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심 8.5kg 중압관 파손…가스 대량 누출
배관 용접부에 균열 확인, 부실시공 가능성도

사고가 발생한 도시가스 중압배관, 용접부를 따라 길게 크랙이 발생된 것으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고가 발생한 도시가스 중압배관, 용접부를 따라 길게 크랙이 발생된 것으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서울도심 한복판에서 도시가스 중압관이 파손돼 대량의 가스가 도로 한복판으로 쏟아져 나온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실질적인 피해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과거 서울 아현동이나 대구 상인동에서 발생한 대형 가스사고가 재연될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다.

29명이 화마에 목숨을 잃고, 37명의 부상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사고 당일인 지난달 21일 새벽 1시 38분경 서울 강서구 가양동 448-11 인근 도로에서 지하에 매설(92년 설치)된 0.85MPa(8.5kg/㎡) 500A PLP(폴리에틸렌 피복강관) 배관 용접부에 크랙이 발생해 많은 양의 가스가 도로 한복판으로 쏟아져 나오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가스에 불이 붙지 않았고, 소방을 비롯한 관계당국의 신속한 초동조치가 이뤄지며 사고는 실제 피해로까지는 확대되진 않았다.

심하게 손상된 도시가스배관의 모습.
심하게 손상된 도시가스배관의 모습.

인근 지역 7개동 156개소에 도시가스 공급이 이날 오전 12시 20분까지 약 11시간 가량 중단됐다. 그리고 사고발생 12시간 후에는 제천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가 대형 인명피해로 확대되며 이 사고는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 정확한 조사와 원인분석 및 그에 상응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고의 내용을 보면 과거 대형인명 및 재산피해로 이어졌던 94년 아현동 사고나, 95년 대구 상인동 지하철 공사장 사고와 견줄만한 심각한 상황이었다는 점에서다.

94년 12월 발생한 아현동 가스공사 밸브스테이션에서 발생한 도시가스 폭발사고는 계량기 점검과정에서 전동밸브 틈새로 방출된 가스가 점화돼 폭발한 사고였다. 사고로 12명이 죽고, 101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건물 145동(전파 75, 부분파손 70), 동산 431건, 영업손실 47점, 차량손실 92대 등 물적 피해와 함께 이재민 210세대 555명이 발생했었다.

당시 누출된 도시가스 압력은 9kg/㎡로 이번에 사고 배관의 압력과 유사했다. 만약 이번에도 누출된 가스에 불이 붙었다면 그 피해가 얼마나 컸을지 쉽게 예단할 수 없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등굣길 학생 42명을 포함해 101명이 사망 하고, 202명이 부상을 입었던 대구 달서구 상인동 지하철공사장 도시가스 폭발사고는 누출된 가스가 도시가스 공사장 체류하던 중 출근 시간 때 폭발한 사고였다. 이번 사고 발생한 장소 역시 지하철 9호선 인근에 위치한 배관이었다. 만약 높은 압력의 가스가 지하철 역사나 설로까지 흘러들었다면 동일한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는 판단이다.

현재 가스안전공사는 해당 배관을 수거해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 중이다. 그러나 이미 배관의 파손형태와 내부 용접비드의 유무 등을 확인한 결과, 용접불량에 의한 가스누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과거 광역상도수 공사와 지하철 공사 과정에서 배관인근의 지반이 침하되면서 용접이 불량한 배관이 결국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파손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스안전공사는 시공감리(1996년 3월)가 시행되기 이전에 설치된 중압배관에 대해 각 도시가스사를 통해 자체적인 점검을 강화할 것을 요청했다. 또 사고가 발생한 도시가스사에 대해서는 누출사고 발생지역에 대한 합동진단을 실시토록 하고, 서울지역내 도시가스사들에게는 과거 지하철 공사 등 굴착공사가 진행됐던 배관에 대해 샘플링 확인검사 등을 시행해 배관의 건전성을 확인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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