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귀하신 몸’ 엔비디아칩…확보 여부에 기업 ‘생사’ 달려
장갑차 호위하에 배송, 빅테크도 “부서 간 ‘칩’ 배정 서열 정해”
한때 테슬라 제치고 뉴욕증시 ‘최다 거래주’, 시가총액 2조 달러 육박

엔비디아의 고성능 AI칩 'H100'은 무척 구하기 힘든 '귀하신 몸'이 되고 있다. [매셔블]
엔비디아의 고성능 AI칩 'H100'은 무척 구하기 힘든 '귀하신 몸'이 되고 있다. [매셔블]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엔비디아가 이른바 ‘엔비디아 신화’를 매일 새롭게 고쳐쓰고 있다. 

엔비디아 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시장가치는 2조달러에 육박한 가운데 엔비디아칩 쟁탈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 증시 시가총액 3위로 뛰어오른데 이어, 21일 한때는 테슬라를 뛰어넘어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주식으로 등극했다.

일반 기업들은 엔비디아의 고성능 AI칩 ‘H100’과 같은 GPU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가 자사의 생사를 좌우할 정도의 상황이 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일부 빅테크는 엔비디아 칩을 중무장한 장갑차로 수송할 정도다.

엔비디아는 AI붐과 이로 인한 AI반도체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보고 있는 기업이다. 현재 고급 AI 칩 시장의 약 80%를 장악하고 있다. 지난주엔 아마존과 구글 모회사 알파벳을 제치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에 이어 월스트리트에서 세 번째로 시가총액이 많은 기업이 됐다.

전세계 기업들 ‘엔비디아 칩’ 확보전 치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생성AI와 LLM 기반의 AI솔루션이 빠르게 대중화되면서  너도나도 AI칩을 개발하는 경쟁업체들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면서 “(엔비디아) GPU를 얼마나 많이,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에 따라 그 기업이 새로운 AI시스템을 얼마나 빨리 개발할 수 있는지, 그래서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기업들은 “본사는 (엔비디아) GPU를 언제든 확보할 수 있는 회사”임을 홍보하며 유능한 인재 구인광고를 내기도 한다. 어떤 기업들은 “풍부한 양의 칩을 확보하고” 있음을 무기로 수십억 달러의 차입금을 꿀 수 있게 된 사례도 더러 있다. 최근 WSJ의 ‘CIO 네트워크 서밋’에선 시스코의 CIO가 “(엔비디아) AI칩을 중무장 장갑차를 통해 네트워킹 회사인 시스코 시스템에 운송할 정도로 가치가 높다”고 해 좌중을 놀라게 했다.

스타트업과 빅테크를 가리지않고, 많은 기업들에 있어 자사가 “많은 엔비디아 칩을 재고로 축적하고 있는지”가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 달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본사는 올해 말까지 엔비디아 H100 칩 35만개를 보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현재 칩 시세로 최소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든다. 이는 ‘계획’일뿐, 실제 성사 여부는 두고볼 일이란 얘기다.

엔비디아를 투자자로 둔 ‘CoreWeave’는 지난 8월 엔비디아 H100을 다량 갖고 있다는 이유로 무려 23억 달러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다만 해당 거래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에 의하면 “차입금의 실질 이자율은 (칩을 확보하지 못할)위험을 반영해 매우 높은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대학에선 신입생 모집과 학교 홍보를 위해 역시 ‘H100’ 칩을 확보하고 있다고 홍보하기도 한다. 프린스턴대학교의 ‘언어 및 지능 이니셔티브’(Language and Intelligence Initiative)는 “300개의 엔비디아 H100 GPU를 갖춘 최첨단 컴퓨팅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연구 인력을 모집하고 있던 한 그룹의 웹사이트에 학교 홍보차 보낸 메시지에서 이렇게 밝힌 것이다.

앤비디아의 CEO 젠슨 황과 회사 관계자들. [월스트리트저널]
앤비디아의 CEO 젠슨 황과 회사 관계자들. [월스트리트저널]

구글, MS 등 빅테크도 ‘사내, 공정한 칩 분배 규칙’

구글은 회사 내부 사용자와 외부 사용자 간에 엔비디아 AI칩 등 컴퓨팅 리소스를 분배하는 방법을 결정하기 위해 집행위원회를 구성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경영진이 AI칩을 비롯한 컴퓨팅 리소스를 “내부 프로젝트 간에 어떻게 분배할지”를 결정하는 ‘GPU협의회’라고 불리는 유사한 배급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들 빅테크조차 사내에서 엔비디아 AI칩을 ‘공정하게’ 분배하는 방법을 둔 갈등이 벌어질 정도임을 시사하는 풍경이다.

AI칩의 대명사로 등극한 엔비디아 ‘H100’은 현존 칩 중에서 가장 진보된 GPU로서 정교한 AI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필수적이다. 엔지니어들 대부분이 빠른 AI연산에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가운데, 그 성능이 매우 뛰어나기로 정평이 나있다. 특히 “복잡한 AI 시스템을 위한 연산에서 기존 중앙처리 장치가 작동하는 방식보다, 그래픽 칩이 작동하는 방식(한 번에 여러 연산을 수행)과 더 잘 들어맞다”는 얘기다.

현재 이는 1개당 약 2만5000달러에 달할 정도로 비싸다. 애널리스트들은 “엔비디아가 연간 약 120만 개의 칩을 생산할 수 있다”고 추정하지만, 이 정도론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현재 엔비디아는 AI칩을 설계하고, 생산은 대만의 TSMC에 위탁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실리콘 조각’이 최종 AI칩으로 조립되는 칩 제조 공정의 후가공 공정이 늘 병목 현상을 빚고 있다”면서 “이에 TSMC는 올해 후반기에 용량을 2배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엔비디아 “올해도 AI 칩 생산량 한계, 공급난 계속”

그런 가운데 지난 22일 기준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1조달러에서 단 8개월만에 2조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사상 최고치인 785.38달러로 상승했으며 시가총액은 1조9600억 달러로 평가됐다. 이 회사 주가는 2023년 3배 이상 오른 뒤, 올해 현재까지 59%나 급등했다.

앞서 엔비디아가 3분기 연속 예상보다 나은 실적을 기록한 후 지난 21일 엔비디아 경영진은 “공급이 여전히 부족하며 올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차세대 AI 칩 공급이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엔비디아의 CEO이자 공동 창업자인 젠슨 황은 “생성 AI가 수조 달러 규모의 투자 물결을 일으키고 있으며, 이를 통해 향후 5년 내에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양이 두 배로 늘어나고 수요가 폭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엔비디아는 지난 21일 분기별 매출 221억 달러를 보고했으며 이번 분기에 추가로 240억 달러를 예상했다. 이는 각각 1년 전 발표된 것의 3배 이상이자, 애널리스트들의 낙관적 전망마저 무색하게 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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