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성 인하대 경영학과 교수, 한국경영학회 차기 회장

김연성 교수, 한국경영학회 차기회장
김연성 교수, 한국경영학회 차기회장

얼마 전 토요일 오후에 제자의 초대로 “우아한 형제들”의 본사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직원들은 출근하지 않는 날이지만, 사전 예약을 통해 가족이나 지인들을 사무실로 초대하여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갈 수 있었다. 잠실벌에 우뚝 솟은 롯데타워 빌딩에 자리한 근무 공간은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뻥 뚫린 사방을 돌아 보던 중, 투명한 통유리 벽에 적힌 “미래와 경쟁하라”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지금도 아니고 과거도 아니며 미래와 경쟁하라는 말은 직원들에게 무슨 의미로 다가갈까 궁금했다.

디지털 전환(DX, Digital Transformation)과 지속가능성 전환(SX, Sustainability Transformation) 등으로 대표되는 거대한 변화를 모두가 경험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성장과 경쟁의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럴 때 과연 경영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미래와 경쟁하라”는 말이 어찌 보면 하나의 좋은 답일 듯하다.

인텔이란 신생 기업에 세 번째 직원으로 입사하여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CEO도 역임한 앤디 그로브(Andrews Grove)는 소기업이 어떻게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해 왔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성장과 발전의 주역이었고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를 직접 고안하여 기업 가치를 높이는 일을 몸소 실천한 경영자였다. 기업 성장의 여정을 돌이켜 보니, 모든 사업 영역에서는 특정한 트렌드가 개별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 변곡점(Strategic Inflection Points)이 도래한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게임의 판도를 바꿀만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앤디 그로브의 주장은 이 시대에도 주목할 만한 사항이다.

그 전략적 변곡점이 언제인지 알아채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그 시점에 아주 적절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 옮기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다행히 지금이 전략적 변곡점임은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러니 이 시점에서 미래와 경쟁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선택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청룡의 해를 맞이하여 경영자들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의 경영 키워드로 ‘변혁고도’를 제시하고 있다. 즉, 변화 그리고 혁신, 고객지향과 도전 등이 공통적으로 거론된다. 지금까지 사업을 잘해 왔더라도, 다양한 불확실성과 새로운 리스크의 등장으로, 변화와 혁신으로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도전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여 실행해야 함을 강조하는 듯하다. 디지털 전환은 AI(인공지능) 혁명으로 한층 더 가속화되고 있고, 기후변화와 에너지 전환을 비롯한 ESG 경영 이슈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주요 어젠다로 자리잡고 있다.

전략적 변곡점을 맞이하여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략을 선택하여 실행하기 위해 경영자는 다각도의 노력을 하고 있다. 신사업을 발굴하기 위한 신조직을 가동하며, 미래의 성장동력을 찾아내기 위해 총역량을 결집하며,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솔루션을 창출하는 등등이 이러한 대응 방안의 일환이겠다. 이와 관련하여 ‘연결된 성장(Connected Growth)’을 전략 대안으로 선정하고 있는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어서 주목된다. 거의 모든 것이 연결될 수 있는 세상을 맞아, 그 연결을 통해서 새로운 성장의 길을 이끌어 나가는 사례를 살펴보자.

삼성전자가 현대차그룹과 손잡고 스마트홈-커넥티드 카 미래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한다는 소식은 바로 연결된 성장의 실천 사례다. 두 회사가 협력하여 삼성전자 ‘스마트싱스(SmartThings)’ 플랫폼의 연동 범위를 기존의 가정이나 실내의 가전제품에서 커넥티드 카로 확대하여, ‘홈투카(Home-to-Car)∙카투홈(Car-to-Home)’ 서비스 제휴를 실현해 가려 한다. 전자 회사와 자동차 회사의 연결, 자동차와 가전제품의 연결, 이동과 사용의 연결 등이 새로운 시장을 열고 고객에게 전에 없던 경험을 제공하여 ‘변화-혁신-고객-도전’을 실천할 것으로 기대된다. LG전자도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Magna)와 협업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을 통합한 자율주행 통합 플랫폼을 개발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양사가 보유한 혁신적인 기술을 연결하여 혁신적인 시너지를 창출하여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는 시도이다.

대기업 간의 연결은 물론 대기업과 스타트업 사이에도 다양한 연결이 성사되고 있다. CB Insight에서 발간한 ‘전략의 지도책(Book of Strategy Maps)’에 따르면, 특정 기업이 다른 기업과 전략적 제휴 및 M&A 등을 맺으며 성장하는 과정을 분석하여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유니레버(Unilever)는 앞으로 사업을 어떻게 전개해 나갈 것이며 그 전략 방향은 어떠할까? 유니레버가 인수합병하고 지분 투자를 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한 최근 동향을 보면, 이 회사의 연결된 성장 방향은 지속가능성에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유니레버는 지속가능성 전환(SX)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포장 분야를 확충하려 많은 협력과 투자를 진행해 왔다. 즉, 알그라모(Algramo)라는 기술기반 재활용 전문 지속가능한 스타트업과 협업하여 리필 용기를 개발하였고, 아스다(ASDA)와 협력하여 재사용 및 리필 시스템에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유니레버는 매뉴팩처링 디지털(ManufacturingDigital)지에서 지속가능한 제조업체 탑10 중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전략적 변곡점을 맞이하여 많은 기업들은 기존 사업에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때 참고할 실천 방안으로 ‘TFE-CG’ 프로세스가 있겠다. 이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연결 대상(Target)을 선정하고, 협력의 당사자들이 갖고 있는 역량의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조합(Formulate)을 만들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Experience)을 제공하여 연결된 성장(Connected Growth)으로 나아가는 프로세스를 구축하여 실행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스스로가 갖고 있는 강점을 발굴하고 그 강점이 잘 발휘될 수 있을 연결 고리를 찾는 것이다. 연결하고 협력하고자 할 때, 누구나 강점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 소개 / 김연성 경영학박사 / 인하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 한국경영학회 차기 회장 motbeol@inha.ac.kr

서울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생산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생산관리학회 회장, 한국품질경영학회 회장,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정부혁신평가단장, 산업통상자원부 국가품질상 심사위원장, 국민은행경제연구소 중소기업연구실장, 인하대학교 연구처장 겸 산학협력단장, 기획처장, 정석학술정보관장 등을 지냈다. 현재 한국고객만족경영학회 회장이며, 2024년 3월부터 한국경영학회 회장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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