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장태평 전 농림부 장관
장태평 전 농림부 장관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인수위가 업무를 시작하면서 신구 권력의 충돌이 틈틈이 보도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을 내걸면서 적폐청산이라는 명분으로 구정권 인사들을 처벌하였고, 극심한 좌파정책을 추진하였다. 이 과정에서 공직자들은 신변의 불안과 함께 자신들이 꾸준히 추진했던 많은 정책들을 반대 방향으로 변경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얼마나 심리적 갈등과 고초가 컸을까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많은 경우, 설사 같은 자리에 있더라도 다시 반대 방향의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부동산 정책을 예로 들어 보자. 문재인 정부는 25차례 이상의 대책을 발표하면서 급진적인 좌파적 부동산 정책을 추진하였다. 서민을 위해 주택가격 안정을 목표로 한다면서, 다주택자를 견딜 수 없게 만들겠다고 수차례 공언하였다. 다주택자에게 재산세는 물론 취등록세와 양도세 등 어마어마한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였다. 세금이 아니라 범죄에 과하는 벌과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외에도 꾸준히 촉진하던 주택임대사업을 거의 불가능하게 하고, 법인의 주택 소유를 어렵게 하였다. 그런데 결과는 반대로 2배 이상 주택가격이 폭등하게 되었다. 소형주택에 살거나 집이 없는 서민들과 청년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상황이 악화되자 세금을 1년 전이나 2년 전 기준으로 낮춰 주고 관련 제도를 다시 개정하겠다고 여야가 함께 공약하였다. 무슨 정책이 이런가? 이를 좌파 정권의 책임이라고만 치부할 수 있겠는가? 담당 공직자의 책임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는가?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 시장 원리에 따랐어야 했다. 그런데 이념적, 정치적으로 추진한 결과 이런 참변을 당했다. 동학란 때 일본군은 신무기인 총으로 무장했는데, 동학군은 부적을 가슴에 안고 죽창으로 대응했다. 부적이 목숨을 구해주지는 않는다. 모두 몰살하는 비극을 맞았다.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가슴만으로 되지 않는다. 합리적으로 원리에 입각해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개발연대에 정책을 수립하는 공무원들을 테크노크라트라 했다. 이념이나 정치적 영향을 배제하고 정책을 추진했던 기술자들이었다. 박정희 대통령과 전두환 대통령은 경제정책을 경제부총리와 경제수석에게 온전히 맡기고 간섭하지 않았다. 그 결과 원칙과 원리대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다. 그 결과 기적을 이루었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선언하고, 시설중이던 원전사업도 중단했다. 감성적인 환경논리로 세계 제일의 우리 원전기술과 산업을 허물었다. 특목고, 자사고 등 경쟁적인 교육제도를 죄악시 하고, 선택과 경쟁을 포기하는 획일화로 역행했다. 22조 원이 들어간 4대강 사업의 수중보를 수 천억 원을 들여 해체하는 계획을 단칼에 추진했다. 실현 불가능한 비정규직의 100% 정규직화 정책으로 산업계와 노동계에 큰 분란을 일으켰다. 원리에도 맞지 않는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괴물 정책을 고집했다. 남북관계와 국제관계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나라로 거침 없이 끌고 갔다. 이러한 과정에서 공직자들의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하였다. 미숙한 권력의 칼춤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공직자들의 책임이 완전히 면책될 수는 없다. 그 권력 남용과 불법적 조치에 굴복하여 맹종하였다면, 그것은 국가와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라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제 보수정권으로 정부가 교체되면서, 공직자들은 또 한 번 갈등을 겪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파권력과 좌파권력을 오고 가는 것이 우리나라만 겪는 일이 아니다. 영국, 미국 등 선진국도 오래 전부터 경험해 왔던 일이다. 그런 속에서 안정적인 정부를 이끌고 국가발전을 도모할 수 있었던 것은 애국적인 공직자들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직자들은 국가와 국민에게 충성해야 한다. 따라서 국가체제와 국민복리를 기준으로 정권을 도와야 한다. 정권이 이 기준에서 벗어날 때, 정권과 국민을 설득하고, 헌법과 법률을 수호하는 막중한 역할을 해야 한다. 공직자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 특히 검찰, 경찰, 법원 등 사법기관의 공직자들은 더욱 그렇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런 원칙이 상당히 훼손되었다. 이번 정권 교체기에 이런 잘못을 마음 깊이 반성했으면 한다. 새 정부를 이끌 윤석열 대통령당선자는 검찰총장 재임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하여 뼈아픈 경험을 하였다. 그래서 공직자들은 새정부에서 공직자 본연의 자세를 정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노력을 배가하여, 선진적인 공직 윤리와 공직 풍토를 확립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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