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중남미 등 신흥국 ‘보호주의’ 성향 더 강해질 듯
젤렌스키 낙선할 경우 러-우크라戰 휴전 가능성 커져
EU의회 우경화 심화, ‘탈탄소’ 분위기 약화, 화석에너지 확산 등

EU의회 본회의장으로 영국 탈퇴 이후 첫 선거가 오는 6월 치러진다.(사진=EU의회)
EU의회 본회의장으로 영국 탈퇴 이후 첫 선거가 오는 6월 치러진다.(사진=EU의회)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2024년은 지구촌의 42억 명, 글로벌 GDP의 42%를 차지하는 국가들에서 선거가 진행된다. LG경영연구원은 “선거 결과에 따라 잠재적인 불안요인들이 수면 위로 급부상하며 글로벌 및 지역의 안보, 경제 질서가 변할 것”이라며 “특히 극단화 되는 여론이 선거로 표출된다면, 국가 간 분쟁은 빈번해질 것이며 세계 무역 질서는 비효율적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른바 ‘지경학 리스크’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인도 등 동남아시아, 유럽, 러-우크라전 현장, 그리고 ‘흔들리는 미국 주도의 국제 안보 질서 (영국, 일본, 이란, 북한)’ 등을 분석하고 있다. 이는 우리 기업들의 국내외 환경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에 LG경영연구원이 분석한 ‘선거를 통해 현실화되는 지경학 리스크’를 2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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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경우 ‘친미·반중파’ 라이칭더(Lai Ching-te, 賴清德) 후보가 총통에 당선됨으로써 일각에서는 ‘중국이 대만을 봉쇄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무력 충돌 없이도 글로벌 GDP가 5% 이상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분쟁이나, 보호주의 등의 지경학 리스크는 선거를 거치며 더욱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 자국 산업 육성에 방점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 신흥국에서 더욱 보호주의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각각 인구와 자원, 입지를 레버리지로 삼는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는 ‘포스트 차이나’로 주목받는 매력적인 투자지다. 세 나라 모두 적극적인 외자 유치 정책을 내세우지만, 동시에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한 보호주의도 강조하고 있다. 선거 국면을 거치며 보호주의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1위의 인구 대국 인도의 총선(하원)이 4~5월 중 진행된다. 2023년 12월 여론조사 기준, ‘인도인민당(BJP)’이 이끄는 여당 연합이 과반 이상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원은 “인도 제조업 육성 기조가 영어인 ‘Make in India’에서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힌두어 ‘Atmanirbhar Bharat(자립 인도)’로 변한 것은 ‘인도의 자국 우선주의 강화’로 해석된다”면서 “자립 인도 기조에서 현 모디 총리는 철강, 방산, 의학, 항공, 에너지 등 핵심 산업 분야에 보호주의 정책을 도입·검토하고 있다. 모디가 3연임에 성공한다면 이 흐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멕시코는 오는 6월 2일 대선을 치른다. 2024년 1월 현지 여론조사 기준으로 현 셰인바움 대통령이 넉넉하게 지지율 1위를 지키며 당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셰인바움은 지속가능한 개발과 에너지 정책 분야 전문가다. “탈석유, 전기차 전환의 필요성을 수 차례 주장한 셰인바움이 당선된다면 멕시코의 친환경 에너지 관련 투자 예산은 지금보다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셰인바움의 당선이 친환경 관련 글로벌 기업에 마냥 호재인 것은 아니다”는 연구원의 분석이다. 이에 따르면 셰인바움은 신자유주의 무역 질서를 강하게 비난하며 다국적 기업이 야기한 불평등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글로벌 공급망과 생산 분업을 통해 기업들이 누려왔던 수혜가 국내 노동자들에게 돌아가기를 원하고 있다. 이에 현지 시장에 진출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임금 인상, 환경 및 인프라 개선 투자 등을 요구하는 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자원 부국이자 세계 4위의 인구 대국 인도네시아는 지난달 14일에 치러진 선거에서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가 과반을 득표해 승리했다고 선거관리위원회(KPU)가 2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하지만 선관위 발표에도 불구하고 차기 대통령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사흘내 선거결과에 이견이 없다면 당선이 확정되지만, 다른 후보가 불복해 헌법재판소에 제소한다면  최종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프라보워의 당선이 확정되면 취임식은 오는 10월 열릴 예정이다. 

프라보워 수비안토(72)는 유명한 엘리트 가문 출신으로, 인도네시아를 32년간 철권 통치한 수하르토의 사위가 됐으나 90년대 후반 이혼했다. 

그가 선거공약에서 조코위 대통령의 경제·외교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한 점을 고려하면, 취임후 정부 기조도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자카르타에서 칼리만탄섬으로 옮기려는, 조코위 대통령의 수도이전 계획을 이어받을 계획이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푸틴 당선, 젤렌스키의 운명은 반대

러시아는 지난 15~17일 치러진 대선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당선됐다. 러시아 중앙선관위는 21일(현지시간) 그의 당선을 공식 승인했다.  푸틴은 서방의 경제 제재에도 잘 버텨냈으며, 심지어 과거 성장세를 회복했다는 평가마저 있다. 

우크라이나와 젤렌스키 대통령은 반대다. 이달 31일은 우크라이나의 대선일이다. 우크라이나 헌법 19조는 전쟁 등 계엄령이 발동되는 비상 시국에서 대통령 선거를 치를 수 없음을 명시했다. 하지만 국내외 상황은 점차 선거를 진행하는 쪽으로 젤렌스키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승인을 거부하고 있다. EU에서도 헝가리의 반대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지연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의 몇몇 상원 의원과 유럽평의회(PACE) 의장은 각각 젤렌스키에게 ‘선거 진행이 지원의 선결 조건’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민주주의에 대한 헌신을 보이지 않으면 지원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압박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연구원은 선거 진행과 관련해 세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있다. 먼저 선거를 진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러면 전황은 불리해질 것이며, 휴전 협상은 러시아에 유리해질 것이다. 선거가 진행된다면 그 양상은 전쟁 지속 의지를 보인 젤렌스키와 휴전 협상을 주장하는 후보 간 경쟁이 될 것으로 본다.

만약 젤렌스키가 낙선한다면 마찬가지로 휴전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젤렌스키가 당선된다면 러-우전쟁이 더 길게 이어질 것이다. “이처럼 선거 진행 여부와 결과에 따라 러-우 전쟁이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유럽 극우정당 발호, EU의회도 우경화 ‘탈탄소’ 약화

연구원은 EU에 대해선 경기 침체와 우경화로 인한 탈탄소 행보가 둔화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EU의회에서 영국의 탈퇴 이후 진행되는 첫 번째 선거가 오는 6월 6일부터 나흘간 진행된다. EU 27개국은 할당된 의석 수만큼의 의원을 각기 정해진 날짜에 선출한다. 국가별로 선출한 의원들은 유럽의회에서 교섭단체나 정당의 기능을 하는 정치 그룹(Political Group)을 구성한다. 각 국 정당들은 다른 국가의 비슷한 성향의 정당들과 이합집산해 사전에 그룹을 형성한다.

연구원은 “다만 유럽의 극우화로 인한 ‘민주주의의 퇴행’이 우려된다”고 했다. 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난민의 대량 유입으로 반(反) 이민, 반 외국인 정서(Xenophobia)를 골자로 하는 극우 민족주의가 유럽 전역에서 세를 넓혔다. 그 결과 극우정당이 여당 혹은 최대 야당인 국가만 EU 내 15개이다. 극우 정당 출신의 각 국 정치인들은 유럽의회 진입 후엔 ‘극우 정치 그룹’에 소속된다.

그래서 “극우 정치 그룹이 유럽 의회에서 차지할 지분은 예년보다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고 했다. 특히 “올해 선거에서는 중도와 중도 좌파가 표를 잃고, 극우가 약진함에 따라 그 차이가 대폭 좁혀질 전망”이라며 “러-우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 차질 속에 탈탄소 전환에 따른 비용 상승이 주 요인이다. 극우가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더라도 EU가 보다 우경화할 것임은 확실하다.”고 단언했다.

특히 연구원은 “영향력이 강해지는 극우 그룹의 주된 주장 중 ‘반 탈탄소’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기후 변화에 대한 회의와 탈탄소에 대한 저항은 극우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란 얘기다. 특히 “여당 연정 중 중도 우파 EPP는 유일하게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계산된다”며 “이는 유럽 각국의 중도 우파가 ‘탄소중립 속도조절론’을 제기, 화석연료 제한을 완화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고 해석했다. ‘반 탈탄소’의 분위기가 더욱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탈탄소’ 선도국으로 분류되는 독일은 최근 3년간 10%, 프랑스는 20% 가까이 화석연료 발전을 확대했다. “경기 침체와 에너지 위기가 지속되는 한, 중도에 가깝더라도, 보수를 표방하는 정치인들에게 ‘탈탄소’ 어젠다는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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