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초기 수준 中企, 세계시장 1% 점유율, 시스템반도체 ‘발목’
세계 50대 팹리스 중 한국기업은 ‘LX세미콘’ 한 곳
메모리 분야 사양화 추세속, 투자비, 시장경쟁력, 수요처 등 한계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협 요인 분석 후 적극 대처해야” 주문

비메모리를 중심으로 한 팹리스 분야야말로 우리 반도체 산업의 미래가 걸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차세대융합기술원]
비메모리를 중심으로 한 팹리스 분야야말로 우리 반도체 산업의 미래가 걸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차세대융합기술원]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시스템반도체가 반도체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그 엔진 역할을 하는 국내 팹리스는 세계 시장의 1% 가량에 불과할 정도로 역할이 미미한 실정이다. 특히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팹리스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도 만만찮다는 지적이다.

팹리스는 반도체를 설계, 고부가가치를 실현하는 업종이다. 삼성전자가 1위를 달리는 메모리 분야가 점차 사양화되고 있는 가운데, 비메모리를 중심으로 한 팹리스 분야야말로 우리 반도체 산업의 미래가 걸려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지난 2023년 현재 국내 팹리스 기업들은 대부분 ‘초기성장기’ 단계가 가장 많은 실정이다. 연구개발 인력확보에도 한계가 있고, 거래처 확보나 인프라 지원 등도 저조한 상황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기업성장단계에서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팹리스들이 아직 초기 성장기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바로 현장투입이 가능한 경력직을 확보해야 하고, 국내외 거래처 확보와 시제품과 양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국내 팹리스 기업은 지난 2022년 현재 약 200개로 확인된다. 그러나 실제 매출이 발생하는 등 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기업은 약 160개에 불과하다. 세계 팹리스 시장에서 한국의 시장 점유율을 1%대에 불과하며, 세계 50대 팹리스 중 한국 기업은 ‘LX세미콘’ 한 곳 뿐이다.

국내 팹리스 기업 중 코스닥 상장 기업은 약 19개로 확인되며, 최근 3년 이내 1조 이상의 매출을 올린 기업은 1개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활동 중인 팹리스들의 지난 3년간 매출액은 연평균 23%의 증가율을 보였다. 아예 매출액 등이 존재하지 않는 팹리스 기업들도 많아서, 전체의 약 2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년간 팹리스 기업들의 약 60%가 영업이익이 없거나 마이너스(-)로 확인됐다.

“이들은 최근 3년 내 창업한 기업들이 대부분이며, 창업초기 투자비용, 수요처 발굴 등의 어려움으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이에 “주요국 간 기술패권 경쟁으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반도체 산업이지만, 팹리스의 실태에서 보듯 국내 시스템 반도체 분야는 열악한 상황”이라며 “세계 1위인 메모리반도체 기업을 확보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경쟁력은 매우 열악할 수 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는 국내 반도체산업의 구조적 한계로 지적된다. 산업 초기부터 대부분 일괄 공정을 수행하는 종합반도체 기업들로 시작됐으며, 뒤늦게 분야별로 분업화돼 팹리스, 파운드리 등이 등장한 것이다. 특히 팹리스는 1990년대 비로소 등장하기 시작했고, 2000년대 이후 많이 늘어났다.

이에 비해 다른 주요국들의 상위 팹리스 기업들은 이미 1970년~1980년대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반면, 국내 팹리스 기업들은 그보다 한참 늦은 200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연구원은 “국내 팹리스 기준으로 ’80~’90년대는 1차 태동기, 1990~2005년대 2차 태동기를 지나, 현재는 성장기 내지 ‘위기극복기’가 함께 공존하는 시기”라고 규정했다.

국내 팹리스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기회와 위협 요인을 분석한 ‘SWOT 분석’도 이런 실태를 뒷받침하고 있다.

강점(Strength)을 꼽으면 국내 자동차산업, 전자산업 등 글로벌 반도체 수요기업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또 메모리반도체 분야 세계 최고의 기술력 및 공정 노하우, 국내 글로벌 파운드리 확보 및 민간의 대규모 투자 계획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반면에 약점(Weakness)은 일반 벤처 창업에 비해 막대한 초기 자금이 필요해 진입장벽이 두텁다는 점이다. 또 개발→상용화까지 3~5년이 소요되고, 수십억 자본이 필요하다.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내 긴밀한 협업이 필요하지만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약점이다. 또 반도체 설계 핵심인력 부족, 글로벌 반도체 수요기업 확보 경쟁 등도 애로 사항으로 꼽힌다.

그러나 메모리반도체 분야의 고급인력 축적으로 관련 산업 생태계 확장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기회(Opportunity) 요인이다. 1990년대부터 국내 팹리스 기업 창업이 본격화한데 이어, 2005년대 이후 창업 기업이 확산 중이란 사실도 기회로 평가된다. 또 정부의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대한 관심 증대, 종합적 지원 정책도 기회 요인이다.

반면에 반도체 新시장에 대한 전략적・능동적 대응 부족의 한계는 위협(Threat) 요인으로 꼽힌다. 또 국내 파운드리와의 유기적 협력 미흡으로 인해 부득이 해외기업과 협력함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이나 시간도 위협 요인이다. 이 밖에 반도체 설계전문인력 부족과 함께 전공 인력의 대기업 선호에 의한 구인난, 개발부터 양산까지 필요한 대규모 자금지원 한계 등도 위협 요인으로 지적된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