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의 시대, 휴머니즘을 찾아서-
‘나의 꿈, 나의 인생별곡’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지나치게 빠르고 또 복잡하다. 우리가 살아 숨쉬는 요즘 세상이 그렇다. 위대한 것은 예외없이 단순하다고 했다. 진리 또한 그러하여, 만고불변의 진리로 일컬어지는 것들은 의외로 단순하고 가까운 곳에 있다. 모두가 피로하고 지쳐있다. 이럴 때일수록 어떤 메시지가 필요할까. 코로나19로 개개인이 각각의 섬으로 부유하는 그야말로 단절의 시대. 인간과 인간을 이어주는 보이지않는 연결의 복원이 절실한 시점으로 인식된다. 인간성의 회복, 휴머니즘의 복원이 필요하다고 여겨 찾은 주제가 다름아닌 ‘어머니’다. 모성(母性)은 생명을 품는 힘이자 마지막까지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무한한 생명력과 포용력의 원천인 모성이 실종된 시대. 본지는 ‘우리 시대의 어머니’, 땅속에 묻혀있던 보석같은 ‘어머니 이야기’들을 발굴해 시리즈로 싣는다. 자식을 훌륭히 성장시킨 인사들의 생생한 인생스토리도 곁들였다.

▲김낙진 동원아이앤티 회장 ▲정영수 CJ그룹 글로벌경영고문 ▲신경호 일본 고쿠시칸대 교수 ▲구자관 ㈜삼구아이앤씨 대표 ▲이광희 (사)희망의망고나무 대표 ▲박경진 진흥문화㈜ 회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사단법인 유쾌한반란 이사장) 등 7인이 값진 스토리를 흔쾌히 풀어놓았다. 어지럽고 혼탁한 세상에 한줄기 빛이 되고 희망이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편집자주>

국내 1위 아웃소싱 전문업체 삼구아이앤씨는 지난 2019년 6월 베트남 맛바오 BPO 지분 70%를 인수했다. 구자관 책임대표사원(앞줄 오른쪽)이 베트남 호찌민에서 레 하이 빈(앞줄 왼쪽) 맛바오그룹 회장과 맛바오 BPO 지분 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국내 1위 아웃소싱 전문업체 삼구아이앤씨는 지난 2019년 6월 베트남 맛바오 BPO 지분 70%를 인수했다. 구자관 책임대표사원(앞줄 오른쪽)이 베트남 호찌민에서 레 하이 빈(앞줄 왼쪽) 맛바오그룹 회장과 맛바오 BPO 지분 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책임경영의 모델

11년 전인 2010년 필자는 구자관 대표를 어렵사리 신대방동 사옥에서 만났다. 당시 구 대표는 이미 매출 1500억원 가량을 올리면서 중견기업의 반열에 올라섰다. 이쯤이면 젊은 시절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운명’에 대한 질의를 했다. 그는 “운명이요?”하고 필자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단언컨대 운명 같은 거 없습니다. 보아하니 당신도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서 오신 것 같군요. 저보다 키도 크고, 기자를 하니 대학은 나왔을 테고...그렇다면 저보다 모든 조건이 나은데 말이요. 저희 세대는 모두들 그렇게 고생하고 살았고 당연하게 받아들였습니다. 내가 맛보았던 불행과 불운은 저 하늘의 구름 같아서 결국은 바람 따라 달라지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나에게는 인생의 설계도 없으며 철학도 없습니다. 현명한 사람이든 그렇지 못한 사람이든 모두 고난을 짊어지고 살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11년의 세월이 흐르는 사이에 수차례에 걸쳐 조찬 포럼 등에서 구 대표를 만났지만 긴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다. 그러다 지난 5월11일 청계천 사옥에서 50분 가량 만났다. 여전히 90도로 허리를 숙인 뒤 반갑게 대기실로 들어왔다. 이미 몸에 배였다. 로키산맥 수목한계선에서 자란 ‘무릎 꿇은 나무’를 연상케 한다.

 

무릎꿇은 나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북아메리카의 로키산맥 3000미터의 높이에 수목 한계선이 있습니다. 나무가 자라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하는 경계선입니다. 여기는 바람이 매섭고 눈보라가 심해 식물이 도저히 뿌리를 내리지 못한 환경입니다. 그럼에도 특이한 형태의 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심지어 꽃이나 잎조차 제대로 피우지 못한 세상에서 가장 천대받은 나무입니다. 이렇게 천대 받은 나무를 ‘무릎 꿇은 나무’라고 부릅니다. 키가 작고 뚱뚱하며 모양이 오그라들고 뒤틀려 꼭 사람이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천대 받은 나무가 가장 공명(共鳴)이 잘되는 명품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소재로 사용됩니다. 무릎 꿇은 나무가 세계 최고의 오페라 하우스에서 수많은 사람의 감동과 눈물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이 없듯이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는 없습니다. 모두 존재가치가 있습니다. 하찮고 불필요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고통과 눈물 없이 살아온 사람에겐 ‘사람의 향기’가 나지 않지만, 무릎을 꿇은 나무처럼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이겨낸 사람에게는 ‘사람의 향기’가 나는 법입니다.

*스트라디바리우스는 18세기에 이탈리아의 바이올린 마스터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1644~1737)와 그 일가가 만든 바이올린을 뜻합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600~700여 대가 남아 있다고 하는데, 보존 상태가 좋은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은 몇십억 원이 넘는 고가에 팔리기도 합니다.

1조6000억원을 올리는 중견기업의 대기실은 3평정도의 작은 사무실에 불과했다. 대기실 한 쪽 벽에 현황판이 눈에 들어왔다. 계열사별 직원 수 및 매출액과 주요고객, 전국 현장 등이 실시간으로 중계하듯 현황판에 공개되고 있었다. 11년 전보다 매출액은 대략 10배, 직원 수는 3배, 계열사 26개 등등...이런 이유로 구 대표는 국내 중견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언론의 서포트라이트를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투명경영과 책임경영 등 삼구만의 독특한 문화가 언론의 지대한 관심을 끌어온 것이다. 구 대표의 명함에는 직책이 ‘책임대표사원’으로 돼 있다. 기업경영의 성과는 고생한 직원이 갖되 창업주인 자신은 책임만 지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아마 국내 크고 작은 기업CEO 중 최초가 아닐까.

“저는 회사업무에 일절 간섭하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경영을 합니다. 삼구의 방대한 조직을 제가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전문경영인을 둔겁니다. 그래서 제가 이래저래라 할 수 없는 구조가 우리 회사의 문화이자 회사를 키우는 동력입니다. 제가 임원이나 직원에게 뭔가를 간섭을 하면 ‘책임대표사원님, 저를 왜 여기에 앉혀 놨습니까?’ 이렇게 이야기하라고 했는데 제가 이것을 뒤집을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삼구의 자부심이 묻어 나오는 대목이다. 직원 2명으로 출발한 삼구는 중소기업을 거쳐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런 독특한 삼구의 문화를 만들었고 또한 창업자 역시 이를 존중함으로써 기업경쟁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계속>

 

‘구자관 삼구아이앤씨 책임대표사원’ 주요 이력

<학력 및 경력>

▲용문고등학교, 용인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졸업 ▲서강대학교 경제학 석사 ▲제5대 도산아카데미 이사장(2020) ▲한국건축물유지관리협회 회장(2019) ▲한국HR서비스산업협회 11대 회장(2014) ▲한국경비협회 13대 회장(2003)

<수상>

▲대한민국 창조경영인상(2013) ▲신지식인 경영대상(2011) ▲국민훈장 동백장(2007) ▲전경련 국제경영원 최우수경영인상(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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