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사태 후유증, 새마을금고발 부동산 PF관련 위험 겹쳐
고금리로 회사채 발행 어려워, CP로 자금조달 “금리상승으로 위축”
자본시장연구원 “신용등급 낮은 기업들 회사채 발행도 힘들어”

기업어음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단기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업어음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단기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단기금융시장이 매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정부의 지속적인 시장 안정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자본시장연구원의 김보영 연구원은 2일 “지난해 연말을 앞두고 금리 상승으로 인한 단기금융시장 조달 여건 변화 조짐이 나타나는 등 레고랜드 사태 이후 단기금융시장은 불안한 모습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특히 지난 연말을 앞두고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단기금융시장은 가계, 정부, 금융기관 등 경제주체들이 단기적인 자금 과부족을 조절하기 위해 보통 만기 1년 이내의 단기금융상품을 거래하는 시장을 말한다.

국내 단기금융시장은 콜, 환매조건부채권매매(RP), 양도성예금증서(CD), 기업어음(CP), 표지어음, 통화안정증권 등으로 구성된다. 그 중 양도성예금증서(CD)는 은행간 자금조절 및 은행의 단기자금조달 수단이며, 기업어음(CP)은 기업의 단기자금조달 수단으로 주로 이용된다. 콜, RP 등은 초단기 자금을 조달할 때 이용된다.

본래 지난 2023년 연초엔 정부의 긴급지원 등에 힘입어 단기금융시장이 안정을 보였다. 그러나 새마을금고발 부동산 PF관련 위험이 등장하면서 불안감이 커졌고, 이후 새마을금고의 예금인출 사태로 시장은 더욱 혼란해졌다.

이에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부동산 PF 개발에 참여한 금융사들의 리스크 우려가 확대되는 등 관련 위험이 증가했다. 그로 인해 PF 대출채권 등 부동산 관련 채권을 담보로 발행한 ABCP발 단기금융시장 불안이 점차 증가하기 시작했다.

또 브릿지론을 많이 실행한 증권사들의 대부분은 3개월 혹은 6개월 ABCP를 발행, 자금을 조달했고,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위기설이 생겨나기도 했다. 또한 신용도가 낮은 건설사는 ABS보다 단기신용에 대한 투자적격 신용등급 획득이 용이한 ABCP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중소형 건설사 및 증권사의 위기설이 대두되는 가운데, 6월 들어 새마을금고의 부동산 PF 관련 연체가 9%에 육박한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새마을금고를 둘러싼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했고 이는 채권시장 혼란으로 이어졌다.

김보영 연구원은 특히 “새마을금고는 은행보다 전문성이 낮은데다, 대출 기준이 금융기관보다 낮아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떨어지고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 건설사가 시공하는 부동산 PF 대출이 집중돼있다”고 지적하며, “이에 7월 들어 위기감은 더욱 고조됐고, 새마을금고는 뱅크런 위기를 맞자 국고채를 대량 매각할 수 밖에 없었다”고 돌이켰다.

결국 이는 채권 금리 급등으로 이어졌고, 대형 건설사인 GS건설의 PF 부실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PF-ABCP 발행에 문제가 생기는 등 단기자금시장 경색의 조짐이 다시 일기도 했다. 이에 정부가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고 나섰다.

일단 새마을금고 및 금융기관의 예금인출 확산 가능성에 대비, 5대 시중은행 및 기업은행,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까지 동원해 새마을금고의 국고채 등 우량 채권을 담보로 RP를 매입했다. 그 결과 최대 7조원 플러스 알파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일단 ‘급한 불’은 껐다.

한국은행도 7월말에 제도를 개편, 위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인 새마을금고에도 유동성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그런 가운데 레고랜드 사태로 2022년 3분기부터 회사채 및 기업어음의 금리가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에 공채 및 회사채 발행이 사실상 중단되는 등 시장이 크게 위축되자, 정부는 10월 긴급 시장안정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국내 단기금융시장은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는 듯했다. 

그러나 4분기에 들어서며 CP 금리가 상승하는 등 단기금융시장이 또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정부는 지난 연말을 앞두고 계절적 요인 등에 따른 채권관련자금 유출 및 수요감소 등으로 단기자금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것을 우려, 37조원 규모의 채권‧단기금융 시장안정화 조치 기한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김 연구원은 그럼에도 “지난해 고금리 등으로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진 기업들은 CP 발행으로 자금조달을 선회하였으나 연말을 앞두고 금리가 상승하자, 시장이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다”면서 “11월 미국의 금리동결 이후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회사채 수요가 일부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여전히 발행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단기금융시장의 경색 기조를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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