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新作 '켈리', 잠자던 맥주시장 깨워
국내 맥주 브랜드 중 최단기간 판매기록 '기염'
'테라'와 연합, 국내 3대 대형마트 시장점유율 1위
맥주 본연의 본질적인 '맛'으로 승부
'부드러운 거품, 강렬한 탄산감'...3년 공들인 야심작

'켈리' TV광고 '덴마크 해풍 편'

[중소기업투데이 조민혁 기자] 기존에 없던 엔데믹 맥주시장에서 ‘하이트진로’의 기세가 무섭다. 올해 4월 ‘테라’의 후속 라거 ‘켈리’를 출시, 선제적으로 치고나온 것이 적중했다. ‘켈리’는 출시 이후 36일만에 100만 상자가 판매되며 국내 맥주 브랜드 중 최단기간 판매기록을 세웠다. 이어 99일만에 1억병 판매를 돌파했다. 출시 1개월만인 5월부터 국내 3대 대형마트에서는 ‘테라’와 ‘켈리’ 연합이 시장 점유율 1위를 탈환했고, 지금까지 그 성과를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이 늘면서 맥주소비가 정체된 시장에 부드러운 거품과 강렬한 탄산감이 매력인 '켈리’의 등장은 단박에 소비자들의 관심과 이목을 끌며 맥주시장을 깨우는데 일조를 했다는 평가다.

aT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올해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간 국내 맥주시장 매출액은 1조391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조4687억원) 대비 5.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가운데서도 국내 맥주시장의 양대 공룡인 하이트진로는 같은 기간 2.0% 증가한 4075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켈리’의 선전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켈리’는 4월 출시 이후 4개월 동안 871억원 어치가 팔렸다. 하이트진로의 주력인 ‘테라’매출(1588억원)의 절반이 넘는 수치다.

하이트진로는 기존 ‘테라’와 ‘켈리’를 쌍두마차로 해 맥주시장 점유율의 절반을 가져오겠다는 구상이다. ‘테라’가 ‘참이슬’과 블렌딩해 마시는 일명 ‘테슬라’ 유행에 힘입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것과 함께, 전세계를 훑어 찾아낸 부드러운 풍미의 덴마크산 맥아 100%의 ‘켈리’로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지금까지 라거맥주는 부드럽거나 아니면 강렬하다는 두가지 타입으로 나뉘었는데, 하이트진로는 ‘켈리’를 론칭하면서 이 두가지를 모두 구현한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컨셉을 내세웠다. 해풍을 머금은 덴마크 프리미엄 맥아 100%와 더블숙성공법으로 입에 닿을 때는 부드럽지만, 목으로 넘어갈 때는 탄산감이 강렬한 균형있는 밸런스의 라거맥주를 구현, 맥주 본연의 본질적인 ‘맛’에서 우선 승부를 걸었다.

 ‘보는 맛’, ‘손에 닿는 촉감’까지도

세상에 없던 '앰버 컬러'의 '켈리'  
세상에 없던 '앰버 컬러'의 '켈리'  

하이트진로는 ‘켈리’를 선보이면서 마케팅에 총력을 쏟고 있다. ‘켈리’의 브랜드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고심해서 선택한 배우 손석구를 홍보모델로 앞세워 광고카피 그대로 ‘라거의 반전’을 노렸다. 하이트진로가 ‘켈리’를 론칭하면서 들인 공은 맥주병에서도 드러난다. ‘켈리’병의 앰버(호박·琥珀) 컬러는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판매되는 식용 유리병들을 일일이 스터디해서 찾아낸, 전세계에 없는 색상 레시피다. 독일산 스테인드글라스에서 유리샘플을 발견해 총 159차례의 유리병 샘플 테스트를 거쳤다. 디자인 상으론 병 어깨의 곡선으로 부드러움을 강조하고 병 하단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직선으로 강렬함을 표현했다.

‘켈리’의 론칭을 주도한 오성택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상무는 “모든 제품의 마케팅, 광고가 그렇지만 주류 마케팅은 정말 어려운 분야”라며 “디테일과 완성도를 위해 끌로 파는 노력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사실 하이트진로는 ‘켈리’ 이전에 주류시장에서 괜찮은 성적을 내고 있었다. 소주로는 ‘진로이즈백’이 출시 72일만에 1000만 병 기록을 세웠고, 맥주 ‘테라’는 출시 100일 만에 1억 병 이상 팔렸다. 2020년 1월엔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 40%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홈술’, ‘혼술’을 즐기는 분위기에다 경기침체까지 겹쳐 맥주 소비시장이 정체가 되면서 맥주회사들 입장에선 시장의 흐름을 바꿀 ‘게임체인저’가 절실히 필요했다. 그같은 절박함에서 비롯되어 탄생한 것이 바로 ‘켈리’다.

오 상무는 “술의 진정성은 결국엔 맛에서 나온다”며 “켈리의 차별점으로 ‘맛’의 본질을 우선적으로 지키고자 했다”고 말했다. 거기에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디테일을 얹어 맥주병의 색깔부터 전용 잔까지 공들여 탄생시켰다는 거다.

‘켈리’가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덕에 하이트진로는 지난 10월 한국광고주협회(회장 최선목)가 수여하는 ‘광고주가 뽑은 올해의 마케터상’을 수상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제품과 브랜드를 알리고 시장점유율 및 매출증대로 마케팅 효과를 보았음을 입증하는 상이다.

이어 11월엔 한국인터넷소통협회가 수여하는 제16회 대한민국 소통어워즈에서 영예의 종합대상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비롯해 ‘대한민국인터넷 소통대상(식음료 부문 대상)’, ‘대한민국디지털콘텐츠 대상(캐릭터콘텐츠 부문 대상)’ 등 3관왕에 올랐다.

앰버 컬러 ‘켈리’가 바꿔놓은 흐름이 연말 맥주시장에서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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