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연구원, "2010년대 중반 이후 어려움, 고유의 모습 잃어"
지역 맞춤형 금융기관 위한 정책지원 등 필요
이미 수도권 등 진출한 경우 ‘시중은행’ 전환 지원도

BNK 부산은행 본점.
BNK 부산은행 본점.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지방은행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과 함께, 필요한 경우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등의 획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방은행은 필요한가?'라는 헤드라인을 내건 분석 보고서를 통해 새삼 지방은행의 역할과 필요성, 과제와 대안 등을 제시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이병윤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 지방은행이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그 이유와 역할은 무엇인지,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생존방안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같은 문제의식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방은행은 2010년대 중반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수도권 및 해외진출을 늘리면서 고유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를 위한 실증분석 결과 우리나라 지방은행은 지역경제 성장에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인 효과는 지방은행들이 수도권 진출을 크게 늘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잘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즉 지방은행이 수도권 및 해외진출을 늘리며 지방은행 본연의 모습을 잃어가던 시기에는 지역경제 성장에 기여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막연히 시장에 맡겨 놓을게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정부지원을 촉구했다. 특히 지방은행 본연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지방은행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미 수도권 진출을 확대하면서 대형화하고 있는 지방은행들에 대해서는 시중은행 전환 지원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방은행은 17개 광역시도 중 5개 지역에만 존립하게 되어 금융정책적으로 어떤 체계나 원칙이 없이 존속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그 역할과 필요성에 대한 재정립이 요구된다는 의견이다.

특히 “우리나라 지방은행은 최근 지역경제의 침체, 디지털금융 확산 등 금융환경의 변화, 정부의 은행산업에 대한 경쟁강화 정책과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등의 영향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계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지방은행의 성장성과 수익성은 과거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대체로 2015~16년을 기점으로 과거 시중은행보다 좋았던 성장성, 수익성, 건전성 등이 시중은행보다 나빠졌고 이러한 상태가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경영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수도권 및 해외진출을 확대함으로써 “지역 중소기업 및 지역민들에 대한 은행서비스 제공”이라는 본연의 의미를 잃어가며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구은행 본점.
대구은행 본점.

지방은행 본연의 역할 위한 정책적 지원 필요

이 연구위원은 이에 정책당국에 대해 나름의 대안을 제시했다. 우선 지방은행 본연의 역할 강화를 지원하는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 중소기업 은행자금 공급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한국은행이 운영하는 ‘금융중개지원대출제도’ 중 ‘지방중소기업지원 프로그램’의 지원한도를 늘리고 지원을 위한 대출취급실적 기준도 완화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또 지역 중소기업 대출에 대해 금융감독 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에 대한 세제혜택도 주문했다.

다음으로 지역민들에 대한 은행서비스가 활성화되도록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역민들에 대한 은행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은행이 설치하는 금융인프라에 대해 세제혜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 금융감독 측면에서도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지역재투자평가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지역재투자 평가에서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지역 금융서비스를 위한 인프라 투자에 대한 배점을 지금보다 크게 높이는 것이다. 이를 평가하고, 그 결과에 대한 인센티브를 명확히 하는 등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또 ‘지방시대’ 선포에 따른 정책 집행에 지방은행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즉, 지역균형발전 관련 정책집행 과정에서 지역에 집중하는 지방은행을 적극 활용, 지방은행에 새로운 먹거리를 제공하는 방안을 주문했다.

이 밖에 각종 규제 개선도 필요하다. 지방은행의 영업에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는 규제들을 검토해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동일 금융지주회사가 두 개 이상의 은행을 자회사로 가지고 있는 경우, 전산시스템 통합과 관련된 규제를 개선하는 방안도 있다.

특히 이 연구위원은 “전국 영업을 확대하는 지방은행의 경우 시중은행 전환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해 눈길을 끈다. 즉 “이미 수도권 등 다른 지역 진출을 늘려 덩치가 커진 대형 지방은행에 대해서는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도록 지원함으로써 은행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