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사 도면 누락된 가스관 잇따라 가스누출
돈벌이만 급급한 도시가스 안전은 여전히 후진국

대구 지하철 공사장 사고 현장.
대구 지하철 공사장 사고 현장.

[중소기업투데이 황무선 기자] 하루에도 수많은 땅파기 이뤄지는 도심에서 매설된 도시가스 배관의 정보가 정확하지 않다면 이보다 더 아찔한 일은 있을 수 없다. 배관마다 저압, 중압, 고압 등 각기 압력이 다를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도시가스의 특성상 지하공동구나 지하철 등 공간으로 장시간 또는 대량의 가스가 누출될 경우 언제든 대형사고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서울지역에서 도시가스사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배관들이 땅파기 공사중  드러난 사례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이들 모두 인근 또는 해당지역에서 타공사(도시가스 이외의 공사)를 진행하던 중 가스배관이 손상돼 가스가 누출되면서 알려지게 됐다.

더욱이 문제가 된 도시가스 배관들은 당연히 기록돼 있어야할 도시가스사의 도면에도 누락됐거나 미기재된 상태였다. 1980년대 있었던 대구지하철 공사장 사고처럼 배관이 파손된 상태로 장시간 가스가 누출되거나, 사고 자체를 모른체 가스의 누출 상태가 방치된다면 다시 어떤 형태의 대형사고를 일으킬지도 모를 상황이다. 

지난달 5일 오전 12시 50분경 서울시 상수동에서 타공사 도중 인근에 매설된 도시가스 배관이 파손되면서 가스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같은 달 20일 오후 2시 55분경에도 서울 서초구 근린생활시설 신축공사장에서 굴착기가 도시가스 공급관을 파손해 가스가 누출됐다.

두 사고 모두 누출된 가스량이 적고로 조기 사고가 발견되면서 별다른 피해는 발생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조사과정에서 해당 도시가스 배관들은 모두 당연히 표시되어야할 도시가스사의 배관이 도면에는 누락된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이 상수동에서 발생한 사고는 도시가스사가 해당 배관을 철거하고 마감조치 한 후 남은 배관의 표기를 인위적으로 지웠던 것으로 확인됐고, 서초동 사고는 도면이나 매설시기 등 기록 자체가 도시가스사에게 없었다.  

지난해 연말에도 서울 한복판에서 아현동 사고 때와 비슷한 0.85MPa(8.5kg/㎡) 압력의 도시가스 중압관이 파손되면서 대량의 가스가 누출사고가 발생하는 등 최근 심각한 우려가 될만한 사고들이 늘어나면서 수익성에만 집중하고 있는 도시가스사의 안전관리 부주의가 다시금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마포구 공덕동 타공사 사고.
마포구 공덕동 타공사 사고.

서울 상수동 사고

앞서 4월 5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 316-00번지 근린생활시설 증축공사장에서 발생한 누출사고는 배관이 매설된 인근에서 공사를 진행하던 중 건물 공사장과 담장사이에 묻혀있던 25A 저압(2.5kPa) 인입배관 연결부에서 가스가 누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를 조사한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가스냄새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가스누출을 확인한 결과 공사장과 건물사이에 콘크리트와 토사가 덮여 있었고, 지면과 담장 틈에서 다량의 가스가 감지됐다”며 “해당 지점을 굴착해 확인한 결과, 토사와 콘크리트 등의 하중으로 매설된 도시가스배관 엘보우 연결부 나사산이 파손되면서 가스가 누출된 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였다”고 말했다.

또 “공사장 도로가 공사로 인해 침하되면서 갈라져 있었고, 도시가스 배관이 건물 공사장 방향에 인접해 매설돼 있었음에도 도시가스사 도면에 기록돼 있어야할 배관의 표시가 누락돼 타공사 진행 전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장 조사결과 문제가 된 배관은 건물의 가스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지난해 6월 22일 50A 신규 인입관을 새로 설치됐고, 이 과정에서 기존 사용하던 배관이 완전히 철거되지 않고 남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도시가스사가 해당 배관을 철거하면서 남은 배관의 기록을 도면에서 삭제해 배관의 표시가 누락된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가스누출 신고 후 도시가스측이 현장을 점검했지만 도시가스사가 보유한 검지기 이상(?)으로 가스누출 사실을 제대로 발견하지 못했고, 이후 가스안전공사에서 출동해 가스누출부를 찾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도시가스사의 보고만으로 가스안전공사의 후속 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실질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서울 서초동 사고

4월 2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1307-00번지 근린생활시설 신축공사장에서도 굴착 공사중 굴착기가 매설된 도시가스 가스배관을 파손하면서 공급관에서 가스가 누출됐다. 굴착기 기사는 도면에 배관이 표시되지 않아 해당 배관이 사용하지 않고 폐지된 것으로 오인해 철거작업을 진행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가스안전공사는 “해당 지역에는 200A, 80A, 40A 저압(2.5kPa) 저압배관 3개가 함께 매설돼 있었으나, 가스누출이 발생한 40A 저압관의 경우 도시가스사의 도면에는 기록이 없는 배관 이었다”며 “해당 배관은 1985년 1월 200A 공급관을 설치하면서 함께 매설된 것으로 추정 되지만 미상의 이유로 도시가스사의 도면에는 기록이 누락된 상태였다”고 밝혔다.

가스안전공사의 조사결과 해당지역 도시가스사와 시공자인 건설사는 지난해 8월 2일 건축물 공사에 따른 가스배관 안전조치를 협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도시가스사는 4월 11일에도 해당지역의 순회점검을 진행했지만 배관이 도면에서 누락된 상태이다 보니 굴착공사로 인한 가스누출 사고를 자체를 막을 수 없었다.

현재 정부는 타공사 등 굴착공사로 인한 도시가스배관 파손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가스안전공사에 굴착공사신고센터를 운영하는 한편 도시가스배관 매설지역에서 공사를 진행할 경우 반드시 해당지역 도시가스사와 협의를 진행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앞선 사고와 같이 도시가스사의 배관 정보가 정확하지 않을 경우는 사실상 일련의 사고예방조치 자체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다.

가스안전공사측은 이번 사고와 관련 해당 도시가스사들을 도면관리 작성·보존이 부적적하게 이뤄지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도시가스사업법 제30조의7 ‘도시가스배관의 안전조치’ 제2항의 책임을 물어 행정처벌을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지난해 1월 23일 서울 금천구에서도 굴삭기가 주택 철거현장 작업을 진행하던 중 가스배관을 손상시켜 화재가 발생한 사고가 있었다. 해당사고 역시 공급자인 도시가스사 도면에 배관 표시가 누락돼 있었고, 시공자가 철거작업을 진행하던 중 굴착기 기사가 배관을 파손해 사고가 발생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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