래법 개정 및 ▲다크패턴 실태조사 등의 후속조치도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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