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하도급거래 공정화 종합대책’ 발표
기술유용 행위 최대 10배 징벌적 손해배상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달 15일 국회도서관에서 ‘새 정부 공정경쟁 정책방향’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황무선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달 15일 국회도서관에서 ‘새 정부 공정경쟁 정책방향’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황무선 기자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는 하도급업체에 전속거래를 부당하게 강요하는 행위가 완전히 금지된다. 기술유용 행위에 대해서는 최대 10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가능케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8일 ‘하도급거래 공정화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공정위는 대기업 등 원사업자가 하도급업체에 자사하고만 거래하도록 억압하는 행위(전속거래 강요행위), 원가 등 경영정보를 요구하는 행위를 하도급법상 별도의 위법행위로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 법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하면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과의 전속거래는 중소협력사 입장에서 안정적인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거래관계에서 절대적 ‘을’로 머물게 되는 원인이 됐다. 특정 대기업만을 바라보고 영업하는 기업들은 원사업자가 납품단가를 과도하게 낮추거나 경영상 리스크를 부당하게 전가해도 신고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판로 개척을 멈추게 돼 자생적 성장에도 해가 될 수 있다.

공정위는 다만 전속거래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며, 부당하게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대기업이 협력사에 자사 혹은 자사가 지정한 업체와만 거래하도록 하고, 그러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주겠다고 하면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기밀에 해당하는 생산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혹은 협력사의 필요에 의해 전속거래가 이뤄지면 예외로 인정된다.

공정위는 이 밖에도 거래조건 협상부터 계약 이행에 이르는 거래의 전 과정에서 중소기업의 힘을 보강해주는 대책을 마련했다. 특히 공정위는 대기업이 1차 협력사에 대한 대금 지급 기일·방식 등 하도급 대금 결제조건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2차 이하 협력사가 대기업의 결제조건을 충분히 알고 협상 과정에서 그 내용을 활용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공정위는 또 공사기간이 연장돼 원도급 금액이 증액되면 그 비율만큼 하도급 금액을 증액해 주는 방안, 소규모 하도급업체들이 원사업자와의 거래조건 협상 과정에서 벌이는 공동행위에 대해 담합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도급업체의 기술을 빼돌리는 ‘기술유용’ 행위에 대한 추가 대책도 내놨다. 공정위는 기술유용 행위에 대한 전속고발제를 폐지하고, 손해배상 범위를 현행 ‘3배 이내’에서 ‘10배 이내’로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또 기술유용 행위 등에 부과되는 정액과징금의 상한도 현행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이번 대책들이 실제 적용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예정이다. 현재 전속거래 강요행위나 경영정보 요구를 금지하는 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돼 있다. 원도급 금액 증액 시 하도급 금액 증액 의무화, 대기업의 대금 결제조건 공시 의무화, 기술 유용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액 확대 등은 내년 상반기 중 개정안이 마련될 예정이다.

공정위는 “이번 대책이 차질 없이 시행되면 하도급업체들의 경영여건이 개선되면서 그만큼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도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자동차와 기술탈취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인 오엔씨엔지니어링은 지난달 21일 현대차의 2차 기술탈취 내용 중 추가적인 도용 사항을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이날 오엔씨 측은 현대차가 전동실린더 내부 유로 사이즈 복제 사실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전했다. 지난 2014년 오엔씨 측이 현대차에 기술탈취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전동실린더 윤활유 기술' 부분의 세부적인 내용이 추가된 것이다.

박재국 오엔씨엔지니어링 대표에 따르면 '전동실린더 윤활유 기술'과 관련해 현대차가 탈취한 것으로 인지한 부분은 지금까지 3가지였다. 구체적으로는 ‘윤활유가 댐 모양 부분을 지나 메인 유로까지 이동하는 기술’, ‘윤활유가 메인 유로와 함께 유로 브릿지 등을 채우는 기술’, ‘개별 블록·스크류 등 5곳 윤활유 주입 기술’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판사가 양측 실물(물건)을 받아서 보겠다고 했다는 것까지만 들었다"고 말하며,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엔씨는 2011년과 2014년 현대차와 진행한 거래에서 총 두 건의 기술탈취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1년엔 '프레스 설비 부품 관련 기술', 2014년엔 '로봇 설비 관련 기술'을 현대차에 탈취 당했다는 입장이다. 소송은 2014년 건에 대해서만 진행 중이다.

성윤모 특허청장도 2일 신년사를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울 수 있도록 중소·벤처 기업 기술과 아이디어를 제대로 보호하 공정경제를 실현하겠다”며 “대기업 등의 악의적인 특허·영업비밀 침해행위에 대해 손해액의 3배까지 물게하는 징벌배상제도를 도입하고, 피해기업의 입증 부담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성 청장은 “아이디어 탈취 행위에 대한 조사와 시정권고 등 신속한 행정조치 수단을 마련하겠다”며 “강력한 집행·구제수단을 도입해 범부처 차원에서 추진하는 중소기업 기술·아이디어 탈취 근절에 특허청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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