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퍼티그(Green Fatigue)’ 현상, 해외서 나타나
친환경 마케팅에 피로감, “해외에선 심각한 ‘反기업’ 정서로 분출”
국내도 사실상 존재, “진정성 있는 친환경 활동, 본질적 경쟁력 향상 중요”

친환경 분위기를 연출한듯한 지하철 역사로서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와는 전혀 관련없음.
친환경 분위기를 연출한 지하철 역사.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이른바 ‘소비자 그린퍼티그(Green Fatigue, 녹색 피로)’ 현상이 해외에선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KB금융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이는 소비자가 친환경 소비 노력에도 지속되는 이상 기후에 좌절하고 친환경 활동에 대한 의욕이 꺾이는 ‘녹색 피로’ 현상을 뜻한다.

기후위기에 대처하고 친환경 산업이나 자원 재활용 관련업계로선 매우 경계할 만한 대목이다. 많은 소비자가 기후변화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개선책의 일환으로 친환경 소비 등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상 고온을 비롯한 기상 이변은 사그라들기는커녕,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에 “소비자가 친환경 소비 노력에도 기후변화 문제 해결과 관련해 별다른 효과를 느끼지 못하자 피로가 누적돼 친환경 활동에 대한 의욕을 잃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연구소의 해석이다.

그린퍼티그는 또 소비자에게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한 책임을 떠넘기는 기업에 대한 분노를 유발한다. 특히 기업이 내세우는 친환경 실천 이념이나 친환경 활동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등의 부작용도 일으킨다. 기업으로선 예의주시하며 대책을 마련해야 할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그린퍼티그는 소비자가 자신들에게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한 책임을 떠넘기는 기업에 분노하며, 그들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결국 소비자와 기업 간 신뢰를 무너뜨리는 부작용을 야기하는 심각한 사회적 증후군”이라는 연구소의 우려다.

특히 표면화되지 않았을 뿐, 국내 소비자들도 이와 유사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는 단순한 분노에 그치지않고, 기업에 대한 적대적 행위로 분출된다는 점에서 우려를 살만하다.

실제로 해외 소비자는 겉으로만 녹색과 친환경을 앞세우는 ‘그린워싱(Greenwashing)’ 기업에 대한 분노와 불신을 넘어 제품과 서비스 불매운동이나, 기업 소송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소비자의 그린퍼티그 증대로 기업에 대한 평판 저하와 수익 감소 등 기업의 친환경 관련 사업의 리스크도 확대되고 있다”면서 “이런 리스크에 노출된 친환경 산업체가 날로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그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유럽은행관리국(EBA)은 특히 은행 등 금융권의 그린워싱 리스크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해 눈길을 끈다.

이에 따르면 2022년 9월부터 2023년 9월까지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가 그린워싱 리스크에 노출된 건수는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무려 70%나 증가했다. 또 2023년 1~9월의 기간에만 보면, 정유 및 가스 관련 기업이 19%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가 15%를 차지했다.

이런 해외 사정을 고려할 때 기업은 앞으로 과도한 친환경 선언이나, 실행 가능한 수준을 넘어선 ESG 실천 약속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보단 “진정성 있는 친환경 활동과 상품, 서비스의 본질적 경쟁력 향상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다.

연구소는 국내 기업과 금융권에 대해서도 “친환경 소비 확대로 다수 기업이 친환경 마케팅에 대한 유혹을 받을 수 있으나, 실천 가능한 친환경 약속과 구체적인 실천으로 ESG 활동에 대한 진정성을 소비자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내에서도 소비자의 그린퍼티그가 증대돼 소송과 같은 적극적 행동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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