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日 의회 해산 총선 가능성, 이란 ‘정정 불안’, 북한 ‘잦은 도발’
‘지구촌 최대 이벤트’ 美 대선 결과 따라 남북관계, 세계정세 요동

지구촌 최대 이벤트인 미국 대선에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사진= 뉴욕타임스]
지구촌 최대 이벤트인 미국 대선에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사진= 뉴욕타임스]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2024년은 지구촌의 42억 명, 글로벌 GDP의 42%를 차지하는 국가들에서 선거가 진행된다. LG경영연구원은 “선거 결과에 따라 잠재적인 불안요인들이 수면 위로 급부상하며 글로벌 및 지역의 안보, 경제 질서가 변할 것”이라며 “특히 극단화 되는 여론이 선거로 표출된다면, 국가 간 분쟁은 빈번해질 것이며 세계 무역 질서는 비효율적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른바 ‘지경학 리스크’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인도 등 동남아시아, 유럽, 러-우크라전 현장, 그리고 ‘흔들리는 미국 주도의 국제 안보 질서 (영국, 일본, 이란, 북한)’ 등을 분석하고 있다. 이는 우리 기업들의 국내외 환경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에 LG경영연구원이 분석한 ‘선거를 통해 현실화되는 지경학 리스크’를 2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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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을 거치며, 미국은 더 이상 ‘세계 평화의 경찰’ 역할을 수행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지구촌 선거의 해를 맞아 미국이 구축한 안보 질서가 흔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LG경영연구원은 “먼저 올해 총선이 예상되는 미국 안보 질서의 핵심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과 일본이 문제”라고 했다. 영국과 일본 하원 모두 고정된 임기가 있으나 대체로 집권당이 가장 유리한 시점에 조기 해산 후 총선을 치러왔다. 조기 해산이 없을 경우 영국은 2025년 1월 28일, 일본은 같은해 7월 중에 총선을 실시한다.

이에 따르면 리시 수낙(Rishi Sunak) 총리가 이끄는 영국 보수당의 1월 첫째 주 지지율은 22%로 야당 노동당의 46%와 큰 차이를 보인다. 정권 교체가 거의 확실시된다는 얘기다.

영국 보수당은 앞서 강경 좌파 제러미 코빈 당수 시절 NATO 탈퇴를 주장하고,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친교를 맺었다. 키어 스타머 현 당대표는 훨씬 온건하지만, 코빈파가 건재하기 때문에 다소간의 혼란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이와 함께 “‘Five Eyes’ 즉,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그리고 ‘AUKUS’(미국, 영국, 호주) 등 미국 중심의 다자안보협력기구가 제 기능을 하는 데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일본도 사정이 복잡하다. 자민당의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12월 일본 총리 역대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일본 정치 구조 상 정권 교체는 어렵다고 하지만, 오는 9월 총재 선거를 앞둔 자민당은 중량감 있는 후보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포스트 기시다’ 시대의 일본 총리가 매년 변경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대중에게 이미지가 좋은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아들 고이츠미 신지로, ‘고노 담화’로 유명한 고노 요헤이의 아들 고노 다로 등이 차기 총리감으로 언급되고 있지만, 당 내에서 기시다 만큼의 기반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일본의 정치 혼란은 복잡하게 얽혀있는 한미일 공조 체계의 작동을 방해할 것”이라는 연구원의 전망이다. 즉 “인도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상황에서 미국의 인태전략의 핵심 축인 QUAD(미국, 인도, 일본, 호주) 역시 혼란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1월 26일 인도 ‘공화국의 날’에 바이든이 참석을 거부하며 예정됐 QUAD 정상회의가 연기됐다. 

미국 주도 질서에 반대하는 주요 국가인 북한과 이란의 선거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중동 위기의 한 축을 차지하는 이란은 지난 1일 총선을 치렀다. 보이콧 움직임으로 인해 낮은 투표율을 기록한 가운데 강경파 정치인들이 의회를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파의 부패와 무능에 대해 이란 국민들이 역대 최저 투표율로 답한 것이다.

의회에 대한 불신 여론은 극에 달했다. 특히 히잡 착용 문제로 도덕 경찰에 체포된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한 것을 계기로 발생한 ‘마흐사 아미니 시위’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정이 매우 불안할 수 밖에 없고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다.

이란 개혁파는 현 선거법이 편파적이라며 출마를 보이콧했다. 후보에 대한 심사 권한이 있는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여론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개혁파를 의회에 포함시킬지, 보수파의 정권 유지를 위해 그냥 밀고 나가면서 사회 갈등을 심화시킬지 기로에 서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보수파 득세로 인한 시아파 연대가 공고화되면서 모두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으로 복잡해진 중동의 안보 질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이다.

북한은 지난 3월 11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를 치렀다. 선거 자체는 요식행위다. 하지만 연구원은 “북한은 유독 대의원 선거 전후 많은 도발을 자행해왔다”면서 “정권과 체제의 공고함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물론 북한의 도발은 미국의 반응을 염두에 둔 것이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를 후순위에 두고 철저하게 무관심 전략으로 대응한 반면, 트럼프 공화당 경선 후보는 분명 다를 것으로 보인다. 그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사실상 북핵을 용인하는 등 큰 정세 변화가 예상된다. 다만 “북한의 도발이 빈번해지고, 한미일 협력체제가 약화될 조짐을 보인다면 미국은 동아시아에 대한 개입을 늘려야 할 것”이라며 “이는 타 지역의 위협(대만 등)이 남아있는 한 미국의 역량이 분산될 우려가 커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대선, 2025년 이후 정세 변화의 가늠자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미국이다. 올 한 해 지구촌의 가장 중요한 이벤트가 미국의 대선이다. 미국 유권자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경제 상황이지만, 지경학 리스크가 가중되며 국가 안보 역시 점점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게다가 두 후보 모두 고령이어서 언제든 유고 가능성이 있고,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나, 여론 양극화가 더해지먼서 이번 대선의 향방은 그 어느 때보다 불투명하다.

현재는 두 후보가 정 반대의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상하원 선거와 동시에 진행되는 미국의 대선은 중장기적으로 사업환경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다.

만약 바이든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현재와 비슷한 정책 기조가 유지되며, 사업환경 변화 역시 비교적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

또 민주당이 하원 다수를 확보한다면 IRA를 비롯한 ‘바이드노믹스’ 정책들이 탄력을 받아 진행될 것으로 본다. 다만 현재까지 상․하원이 백중세인 가운데,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을 탈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불확실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공화당이 양원 다수당이 된다면 행정부와 입법부 상 입법 교착이 빈번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즉, “공화당의 입법에 대한 바이든의 거부권 행사가 잦아질수록 국정은 더 비효율적으로 운영될 것”이란 우려다.

반면에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이후의 정세는 급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는 ‘러-우 전쟁을 하루만에 끝낼 수 있음’을 자신하며 그 비용을 EU에 전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기후 변화 및 탈탄소는 허구”라고 생각하며 “전기차 진흥 정책이 미국 제조업 몰락의 주범”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관세 장벽을 드높일 것임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우며 고립주의로의 복귀를 천명한다. 만약 민주당이 양원 중 하나라도 다수를 차지한다면 이를 저지할 여력이 생긴다. 하지만 공화당이 양원 모두를 가져간다면 이런 정책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LG경영연구원은 “각 국의 선거가 하나의 ‘점’이라면, ‘선’은 선거가 서로 영향을 주며 만드는 글로벌 트렌드”라고 비유하며, “특히 미국 선거는 한 트렌드의 결과임과 동시에, 새로운 트렌드를 결정하는 가장 큰 ‘점’이다. 이런 변수들이 올해 우리가 각 국의 선거를 주목해야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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