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670개 상장사 분석, “수출 증가, 인플레 압력 축소 영향”
‘게임’은 호황, 반도체산업 회복, 디스플레이는 둔화, 바이오·컴퓨터 등은 침체 예상

 참가업체의 대부분이 중소기업들인 '2023 나라장터 엑스포' 전경.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수출 경기회복으로 2024년 상장 중소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그러나 “매출액 1000억원 미만 비금융 상장 중소규모 기업 670개社의 지난해 3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액 증가율이나 영업이익률이 모두 하락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소는 2024년 실적 개선의 근거로 “완만한 국내 경기회복에 힘입어 성장성이 개선되고, 비용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들면서 적자폭도 축소될 전망”이라고 했다.

이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교역량(IMF 전망 `23년 0.9%→`24년 3.5%)이 개선되고, 주요국 금리인하(하반기)에 힘입어 매출액 증가율이 2023년(7.0% 추정)을 상회하는 8.0%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코로나를 계기로 전체 상장기업과 비교하면 구조적으로 성장성이 개선된 점도 작용할 것으로 보았다.

유가 등 원자재가격 하향 안정화로 영업이익률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국제유가를 전망한 7개 기관(S&P글로벌, EIU, Bernstein, 모건스탠리, JPM, 우드 맥킨지, UBS)에 따르면 2023년 하반기 평균 78.5달러에서 2024년 상반기 77.6달러로 하락했다. 다만, 상장 중소규모기업 매출액에서 15%를 차지하는 바이오, 제약 업종의 연구개발비 부담이 전체 영업이익 개선을 제약할 것이란 전망이다.

연구소는 이런 상황을 근거로 16개 업종을 대상으로 호황(1개), 회복(5개), 둔화(3개), 침체국면(7개)으로 구분했다.

그 중 게임산업은 호황국면으로 예상했다. 국내 게임 수출의 35%를 차지하는 중국에서 12월 들어 외자 판호(서비스 허가) 수를 큰 폭으로 확대함에 따라 관련 업체 실적 개선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 정부가 온라인 게임규제(일일 지출한도 10만원)를 강화하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8개월만에 재개된 판호 발급(한국게임 3호 등 외자 40호, 중국게임 100호) 효과가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장비와 부품, 화장품, 섬유, 의류, 엔터테인먼트 등은 회복국면으로 보았다. 반도체장비·부품의 경우 종합반도체 제조사의 감산효과가 가시화되고, 전방산업(서버, PC 등) 수요회복과 수익성이 높은 고성능 메모리 제품(HBM; 고대역폭메모리, DDR5)에 대한 투자가 하반기에 들어 늘어나면서 부품·장비 업체가 적자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국제반도체장비협회(SEMI)도 2024년 글로벌 반도체장비 투자액이 15%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신장비는 국내외 고객사가 6G, 5GAdvanced 등 차세대 통신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하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장비투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았다.

화장품, 섬유·의류 등은 코로나 이전까지 매출을 좌우해 온 중국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과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 가운데 그간 부담으로 작용한 개발비 등 고정비가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전망이다.

특히 방송·엔터테인먼트 분야는 글로벌 OTT향 미디어 콘텐츠 제작 수주, 북미 지역 공연·스트리밍 시장침투 확대로 양호한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디스플레이장비·부품, 자동차부품 등은 둔화국면으로 보았다. 디스플레이장비·부품의 경우 애플의 OLED 패널을 확대 적용 방침(`24년 아이패드 프로모델)에 따라 관련 장비·부품 수요가 일부 늘어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전체 시장의 65%를 차지하는 LCD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어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리서치 기관 OMDIA도 2024년 글로벌 디스플레이 패널 수요(출하 기준)는 0.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건강관리장비·서비스 분야의 경우 의료·미용기기 수출 호조로 2020년 이후 10% 내외 높은 성장세를 이어왔으나, 시장 경쟁이 강화되고 있어 2024년 매출액증가율은 한 자릿수 수준으로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

2023년엔 자동차 생산량이 15% 성장했지만, 글로벌 수요 둔화로 줄어들고 있다. 이에 자동차부품 분야도 성장 속도가 줄어들고 수익성이 약화되고 있다.

바이오, 제약, 컴퓨터 주변기기, 전자장비 등은 침체될 가능성이 크다. 바이오, 제약의 경우 코로나 진단키트 수요가 없어지면서, 신약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2025년에야 비로소 임상 프로세스가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내년 업황도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컴퓨터주변기기, 핸드셋, 전자장비·기기 등은 한때 비대면 수요가 급증했으나, 구조적으로 신규고객 기반이 축소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 중 전자장비기기는 전방산업(디스플레이, 완성차) 업황 불확실성으로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다.

건설건자재 역시 정부 지원에도 불구, 인건비 등 비용부담 확대와 부동산PF 연체율 증가에 따른 자금조달 불확실성으로 업황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철강의 경우 국내 철강업이 중국시장 의존도가 높다보니, 중국 부동산 경기 불안으로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연구소는 “금융회사는 거시경제 환경과 업황 변화에 민감한 중소규모 기업의 특성을 감안하여 성장성과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는 업종을 중심으로 영업기회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금융권에 권했다.

연구소는 또 금융권에게 “다운스트림 투자가 늘어나는 반도체장비부품, 통신장비 부문과 해외 수요가 회복되고 있는 게임, 화장품, 방송·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자금수요를 파악하고, 기업고객 유치를 위한 대응방안을 선제적으로 모색 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건설경기 부진이 심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건설부문 의존도가 높은 건설건자재, 철강업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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