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硏, “수출·내수 회복국면, 하지만 속도는 더뎌”
포워드가이던스 등 투명한 금융정책, 적극적 수출 마케팅, 투자증대 노력
내수 강화해 안전판 역할, 사회안전망과 효율적인 복지정책 강화 주문

서플러스코리아의 반도체 장비 전시장.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서플러스코리아]
서플러스코리아의 반도체 장비 전시장.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서플러스코리아]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향후 우리 경제는 경기 저점을 통과한 이후 회복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대외 여건 변화에 따른 수출의 불투명성, 그리고 소비, 투자가 고금리를 극복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경기 회복이 상당 기간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2024년 1분기 현재 한국 경제는 내수 침체가 멈추고 수출이 반등하면서 경기 바닥을 다지는 국면에 위치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수출 부문은 전년도의 기저효과, 반도체 품목 수출의 반등에 힘입어 회복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진단했다.

이에 따르면 내수 부문은 소비와 투자 심리가 회복되면서 경기 회복의 모멘텀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고금리가 소비와 투자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의미의 ‘오버킬(Overkill)’ 현상이 지속되면서 가시적인 반등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현재로서는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이 동반되기 어렵기 때문에 V자형의 빠른 회복 가능성보다는, U자형의 저속(低速) 회복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심지어는 불확실성이 높은 대외 경제 여건과, 예상치 못한 대외 충격으로 수출과 소비, 투자가 침체될 가능성도 커, 장기 침체 즉 L자형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향후 경기 리스크 요인과 경기 전망

현대경제硏은 특히 경기 추이의 리스크 요인으로 세 가지, 즉 ▲미 연준의 피봇 시점(Pivot timing) ▲중국 경제의 유동성 함정 ▲ 내수시장의 회복력 미흡 등을 꼽았다. 그 여하에 따라 향후 경기가 결정된다는 얘기다.

우선 미 연준의 피봇 시점을 보면, 물가상승 기조가 오래가는 ‘스티키 인플레이션(Sticky Inflation)’으로 미 연준의 금리인하 시기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이로 인해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우리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이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즉 여전한 물가 불안으로 연준의 금리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제약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1월 초 시점에 시장은 5월 FOMC에서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95%로 예측했으나, 최근에는 그 가능성을 20% 수준으로밖에 보고 있지 않다.

중국 경제의 유동성 함정도 큰 걸림돌이다. 이로 인해 중국은 디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해도 소비, 투자가 살아나지 않다보니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거나, 회복 국면에 진입해도 경기 개선 속도가 미약할 수 밖에 없다.

중국은 전형적인 디플레이션(물가가 하락하는 현상)으로 인해 소비와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시장 수요를 감소시키면서 다시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따라서 디플레이션을 조기에 극복하지 못하면 일본식의 장기 불황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는 연구소의 의견이다. 특히 “2월에도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은 증가세를 이어갔으나 중국에 대한 수출이 감소세를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을 극복하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 전체 수출 경기가 빠른 회복을 보이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수출회복세가 미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홍콩 현지 소비자가 홍콩 파크앤샵 매장에서 GS리테일 PB 상품을 고르고 있다. [GS리테일]
수출회복세가 미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홍콩 현지 소비자가 홍콩 파크앤샵 매장에서 GS리테일 PB 상품을 고르고 있다. [GS리테일]

내수시장 침체도 큰 걸림돌

내수시장 회복력이 미흡한 것도 또 다른 경기 불안 요소다. 즉, 소비심리와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내수시장이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나, 그 회복력의 강도는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연구원은 2024년 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를 일단 인용했다. CCSI가 101.9p로 지난 1월(101.6p)에 이어 2개월 연속 기준치를 상회했다. 그러나, 향후 생활형편에 대한 판단을 묻는 ‘생활형편전망’(CSI)은 여전히 기준치를 크게 하회하는 94p에 불과한 실정이다.

즉 “가계의 향후 경제 상황에 대한 심리적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으나,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이 감소(2022년 △0.2%, 2023년 △1.1%)한데서 보듯, 구매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업의 경우 실제 설비투자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체감하는 투자 필요성은 높아졌으나, 고금리가 투자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투자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현대경제硏은 경기 회복과 저성장 장기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우선 “내수 회복의 걸림돌이 되는 고금리의 부작용 완화를 위한 적극적인 ‘포워드가이던스’(통화정책 예고 등)를 통해 시장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세밀한 금융시장 관리·감독, 시스템 안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수출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 노력과, 고용시장의 질적 수준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 투자 증대를 위해 노력할 것”과 “내수 부문을 강화해 안전판 역할을 하도록 하고, 미약한 경기 회복세에 대응한 사회안전망과 효율적인 복지정책 강화”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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