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옥타 제24차 세계대표자대회 기조강연
"우리경제, 보이는 문제와 함께 보이지않는 문제 있다"
"건전재정에 집착하다 타이밍 놓쳐"
"34년 공직생활에 두번의 큰 좌절 겪어, 세번째 좌절은 겪고싶지 않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월드옥타 세계대표자대회에 참석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현 정부의 경제정책, 그중에서도 재정정책에 대해 “돈을 써야할 때 쓰지 못하고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며 작심한듯 쓴소리를 했다.

김 지사는 미국 방문여정에 이어 이날 곧바로 도쿄로 날아와 세계한인무역협회(이하 월드옥타) 주최 제24차 세계대표자대회에 참석해 기조강연을 통해 “대한민국 경제성장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고 잠재성장률은 그 어느때보다 낮은 수준으로 추락하고 있으며 우리 경제의 핵심인 수출과 무역에 적신호가 켜졌다”며 우리 경제의 두가지 문제로서 ‘보이는 문제’와 ‘보이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 등 3고(高) 현상 등 여러가지 보이는 문제들과 함께 정부정책이 때로는 오히려 시장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과 자본주의는 보이지않는 손에 의해 움직인다고 하는데 우리는 지금 '보이는 주먹'이 작동한다는 것이 얼마전 한 경제지 칼럼에 나왔던 얘기”라며 현 정부정책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김 지사는 "건전재정은 저같이 재정을 오래 한 사람의 오랜 로망이지만, 재정은 필요할 때는 써야 되는 것이고 또 쓰고 나서는 채워야하는 것"이라며 "경제상황이나 어려운 취약계층을 봤을때 돈을 써야할 때"라는 주장을 폈다.

“민간이 할 수 없는 일을 정부가 과감한 투자를 통해 전기(轉機)를 만들고 이를 통해 투자금액 이상의 아웃풋과 리턴을 가져올 수 있다면 돈을 써야 된다”라며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이어나갔다. “다만 핀포인트 하듯이 꼭 필요하고 마이크로한 재정정책을 통해 거시재정의 안정화와 위기에 대응하는 것이 필요한데, 건전재정에 집착하다 보니까 돈을 쓸 타이밍을 놓치고 있는 것 같다”는 게 현 정부의 재정정책을 바라보는 김 지사의 시각이다.

그는 “우리 경제가 권력과 힘에 의해 사람이 임명되는 권치(權治) 중심은 아닌지”라고 반문하며, 최근 금융계와 KT CEO 임명과정을 예로 들었다.

이어 김 지사는 경제관료로 일한 지난 34년의 공직기간에 두 번의 큰 좌절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첫번째는 2005년 노무현정부때 경제부처 국장으로 일하면서 ‘비전 2030’ 보고서를 통해 25년뒤 대한민국의 미래를 내다보며 재정계획을 세우고 대한민국이 나아갈 비전을 제시하며 실천방안과 정책을 담았으나, 정치권의 정쟁과 이념싸움으로 좌절이 됐다며 공직생활에서 경험한 첫번째 좌절이었다고 말했다.

두번째는 경제부총리 시절 우리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꿔보고 싶었으나 1년6개월에 하루를 더해 부총리로 재직하면서 결국은 이런저런 이유로 실패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그는 세번째 좌절은 하고 싶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갑작스럽게 정치에 입문하게 됐고, 아무리 좋은 정책도 정치권에서 부터 변화와 개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라며 정계에 발을 들여놓은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작금의 정치상황과 사회 구조에 대해서도 매크로한 시선으로 비판의 메스를 가했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승자독식 구조의 폐해를 누누이 지적해온 그는 이날도 어김없이 "대한민국 발전의 첫 걸음은 각종 ‘금기(禁忌) 깨기’, 대표적으로 정치세력 등이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생적 경쟁관계에 있던 거대 정당들이 그동안의 기득권을 유지하거나 확장하기 위해 승자독식 구조를 공고히 하고 경제와 사회, 교육에 있어 변화와 개혁을 실질적으로 가로막는 역할을 해왔다"며 정치권을 향해 날선 비판을 했다.

이같은 우리사회의 승자독식 구조를 깨기 위해선 대표적으로 3가지 금기를 깨야한다며 ‘추격경쟁의 금기’, ‘세습사회의 금기’, ‘기득권 정치의 금기’를 예로 들었다. 가장 먼저 대한민국 경제는 지금까지 선진국을 따라하는 추격경기 였으나 이제는 더 이상 벤치마킹할 선진국이 없이 우리 길을 제 스스로 개척해야하는 선도경제의 길로 가야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입에 물고 태어난 수저의 색깔로 인생이 결정되는 세습사회의 금기 또한 깨야한다"며 일명 '금수저', '은수저'론이 젊은세대에 좌절을 안겨다주는 우리사회의 부조리를 겨냥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진입 장벽이 높은 시장은 다름아닌 정치시장이라며 기득권정치의 금기 또한 깨야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지사는 미국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인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의 저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How Democracies Die)'의 내용을 인용하며, 과거에는 쿠데타로 민주주의가 무너졌지만 이제는 합법적으로 선출된 권력에 의해 민주주의가 무너진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예에서 보듯이 미국 민주주의가 합법적 권력에 의해 망가진 두가지 이유로 ‘견제와 균형의 상실’, ‘권력행사에 있어 무절제’를 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의 한국사회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현 정치상황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와함께 경제부총리 재직시 국회에서 당시 경제가 위기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경제 위기가 아니라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라고 한 답변이 화제가 됐는데, 그로부터 한달뒤 부총리 직에서 내려왔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는 “경제적 위기일까요, 정치적 위기일까요”라고 되물었다. "경제적 양극화와 정치적 양극화의 상관관계에 대해 많은 연구가 있어왔는데, 경제적 양극화로 인해 정치적 양극화가 빚어진다고 하지만 거꾸로 정치적 양극화가 경제적 양극화를 가져온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많다"고 그는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 정치판 내지는 우리사회의 문제점을 한가지 짚으라면 바로 승자독식 구조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정치, 경제, 교육 등 모든 부문에 있어 승자가 모두를 가져가는 구조, 그래서 정치교체를 주장했고 권력구조 개편과 정치개혁, 그에 이은 경제운영 시스템의 변화, 교육시스템의 변화를 얘기했다고 그는 말했다.

김 지사는 지난 2021년 8월 고향인 충북 음성의 조그만 행정복지센터 2층에서 ‘단기필마’로 대선출마를 선언했고, 9월초 정식으로 출마 선언을 하면서 특수학교를 졸업한 20대 청년 다섯명이 출마 영상을 하루만에 자원봉사로 촬영해주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때 이 청년들에게 해준 것이라곤 점심때 드라이브 스루로 맥도널드 햄버거를 사와 차 안에서 먹은게 전부였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이날 기조강연 도중 당시 출마선언 영상을 보여주며 그때의 초심을 지금도 갖고있으며 맨주먹으로 (대선출마를) 했던 그 기억이 더욱 생생하다고 말했다. 그는 "옥타 회원들은 대학총장이든 부총리든 야인으로든 어떤 위치에 있든 함께 고락을 같이 한 선배이자 친구들"이라며 "다함께 대한민국 금기깨기에 나서주어 제대로 된 대한민국을 한번 만들어봤으면 하는 생각에서 여러분께 말씀드렸다"는 말로 강연을 맺었다.   

기조강연에 이어 김 지사는 월드옥타와 제27차 세계한인경제인대회의 경기도 수원 유치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경기도와 수원시, 월드옥타는 오는 10월 열리는 제27차 세계한인경제인대회를 공동 추진한다.

18일 일본 도쿄 뉴오타니호텔에서 열린 월드옥타 제24차 세계대표자대회 개회식에서 주요 내외빈 인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황복희 기자]   

한편 월드옥타 제24차 세계대표자대회는 이날 오후 일본 도쿄 뉴오타니호텔에서 열린 개회식을 시작으로 성대한 막을 올렸다. 이날 개회식은 코로나사태 이후 그 어느때보다 성황리에 열렸다.

세계대표자대회는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과 모국 투자를 마련하는 자리로, 올해는 67개국 142개 도시에서 활동하는 월드옥타 회원 600여명과 국내 중소기업인, 국회와 정부부처, 유관기관 관계자 200여 명 등 총 800여명이 참가했다.

개회식에는 전·현직 월드옥타 회장단 외에 윤덕민 주일본대한민국대사관, 국회 김영주 부의장, 설훈·이원욱·김병욱·한무경·이주환·고영인 의원,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영환 충북도지사, 김성곤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안경률 국제통상전략연구원장, 김광일 민주평통 일본지역회의 부의장, 월드옥타 김무성·김정훈 고문 등의 내외빈 인사가 자리를 함께 했다.

이번 행사는 18일 국회 세계한인경제포럼 춘계 세미나, 글로벌마케터워크숍에 이어 19일 통상위원회 회의, 수출상담회, 일본지역 해외취업자 정착 고민상담회, 국제통상전략연연구원 춘계 세미나, 20일 차세대 글로벌 네트워크 포럼, 이사회, 총회 등의 일정으로 21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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