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 “미국내 이차전지 경쟁력 키워, 이익 최대화해야”
미국 내 전기차 생산기반 서둘러, 선제적 점유율 방어

사진은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6.(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6.[현대자동차]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IRA 발효로 국내 자동차산업은 피해가 예상될 뿐 아니라, 국내 이차전지산업도 배터리 관련 규정 충족이 쉽지 않아 단기적으로는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연구보고서를 통해 “다만, 최근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이 북미지역 생산 기반을 빠르게 확장 중인 만큼 (배터리 산업으로선) 중장기적으로 이번 IRA가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우리로선 좌절하기보단,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미국 IRA 이후 금융계 연구기관들이 이에 관한 분석과 전망을 쏟아냈지만, 산업 전반을 연구대상으로 하는 국책연구기관에서 이에 관한 깊이있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산업연구원은 우선 “미국 시장에서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 열위에 처하게 됐다”면서 “이는 현대차·기아가 미국 시장에서 판매하는 전기차는 ‘최종 조립 조건’ 충족이 어렵기때문”이라고 밝혔다.

연구원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 하반기부터 미국 알라바마 공장을 개조 또는 증설하여 GV70 전기차 일부를 현지 생산할 예정이나 그 물량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기아는 또 조지아주에 약 30만 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으나 2025년 이후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결국 신공장 가동 시점인 2025년 이전까지는 현대차·기아가 판매하는 전기차 대부분이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원은 “반면에 IRA의 ‘최종 조립 조건’을 충족하는 경쟁업체들은 모두 IRA 발효 이후에도 1대당 7500달러 상당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르면 포드(Ford), GM 등 미국 기업은 물론, 현재 북미 지역에서 공장을 가동 중인 독일, 일본 등 경쟁사들의 일부 차종들은 IRA 세제 혜택 대상에 포함되어 우리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 상승 효과를 누리게 되었다. 또한 테슬라와 GM의 경우 내년부터 업체당 한도 조건(20만 대까지만 혜택 부여)이 없어지면서 향후 배터리 관련 조건만 충족되면, 2023년부터 판매차 전량에 대해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이로 인해 특히 미국 전기차 시장 1위 기업인 테슬라의 독주가 더 강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아이오닉5, EV6 등이 최근 호평을 받으며 미국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고 있었던 현대차·기아에게 IRA 발효는 큰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이처럼 IRA가 단기적으로 국내 자동차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연구원은 다만 “중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평가는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내년부터 시작돼 점차 강화될 배터리 관련 규정들은 국내는 물론 외국기업들도 충족시키기 어려운 조건이기 때문”이라고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즉 배터리 핵심 광물을 보면 대부분이 IRA가 요구하는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에서 생산, 정제되는 경우는 극히 적은 분량이다. 천연 흑연의 경우 중국에서 생산되는 물량이 82%에 달하고 정제(제련)는 전량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리튬도 마찬가지다. 현재 리튬은 호주 및 칠레(모두 미국과 FTA 체결)에서 주로 생산되나, 리튬 정제(제련)는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인도네시아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배터리 부품 조건 역시 모든 나라의 완성차 업체들이 충족시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란 얘기다. 실제로 전 세계 배터리 셀의 75%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 또한 세계 시장에서 중국 의존도가 60%가 넘는 실정이다.

연구원은 “이같은 상황 때문에 실제로 세계자동차제조협회는 IRA 발효로 수년 내에 ‘모든’ 전기 차종이 미국에서 세제 혜택을 받지못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 외국 기업이나 배터리 규정 미비로 세제 혜택을 못받는 처지는 같다는 뜻이다. 이에 “우리 기업들이 얼마나 신속하게 미국 내 전기차 생산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지, 그리고 IRA 배터리 규정에 부합하는 ‘이차전지’ 공급망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구축할지 여부에 따라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며, (현재 2위의) 시장 점유율을 방어할 수 있을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원은 특히 “우리나라 이차전지산업은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강조하며 일말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실제로 IT용 소형 배터리와 ESS(에너지저장장치) 분야는 세계 1위를 줄곧 유지 중이고, 전기차용 배터리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지만 최근 격차를 상당히 좁히고 있다. 전체 시장점유는 CATL(중국), LG에너지솔루션(한국), 파나소닉(일본) 순(2020년 기준)이다. 그러나 중국 시장을 제외하면 국내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 SDI, SK온이 각각 1위, 3위, 4위로 올라서게 된다.(2020년 기준)

SNE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시장의 경우 2021년 기준으로 일본(파나소닉이 테슬라에 배터리 공급)이 80%로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고, 이어 한국(11%), 중국(7%), 미국(2%) 순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최근 국내 배터리 3사가 미국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의 미국 생산 기반 확대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25년에는 우리 기업의 미국 시장 합산 점유율이 56.4%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연구원은 “우리 이차전지 기업의 북미지역 생산 기반 확대 추세가 규모와 속도 양면에서 모두 일본, 중국 등 경쟁국보다 확실히 우위에 있고, 우리 기업들이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내 제조 기반을 갖고 있는 완성차 업체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갖고 있다”면서 “이런 점을 볼 때 IRA 발효는 중장기적으로 국내 이차전지산업에 악재보다는 수혜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했다. 특히 IRA 발효 이후 미국 시장에서 중국 배터리 기업의 배제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우리 기업들의 미국 시장 내 우월적 지위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는 등 반사이익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연구원은 “다만 리튬, 흑연 등 핵심 광물의 생산 및 정제가 중국 등에 주로 분포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도 완성차 업체들이 요구하는 IRA의 배터리 핵심 광물 조건 충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북미지역 생산 기반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고 하지만 당장 내년부터 시작되는 배터리 부품 조건 역시 곧바로 맞출 수 있는 여력이 될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경계했다.

이 경우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이 거래하는 완성차 업체가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돼 매출 감소 등 부정적인 영향이 일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다만 파나소닉 등 미국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외국 배터리 기업들도 핵심광물 및 부품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 해도 그 정도는 상당히 제한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신중한 의견을 내놓았다.

연구원은 결론적으로 “IRA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방어를 위한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고, 미국 내 전기차 생산 기반 구축을 최대한 앞당기며 향후 펼쳐질 미국과의 실무협상에서 우리 이익이 최대한 확보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배터리 원료·소재·부품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지원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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