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 공존 동의제’ 도입, 소기업·소상공인 상표 사용에 ‘숨통’
먼저 사용한 상표, 등록한 사용자와 공존 가능...내년 4월 중 시행 예정

'메타버스 페스티벌 2023'에 출품한 업체들.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메타버스 페스티벌 2023'에 출품한 업체들.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흔히 오래 전부터 먼저 상표를 사용해왔으나, 뒤늦게 이를 특허 등록한 다른 사용자들의 문제 제기로 인해 곤욕을 치르는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들이 많다. 특히 최근에만 해도 경관조명용 제품이나, 에폭시 관련 도료와 마감재, 각종 프린팅 경화 기술과 관련 화학제품등에 걸쳐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면서 업자와 소기업들 간에 상표와 브랜드 문제로 다투는 경우가 많다.

그 중엔 별도 특허심판을 구하거나, 심지어는 상표 도용을 문제로 가처분신청과 손해배상 등 심각한 법적 다툼으로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있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이는 법과 제도에 의한 지식, 시스템을 갖춘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보다는 이에 취약한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의 경우가 많다.

ㄱ지역에서 식당 경영을 준비하고 있는 갑씨는 최근 특허청으로부터 사용하려던 상표와 유사한 선등록상표가 있다는 이유로 등록이 불가함을 통보받았다. 확인해보니 지리적으로도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을씨가 유사한 이름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앞으로 이처럼 유사한 선등록상표로 인해 자신이 사용하려던 상표를 등록하지 못하는 소상공인의 고민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상표 공존 동의제’가 도입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최근 상표 공존 동의제의 도입을 골자로 하는 상표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10.6)를 통과하면서, 이는 곧 현장에 적용될 예정이다.

상표 공존 동의제란, 선등록상표권자 및 선출원인이 동의하는 경우, 동일·유사한 후출원상표도 등록받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다만, 수요자 보호를 위해, 공존하게 된 상표 중 어느 한쪽이라도 추후 부정 목적으로 사용돼 수요자의 오인·혼동을 야기한 경우 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 제도 하에서는 선등록상표 또는 선출원상표와 동일·유사한 후출원상표는 등록이 거절된다. 통계에 따르면 전체 거절상표 중 40% 이상이 이를 이유로 거절되며, 그 중 약 82%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이 출원한 상표에 해당한다.(’22년 기준).

이들은 사용하려던 상표의 등록이 거절될 경우 심각한 경영상의 불안정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시장의 현실을 반영해 상표등록 허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상표 공존 동의제가 도입되면 선상표권자의 동의 하에 사용 예정인 상표를 등록받고 계속 사용할 수 있게 되므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안정적인 상표 사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선상표권자가 사전에 유사 상표의 사용에 동의하게 되므로,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상표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미국·싱가포르 등 해외 주요국에서도 이미 동 제도를 도입해 시행 중이며, 일본 역시 지난 6월 동 제도의 도입을 위한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동 제도는 2024년 4월 중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제도 적용 대상의 폭을 보다 넓히기 위해, 시행 이전에 출원했더라도 시행 시점에 등록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출원 건에 대해서도 소급해 적용될 수 있도록 했다.

금번 개정안에는 상표 공존 동의제의 도입 이외에도 새로운 존속기간의 개시 전 상표권 소멸한 경우 이미 납부한 갱신등록료의 반환 변경출원 시 원출원의 우선권 주장 자동 인정 국제 상표의 분할 인정 등 10여개 제도 개선사항이 함께 포함돼, 보다 다양한 측면에서 출원인의 권익 보호 및 편의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선의의 상표 선사용자 보호, 개정 ‘부정경쟁방지법’도 시행

한편 특허청은 이미 10월 들어 국내에 널리 알려진 타인의 상표(이하 '유명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부정한 목적 없이 먼저 사용한 자가 해당 상표를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개정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도 시행하고 있다.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르면, 타인의 유명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먼저 사용한 자는 부정한 목적이 없는 한 해당 상표를 계속 사용해도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유명상표’와 ‘선사용자의 상표’가 시장에 공존하게 되면, 소비자는 두 상표가 동일 판매자의 상품이라고 오인·혼동할 우려가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개정법은 유명 상표의 보유자가 선사용자에게 오인·혼동방지에 필요한 표시를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법 개정 이전에는, 상표를 먼저 사용했더라도 동일·유사한 타인의 상표가 유명해진 시점부터는 해당 상표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선사용자는 유명 상표권자로부터 경고장을 받는 등 법적 대응을 해야 하고, 결국 영업장 간판 등을 교체하거나 생산 제품을 폐기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선사용자 보호 규정은 자신의 상표를 다른 사람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적극적인 권리행사까지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사용하는 상표를 적극적인 권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특허청에 타인보다 먼저 출원하여 상표 등록을 받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생각(아이디어) 탈취행위에 대한 금지청구권의 시효 제도가 시행된다. 이에 따라 탈취한 생각(아이디어) 무단사용에 대한 금지청구권의 시효가 행위를 인지한 날로부터 3년, 또는 부정경쟁행위가 시작된 날로부터 10년으로 명확히 규정된다.

그 외에도, 부정경쟁행위 행정조사에서 현장조사 대상을 서류, 장부·제품뿐만 아니라 디지털 파일 등도 포함하는 ‘자료’로 확대하는 내용과, 영업비밀 원본증명기관이 국가로부터 수령한 보조금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 경우, 이를 의무적으로 환수하도록 하는 내용도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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