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상전략연구원, 국회 세계한인경제포럼 공동 세미나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현지 동포 사업가, 전문가 등 참석
인도네시아, 내년에 '식품할랄'·2026년 '화장품할랄' 시작
베트남, 코로나 봉쇄정책 이후 경제·사회적 대변화
... "과거처럼 생각하고 베트남 들어가면 망해"

월드옥타 주최 세계한인경제인대회 부대행사로 24일 수원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성공적 동남아진출을 위한 전략·전술 특별세미나' 모습.  
월드옥타 주최 세계한인경제인대회 부대행사로 24일 수원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성공적 동남아진출을 위한 전략·전술 특별세미나' 모습.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우리 기업의 동남아진출을 위한 구체적 전략 전술을 논의하는 자리가 현지에서 수십년간 사업을 일구고 있는 재외동포 기업인들이 참여한 가운데 마련됐다.

국제통상전략연구원(원장 안경률)과 국회 세계한인경제포럼이 24일 경기도 수원 코트야드 메리어트 호텔에서 개최한 ‘성공적 동남아진출을 위한 전략·전술 특별세미나’는 주요 동남아시장인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지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 기업인들이 고려해야 사항들을 현지의 동포 기업인들과 코트라 전문가 등이 함께 논의하는 의미있는 자리였다.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가 주최하는 제27차 세계한인경제인대회의 부대행사로 열린 이번 세미나에선 이장희 코트라 자카르타무역관장, 권병하 월드옥타 명예회장(Hainekwon Ind. 대표), 박기출 명예회장(싱가포르, PG 오토모티브 홀딩스 대표), 손영일 월드옥타 호치민 명예지회장(아이엔티 페이퍼 사장)이 각각 주제발표자로 나섰다.

내년으로 다가온 ‘식품 할랄화’가 이슈, 인도네시아

우선 이장희 코트라 관장은 전세계에서 이슬람인구가 가장 많은 지정학적 요충국가인 인도네시아의 상황을 자세히 소개했다.

이 관장은 “미중 패권경쟁으로 인해 인도네시아의 지정학적 위치의 중요성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며 “인도네시아 경제 또한 현 조코위 대통령 이후 에너지보조금 등 고질적인 문제들이 개선되고 수출과 함께 외국인 직접투자가 큰폭으로 느는 등 도약을 이룰 기틀을 다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면서 외국인투자가 급격히 증가해 무려 456억 달러가 들어와 있다고 전했다. 배경에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옴니버스법을 개정해 외국인이 100% 투자할 수 없는 업종을 종전 350개에서 40개로 줄이는 등 외국인 투자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을 하였으며, 그에 따른 자신감의 표현으로 외국인투자 최소 납입 자본금을 100억 루피아(8억원 정도)로 올렸다고 설명했다.

이 관장은 “베트남과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다가 공산당 정부의 폭거를 경험하고 나서 정치적 리스크가 비교적 적은 인도네시아로 기업을 이전하는 사례가 많이 있다”며 “한-인도네시아 FTA가 올해 1월 발효가 되면서 자동차, 철강, 플라스틱 분야 관세가 대폭 철폐가 된 점도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현지 한류열풍이 워낙 강해 경제 전문가들은 이를 ‘코리아 쓰나미’라고 부를 정도라고 이 관장은 전했다. 이는 한국 제품에 대한 높은 호감도로 연결되므로 소비자시장 진출에 지속적인 호재로서 진출을 고려할만하다고 강조했다.

주의할 점도 제시했다. 인도네시아는 내년에 신할랄인증표기가 의무화되는데 이 부분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2024년부터 식품 쪽, 2026년부터는 화장품 분야에 할랄화가 시작된다. 따라서 ‘할랄(halal)’이 아닌 경우 ‘하람(haram)’으로 스티커 처리가 돼 수입이 된다는 얘기다.

덧붙여 고려할 사항은 인도네시아도 이제 중산층이 확산되고 있으며, 정부 차원에서 의료보험을 대폭 늘리고 있어 의약품과 의료기기 분야 시장이 상당히 유망하다고 이 관장은 추천했다. 이에 경쟁력 있는 현지 파트너(유통) 발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관장은 “해외투자시 성공비결 중 하나는 현지화를 잘하는 것”이라며 “결국은 현지 문화를 잘 아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인들은 불확실성에 대한 회피성이 우리나라 사람에 비해 상당히 낮다. 불확실성에 대한 거부 정도를 문화지표로 나타낼 때 우리나라가 85점이면 인도네시아는 48점이다. 따라서 어떠한 불확실성에 직면해 우리가 “빨리빨리”하자고 하면 인도네시아인들은 “스마일 스마일”하며 느긋한 태도를 보인다는 설명이다.

소통방식에 있어서도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걸 금기시하며 많은 사람들 앞에서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는 것을 상당히 혐오한다고 이 관장은 전했다.

일방적인 지시 보다는 상대방의 참여를 통한 합의를 중요시하고 웬만해선 상대방이 불편해할까봐 “노(N0)”라는 답을 하지 않기 때문에 설령 “예스”라고 답을 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 거절로 받아들이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한편 인도네시아에서 유념해야할 사항으로 김종헌 무궁화유통 대표는 “화장품의 경우 온라인을 통해 불법 상품이 너무 많이 들어와 유통과정에 정부 검열이 들어간 상태”라며 “불법 유통이나 해외직구 등 온라인을 통한 한국 화장품 사업이 점점 힘들어지고 향후 큰 어려움이 닥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약 2300개로, 유럽에 진출한 우리 기업 수를 합친 것보다 조금 더 많은 수치다.

25일 열린 국제통상전략연구원 주최 세미나에 패널로 참석한 (왼쪽부터) 손영일 옥타 호치민 명예지회장, 이장희 코트라 자카르타무역관장, 박기출 옥타 명예회장, 이혁 전 베트남대사, 권병하 옥타 명예회장, 최분도 베트남 중남부 한인상공인연합회장, 김종헌 무궁화유통 대표, 김경록 옥타 하노이지회장.   
24일 열린 국제통상전략연구원 주최 세미나에 패널로 참석한 (왼쪽부터) 손영일 옥타 호치민 명예지회장, 이장희 코트라 자카르타무역관장, 박기출 옥타 명예회장, 이혁 전 베트남대사, 권병하 옥타 명예회장, 최분도 베트남 중남부 한인상공인연합회장, 김종헌 무궁화유통 대표, 김경록 옥타 하노이지회장.   

8000개 한국기업 진출해있는 베트남시장은, ‘터닝 포인트’

이날 또다른 발표자로 나선 손영일 호치민 명예지회장은 1994년 코오롱상사 주재원으로 처음 베트남에 들어갔으며 2001년 현지에 회사를 설립했다.

손 회장은 베트남인을 이해하는 키워드 중에서 “가족을 중요시하는 점”을 가장 강조하고 싶다고 꼽았다. 실례로 베트남인들은 회사가 이전을 해서 오토바이로 이동거리가 20~30분 정도 늘어나면 가족을 케어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둘 정도라고 귀띔했다.

지난 코로나팬데믹 과정에서 중국과 마찬가지로 완전 봉쇄정책을 편 베트남은 경제, 사회적인 측면에서 코로나 이전과 이후가 크게 엇갈리는 대표적인 케이스의 국가다. 코로나 봉쇄를 계기로 한국, 일본, 미국 등지로부터 오더가 줄기 시작했고 정치적인 리스크 면에서 안정된 국가라는 인식 또한 깨졌다고 손 회장은 말했다.

참고로 베트남의 GDP성장률은 2018년과 2019년 각각 7.08%, 7.02%를 기록하다가 코로나 기간인 2020년과 2021년 2.91%, 2.58%로 크게 내려앉았으며 기저효과 등으로 2022년에는 8.02%로 올라섰으나 올해 상반기 3.7%라는 최저 수준의 성장을 보였다.

지난 수십년간 베트남 투자 1위 국가는 단연 한국이었다. 하지만 베트남을 과거처럼 생각하고 들어가면 망한다고 손 회장은 경고했다. 한국이 제조업 쪽, 일본은 ODA 사업, 싱가포르가 부동산 쪽으로 그간 활발히 투자를 했는데, 이제 중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섬유 등 제조업에서 한국기업이 제일 많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손 회장은 전했다.

이어 코로나 이후 현지에서 일어난 세가지 큰 사회변화로 ‘젊은이들이 힘든일을 안하는 점’, ‘디지털화 및 고도화’(정부정책), ‘사회주의 강화’를 들었다. 아울러 대도시 출산율이 1.81명으로 20년 정도 지나면 베트남도 고령화사회로 진입한다며 과거처럼 노동력을 염두에 두고 베트남에 가서 장기간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바꾸어야한다고 손 회장은 말했다.

베트남 상황에 대해 최분도 베트남 중·남부 한인상공인연합회장은 “신발·봉제 쪽으로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경우 하나둘씩 문을 닫고 떠나는 기업들이 꽤 생기고 있다”며 “반면 베트남 젊은세대들이 IT에 능력을 보이고 있어 우리나라 IT기업들이 아웃소싱으로 많이들 들어와 있으며 베트남정부 또한 빅데이터센터 유치 작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는 등 IT기반 투자는 유효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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