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업고도화로 한국산 중간재 수입 줄고, 현지 경쟁력 하락
리오프닝 이후 경기회복 부진, IT경기 부진으로 반도체 수요 크게 감소
산업연구원, “현지 경쟁력 제고, 수출 다변화와 다양한 공급망 확보” 주문

중국 센젠에서 열린 하이테크 페어.
중국 센젠에서 열린 하이테크 페어.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지난해 이후 장기간 이어진 우리 수출 부진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대중 수출 감소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중국의 중간재 자급률이 크게 높아지고, 경기회복이 더딘 한편, 글로벌 IT경기가 활발하지 못한데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산업경제연구원은 최근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한국의 경쟁력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대응책을 점검하고, 공급망 재편에 대비해 안정된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같은 진단과 처방을 제시했다.

산업경제연구원은 ‘산업경제이슈 브리프’를 통해 우선 ‘대중국 수출 부진’의 원인으로 중국의 중간재 자급률 상승 및 한·중 경쟁력 격차 축소를 들었다. 즉 “적극적인 중국의 산업 고도화 정책으로 인해 중국산 중간재 자급률이 상승하고, 한·중 간 경쟁력 격차가 축소되면서 한국산 중간재 투입률이 하락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대중국 수출입 비중. [출처=무역협회]
대중국 수출입 비중. [출처=무역협회]

이에 따르면 중국은 질적 성장으로 성장전략 전환을 도모하면서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는 산업구조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통한 중국의 중간재 국산화 노력은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중국의 중간재 수입 비중은 2016년 55.4%에서 2022년 50.1%까지 하락했다. 이전보다 한국산 중간재에 대한 선호도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결과다.

중국 수입시장 내 한국 제품의 경쟁력 약화도 수출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 수입시장에서 한국 점유율은 2015년 10.9%에서 2023년 6.2%로 하락했다. 특히 디스플레이, 전지, 석유정제 등의 품목에서 한국 점유율 하락이 두드러졌다.

반면에 같은 기간의 대만과 미국이 차지하는 수입 비중은 큰 변화가 없다. 호주는 오히려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중국의 대외 수입대상국 순위에서도 큰 변화가 생겼다. 한국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1위를 유지하였으나 2020년 대만에 1위를 내주었고, 2023년에는 5위로 하락했다.

중국의 수입시장에서 한국은 여전히 고위 기술 산업의 수출 비중이 높다. 이에 비해 중저위기술 산업 수출 비중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중국의 경기 회복 지연도 대중국 수출 부진을 가속화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경기의 회복 지연으로 ‘리오프닝’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대중국 수출에 긍정적 효과가 본격화되지 않은 상황이란 분석이다.

지난 2분기 중국 GDP 성장률은 6.3%로 예상보다 더딘 회복 속도를 보였다. 이는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특히 중국의 소매판매, 고정투자, 산업생산 등 주요 경제지표에서 증가세가 둔화되었다. 그래서 “중국의 수입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고 있어 대중국 수출 회복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산업연구원은 자체 실시한 설문조사를 인용, “중국 진출 기업이 직면한 경영애로사항으로 현지수요 부진(38.3%)의 어려움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에는 중국 내수경기 위축, 부동산 경기 침체 등에 대한 우려로 이전처럼 큰 폭의 대중국 수출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산 중간재 가격과 기술수준. (한국산=100%)
중국산 중간재 가격과 기술수준. (한국산=100%)

글로벌 IT 경기 부진도 대중 수출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로 인해 반도체 등 대중 수출 주력 IT 품목이 특히 부진한 것이 전체 수출에 큰 영향을 주었다.

글로벌 IT 경기 부진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감소한데다, 기업의 감산 조치 등에도 불구하고 수요 반등이 크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또한 수요 둔화와 재고 누적 등으로 인해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다소 부진한 가운데, 중국이 세계에서 반도체 수요가 가장 많다보니 한국의 수출 부진이 불가피할 수 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은 “2023년 3분기 한국 대중 수출액 314억 달러 가운데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9.4%로 전년동기 대비 약 6.3%포인트나 감소했다”고 심각성을 전했다.

이에 산업연구원은 “대중국 수출 부진의 고착화를 막기 위해 한국의 경쟁력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대응책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방안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그동안 유지했던 수직 분업화 구조가 깨지면서 한국의 경쟁력 향상을 도모하여 중국 산업구조 고도화로 인한 자급률 상승에 대응해야 한다. 또 고기술, 고부가가치 중간재의 지속적인 개발을 통해 수출 품목을 육성해 중국산 중간재 와의 기술적 차별성을 확보하는게 중요하다.

산업연구원의 한정민 동향분석실 연구원은 “예를 들어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에 따른 신산업 분야 수입수요 증가를 새로운 기회로 삼아 대중국 수출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특히 “수출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수출시장 다변화도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중장기적으로 중국에 의존도가 높은 한국 수출에 구조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중국에 편중된 공급망 체계에서 벗어나 다양한 국가를 이용한 공급망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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