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권-지방저축은행-카드·캐피털, 모두 흔들려
지속되는 금리인상에 연체·콜옵션 등 금융권 신뢰도 하락
자동차소비도 줄어 제조업체 국내 판매 악화 전망

춘천 레고랜드 채권 부도사태로 인한 후폭풍이 전 금융권으로 번지고 있다. 춘천시 하중도에 위치한 글로벌 테마파크 '레고랜드'.[강원KBS]  

[중소기업투데이 정민구 기자]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 후폭풍이 전 금융권을 일파만파 흔들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보험사들의 신뢰도 훼손 우려에 일부 지방·중소형 저축은행 연체율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카드사 자동차할부 금리는 끝 모르고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제한하는 한편 카드사 영업 실적에도 지장을 주고 있어 정부 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시장개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난 1일 5대금융지주(KB·신한·하나·농협·우리금융)가 올해 연말까지 95조원 규모의 시장 유동성 및 계열사 자금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나, 아직도 신용 불안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흥국·DB생명, 보험권 신뢰도 훼손

‘레고랜드 사태’ 이후 최근 보험사들의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조기상환권(콜옵션) 연기 움직임이 잇따르면서 보험업계에 대한 국내외 투자 신뢰도가 떨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2017~2018년까지 보험사들이 외화채 시장을 통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22억달러(약 3조1천억, 6일 0시 매매가지준) 규모로 추산됐다. 이 중 10억달러는 올해, 나머지 12억 달러는 내년에 콜옵션 행사가 예정돼 있다.

2017년 5억달러어치를 발행한 교보생명은 지난 6월 조기상환을 완료했다. 그러나 최근 흥국생명이 5억달러를 상환하지 못했다. 또한 DB생명도 2017년 발행 3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연기했다. 해당 채권은 외화채가 아닌 국내 사모채라 외화채 발행 위축 우려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자금조달이 예고된 기간에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흥국생명과 함께 자금 유동성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 것이다.

이렇듯 흥국생명과 DB생명의 상환 연기는 보험권 신뢰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이번 사태로 국내외 자금 시장 내 불확실성이 일부 확대됨에 따라 차환 목적으로 신규 외부 자금을 조달하려고 한 회사들의 경우 조달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지방·중소형 저축은행 연체율 30% 육박

이처럼 신뢰도의 위기는 지방 저축은행에서도 번지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나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부산·경남에 위치한 모 저축은행의 부동산업 관련 대출 연체율이 29%에 달하는 등 일부 지방 중소형 저축은행의 연체율 지표가 악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각종 규제가 강화됐으나, 저축은행발 부동산 PF 위기가 발생할 경우 금융권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주목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 79곳 중 올해 상반기 일부 지방·중소형 저축은행에서는 부동산업·건설업·부동산 PF 등 각 업종에서의 연체율이 10~20%대로 높아졌다. 전체 저축은행 업계의 부동산 PF 연체율이 1.36%다. 이를 감안하면 해당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이상적으로 아주 높다는 것이다.

특히 부산 울산 경남 소재 12곳의 저축은행 가운데 A저축은행은 부동산업 관련 대출 연체율(대출 잔액 중 1개월 이상 미상환된 잔여 원금 비중)은 무려 29%에 달했다. 부동산업 관련 대출 287억원 중 85억원이 연체액이다. B저축은행의 경우 건설 부문 관련 연체율이 22%로 관련 대출 101억원 중 연체액이 23억원에 달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수도권에 있는 대형 저축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동산 PF 등의 대출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형사에서는 사업장 1~2곳만 부실이 되어도 연체율이 급격히 상승한다”면서 “외견상 보이는 연체율 숫자만 보고 전체가 크게 문제가 된 것으로 볼 수는 없으나, 일부 손실을 불가피하게 여기더라도 감내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은 배제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카드·캐피털사, 고금리 자금 조달 고충

최근 2년간 캐피털사가 장악한 자동차 할부 시장의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저금리 상품을 내놨던 카드사들은 물론 캐피털사들까지 대출 규모를 줄이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이어지는 자금경색에다 이어지는 고금리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카드·캐피털사들은 대출 금리를 높이거나 연말까지 신규 대출을 중단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탄식이다.

6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11월 기준 국내 주요 카드·캐피털사들의 자동차 할부 대출 금리는 연 6~7%대다. 현대자동차 그랜저를 현금 구매 비율 10%, 대출 기간 36개월로 계열사인 현대캐피털에서 할부 구매할 경우 최저 금리 4%지만, 최고 9%로 10%에 육박한다.

다른 주요 카드사 차량 할부 금리도 평균 6%대다. 앞서 언급한 그랜저를 같은 조건으로 구매할 경우 삼성카드가 6.6% 금리, 국민카드는 6.3~6.4%, 하나카드는 5.3~6.5% 금리를 적용한다.

롯데카드의 경우 무려 8.7%다. 연말 할부 금리는 자칫 10%대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게 카드사 예상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올해 여름까지만 해도 최저금리 2%대 자동차 할부가 나왔지만 지금은 꿈같은 얘기다”라면서 “올해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와중에도 고객 유치를 위해 출혈 경쟁을 지속해 왔지만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고 했다.

카드사와 캐피털사들이 대출을 상당 부분 축소하고 있는 상황은 전반적인 금융권 금리 급등, 자금 시장 경색으로 인한 자금 조달 곤란 탓이다. 카드사·캐피털사는 은행과 달리 수신기능이 없다. 따라서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을 발행, 자금을 조달한다. 하지만 올해 미국의 계속되는 ‘자이언트 스텝’으로 전 세계 금리가 급등, 여전채 금리 역시 큰 폭으로 올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등급 AA+인 여전채 3년물 금리는 지난 4일 6%를 기록했다. 지난 1월 3일에는 같은 조건의 여전채 금리가 2.42%였는데 10개월만에 금리가 2.5배가 된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대출이 많은 일부 캐피털사들이 자금난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자동차할부금융 비중이 높은 회사의 경우 담보력이 인정돼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은 반면 부동산금융이 많은 캐피털사는 위험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를 사고 싶어도 찻값이 오른 데다 캐피털·카드사의 할부 축소·중단까지 겹치면서 자동차를 살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어 애꿎은 소비자들은 2중으로 골탕 먹고 있다.

지난 3월 할부계약을 하고 이번 달 차를 출고받기로 약속한 계약자 김모씨는 “3월에는 12개월 무이자 할부라는 옵션도 있었는데, 지금은 카드사 자동차할부계약 최저 금리가 5%나 돼 계약을 진행해야 될지 고민”이라며 “더욱이 앞으로 더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높아 해약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곧 소비심리가 얼어붙어 국내차 판매량 감소로 현대·기아차 등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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