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환의 인문학 칼럼

하태환 논설위원.
하태환 논설위원.

[중소기업투데이 하태환 논설위원] 우리 한국 사람들의 수명도 자꾸 늘어가면서 이제는 100세 채우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이렇게 장수한다는 게 그다지 달갑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인 것 같다. 나이는 꽤 들었는데 이미 오래 전에 실업인 상태이고, 벌어 놓은 재산도 시원치 않으며, 건강했던 몸도 여기저기서 슬슬 삭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면 목숨 줄 오래 붙들고 있다는 게 복이 아니라 고문이요 저주이다. 특히 초로에 들어설 때 쯤이면 오히려 몸을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여주어야 한다는데, 그럴만한 동기가 없다. 그래서 일거리를 찾아야 한다. 요즘은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무위도식하도록 편히 모시는 것이 아니라, 구멍가게라도 차려주면서 소일거리를 만들어드리는 것이라 한다.

지난 2016년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바둑 대국에서 ‘알파고’가 세계 바둑챔피언인 이세돌을 물리치면서 우리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 준 바 있다.

기계가 게임이나 오락마저도 사람보다 더 잘하는 마당에, 나로서는 솔직히 바둑도 더는 두고 싶지가 않다. 그냥 다 기계에게 맡겨버리지 뭐하러 묘수 찾는다고 끙끙거릴 필요가 있겠는가. 물론 우리의 몸도 차츰차츰 기계로 대체되어 사이보그가 되면서, 거의 죽지 않는 수준에 이르게 될 날도 멀지 않았다고 한다.

몸도 기계가 되고, 정신도 기계가 되면 어떤 세상이 될까?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능력에 상당히 근접해질 것 같긴 하다. 그런데 한없이 긴 수명 뒤에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권태를 어떻게 떨쳐낼까? 로마 황제 네로는 인생이 너무나 지루해서 재미로 로마를 불질러버리지 않았던가.

그런 점에서 보면 무료함과 자살, 파괴, 전쟁, 창작 등은 겉보기와는 달리 모두 같은 것의 다른 모습이라 하겠다. 무료함에 지친 현대인, 이제는 살기 위해서 뭐든 일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무엇이라도 좋다. 마르크스에게서처럼 일이란 우리 인간에게 삶의 동기이면서 목적이다.

그런데 무슨 일을 할 것인가? 배운 기술도 없고, 경험도 없고, 자본도 넉넉하지 않다면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함께 협동조합 같은 것을 하나 만들어도 좋지 않을까 싶다. 협동조합이 무엇이죠?. 협동조합은 농협중앙회나 중소기업중앙회, 수협중앙회는 개별법(특별법)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나머지 협동조합은 2012년 협동조합 기본법에 의해 만들어진 사회적 협동조합이다.

즉 개별법에 의해 만들어진 조합이 8개인 반면 기본법에 의해 만들어진 조합은 2019년 7월말 기준 1만5920개로 집계돼 바야흐로 협동조합시대에 돌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도 일자리 절벽시대를 맞아 새로운 경제사회 발전의 대안으로 협동조합 활성화를 꼽고 있다. 이에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사회적 협동조합을 만들어 위험은 나누거나 빼면서 동시에 자본과 재능(기술)을 곱하거나 합치면 훨씬 성공 가능성을 높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협동조합 기본법에 따르면 협동조합이란, ‘재화 또는 용역의 구매, 생산, 판매, 제공 등을 협동으로 영위함으로써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사업조직’이라고 되어 있다. 협동조합은 100%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만, 경제적으로 약한 처지에 있는 농민이나 중소 상공업자, 일반 소비대중들이 상부상조의 정신으로 힘을 합쳐 협동으로 일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즉 협동조합의 핵심은 경제적 약자들이 혼자만 잘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상부상조하고, 자유롭고 평등한 관계를 보장한다는 사실이다. 부대적으로 중요한 또 하나의 사실은 협동조합은 다른 회사들과는 달리 국가와 지역사회의 지원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우리 주변에는 아직 작은 규모의 협동조합으로도 가능한 미개척의 영역도 수두룩하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리스크가 크지 않은 협동조합을 만들어 새로운 사업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