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서 주주들, “이들 기업들을 따라잡을 수 있나”
주가 반토막에 ‘엔비디아와 너무나 대조적’ 비판
“중국 e커머스업체, 국내시장 장악할 수도”

네이버 홈페이지 화면. [네이버]
네이버 홈페이지 화면. [네이버]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26일 주주총회를 연 네이버가 주주들의 질타에 진땀을 흘렸다. 특히 미국의 엔비디아와 중국의 e커머스 공룡으로 성장하는 테무, 알리익스프레스 등과 비교되며 “네이버는 그 동안 뭘 했냐”, “과연 이들 기업들을 따라잡을 수 있나”는 등의 힐난이 쏟아졌다.

한때 40만원을 넘었던 네이버 주가가 최근 20만원 밑으로 하락하면서 이를 지적하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들 주주들은 특히 최근의 유튜브에 잠식당하는데다, 승승장구하는 엔비디아 등과는 사뭇 대조적이며, “제대로 된 발전방향이나 대책도 못세우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그도 그럴 것이 엔비디아는 현재 시가총액 세계 2위 자리를 두고 애플의 턱밑까지 따라잡을 정도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회사는 불과 지난 9개월 만에 단숨에 시장가치를 1조 달러에서 그 2배인 2조 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려 아마존과 구글을 제치고 3위에 랭크되었다.

전세계 고성능 AI 칩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엔비이다의 끊임없는 주가 상승은 올해 월스트리트 주가를 기록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더욱이 엔비디아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차제에 단순한 AI칩 제조사가 아니라,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AI 빅테크’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지난 23일 미국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회의에서 CEO 젠슨 황은 현재의 H100보다 속도가 30배나 되는 ‘블랙웰’ 플랫폼과, 이를 기반으로 한 GB200을 소개하며, 야심만만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네이버도 최근 웹 기반 로봇OS나 생성AI 기반의 하이퍼클로바X, 네이버 클라우드 등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은 유튜브에 시장을 잠식당한데다, 이들 사업도 이렇다 할 만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더욱이 중국의 e커머스 업체인 테무, 알리익스프레스 등의 성장과 비교되며, “전자상거래 산업에서도 중국에 밀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이날 최수연 대표는 “아직까지 알리, 테무가 네이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지만, 오히려 주주들의 강한 반발만 불러일으켰다.

알리바바 그룹의 알리익스프레스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B2C 판매에 특화된 사이트다. 중국 셀러뿐만 아니라 해외 셀러도 입점이 가능하다. 현재 국내에서도 ‘K-venue’라는 이름으로 한국 셀러들이 판매하는 제품들을 판매한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국제법에 따라 중국과 교역이 가능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용률이 높은 편이다. 다만 북한은 예외다. 아시아권은 물론이고 유럽, 러시아, 미국, 남미, 중동 지역 국가들도 이용하고 있다. 타오바오라는 알리바바 그룹의 중국 내수 특화 사이트도 존재한다.

워낙에 성장세가 높다보니 최근 미국 무역 대표부는 위챗과 함께 알리익스프레스를 위조 및 불법 복제 시장 목록에 올렸다. 대중 제재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린 셈이다.그러나 국내에서 알리익스프레스 ‘K-베뉴’의 기세는 날로 기세등등해지고 있다. 최근엔 입점사에 대한 수수료 면제 정책을 6월까지 지속한다고 발표, 다른 e커머스 업체들의 신경이 곤두서게 했다.

알리는 국내 판매자들의 판로 확장 및 비즈니스 지원 차원에서 수수료 면제 정책을 이어간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6월 이후 7월부터는 수수료를 받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다만 이와 관련해 결정된 것은 없다는 설명이다.

테무는 핀둬둬 산하의 온라인 장터 플랫폼이다. 중국 현지 생산 업체와 세계 소비자를 중간 유통 과정 없이 직접 연결해 저렴한 상품들을 대량으로 판매한다. 테무 플랫폼은 생산자가 자사의 상품을 테무 물류 창고로 배송하기만 하면 나머지는 모두 관리해주는 완전 위탁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론칭 초기부터 모기업의 강력한 지원을 받으며 슈퍼볼, 인스타그램, 틱톡, 페이스북 등의 주요 플랫폼에서 공격적인 광고 캠페인을 진행했다. 2023년 온라인 광고비로 17억 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전략 덕분에 미국 출시 6개월 만에 Google Play와 App Store에서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으며, 이후로도 오랫동안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테무(Temu)는 '여럿이 함께, 가격은 낮게(Team Up, Price Down)'의 줄임말을 뜻한다. 테무의 슬로건은 '억만장자처럼 쇼핑하기(Shop like a Billionaire)'다.

이같은 중국 e커머스 업체의 공격적 시장 전략에 대해 네이버 최 대표는 오히려 “네이버 쇼핑 모델 자체는 알리, 테무, 쿠팡과 직접 비교가 어렵고, 파트너가 늘어나는 것은 전략적으로 긍정적 의미도 있다”고 답해, 주주들의 불만을 샀다.

최 대표는 또 “이는 위기이자 기회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광고부서는 알리, 테무와 면밀하게 협력을 하고 있고 해외 파트너들이 광고상품, 서비스, 스마트스토어 및 브랜드스토어에 일부 참여하는 방안 등 다양하게 모색 중”이라고만 했다. 이에 주주들 사이에선 “위기가 될지 기회가 될지는 두고 볼일”이라는 냉소어린 반응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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