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장태평 농특위원장
장태평 농특위원장

2023 카타르 아세안 컵 대회가 큰 실망 속에 끝났다. 세계 랭킹 23위의 대한민국이 87위의 요르단에게 져서 준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0대2로 졸전을 치렀다. 정말 실망이 컸다. 그런데 준결승 전날 손흥민 대표 팀 주장과 에이스 이강인의 몸싸움이 있었고, 이로 인한 선수들의 큰 갈등이 있었다는 뒷 소식을 들으니 더욱 참담했다. 이 사건을 접하며, 필자는 ‘이것이 우리 사회의 문제점 때문이구나’ 생각하게 되어 또한 가슴이 아렸다.

이번 아시안 컵에 나섰던 한국 축구팀은 역대 최강팀으로 여겨져 국민에게 상당한 기대감을 안겨주었다. 그런데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은 대표팀이 출발하기도 전에 쓴 소리를 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우승하면 안 된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우승하면 오히려 한국 축구가 병들 것이다.’ 아마도 손 감독은 한국 축구 생태계의 실체를 잘 알기에 이런 험한 말을 했을 것이다.

먼저 이번 사태는 근본적으로 리더십의 취약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감독의 리더십이 실력과 전략도 부족하고, 성실성과 인화력도 수준 이하였다고 한다. 이런 사실은 사전에 국제적으로도 소문이 나서 감독 선임에 우려를 표한 전문가들이 있었다. 이제 해임을 하게 되면, 위약금 등 재정 손실도 크다고 하니 안타깝다.

사실 모든 조직 운영에서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리더십이 약하면 그 조직이 약해지고, 리더십이 강하면 그 조직이 강해진다. 이순신 장군이나 칭기즈칸의 리더십을 생각하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의외로 리더십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 같다. 아무나 장관을 해도 되고, 공기업 사장을 해도 되는 것처럼 생각한다. 그래서 대통령 선거 후에는 선거 캠프에서 뛴 사람들이 실력이나 전문성에 관계없이 큰 자리를 맡는다. 사람에 따라서는 조직에 엄청난 손실을 안긴다. 다만, 측정하지 못해 묻혀갈 뿐이다. 감독을 선임할 때,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실력을 검토하고 지혜를 모아 신중히 했어야 했다. 공적 지도자는 엄정하게 뽑아야 한다.

이번 축구 대표 팀 감독은 1년 동안 재임하면서, 그간 축적했던 대표 팀의 노하우와 시스템을 오히려 많이 훼손했다고 한다. 그 날 저녁에도 선수들이 다투는 것을 그대로 지켜보고 있었고, 연장자 선수들이 이강인 선수를 이튿날 게임에서 빼달라는 요청을 했는데도 무시하고 같이 뛰게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강팀이 졸전을 치르게 하였다. 귀국하면서 공항에서 미안함 보다 웃음을 보였다니 상식이나 배려심도 부족한 사람이다. 지도자의 품성으로는 낙제점이라 하겠다.

다음으로 어린 선수들의 태도다. 이강인 선수와 그 또래의 선수들은 20대 초 중반이다. 소위 MZ세대들이다. 자유분방하고 자아가 강하다. 아마도 대표팀을 같이 하면서도 손흥민 등 30대 선수들과는 세대차이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당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우리 기성세대들의 자녀교육의 문제점이 저변에 깔려 있다. 다른 나라의 젊은이들과 비교할 때, 공동체 의식이나 사회적 윤리의식이 다소 약한 것이 사실이다. 참을성도 약하다.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절실한 때라 하겠다.

우리 사회는 권위의 힘이 약하다. 부모나 스승의 권위는 물론이고 상급자의 권위도 많이 약해졌다. 나이나 지위에서 오는 무조건적인 권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역할 수행과 질서를 위해 마땅히 인정되어야 하는 권위다. 우리는 여러 조직 간의 협력이나 합동조직이 잘 되지 않는다. 선진국은 지위의 고하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역할에 따라 협력이나 임시 조직이 잘 운영된다. 지위와 역할마다 분명한 권한과 책임이 따른다. 그래야 조직이나 사회가 효율적으로 작동하게 된다. 그것이 선진화 된 질서이기도 하다. 손흥민 선수는 팀의 주장으로서 다음날 시합과 관련하여 얘기를 나누자고 제안하였다. 이런 상황은 사적인 식사 후라 하더라도 상당히 공적인 시간이 된다. 이런 때는 주장의 지시를 따라야 원칙이다. 나이나 실력이나 호불호에 관계없이 주장의 권위를 인정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큰 경종을 울려 준다. 축구계는 물론 우리 사회도 크게 반성해야 한다. 내실을 다지지 않고, 겉모습에 도취하면, 무너질 수 있다. 우리나라가 실력을 발휘하여 더욱 발전하려면, 리더십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사회적 권위가 세워져야 한다. 인성교육이 중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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