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 對中 기술제재 원천적 실패? “원점에서 재점검” 목소리
기반기술 SMIC ‘기린9000s’, 퀄컴 스냅드래곤888 버금가는 수준
그러나 EUV노광 아닌, 재고품 저밀도 DUV 사용 추정, “아직은 수준 낮아”

화웨이 메이트 60 프로 이미지. [출처=화웨이]
화웨이 메이트 60 프로 이미지. [출처=화웨이]

[중소기업투데이 조민혁 기자] 미국이 반도체를 비롯한 대중 기술제재를 엄격히 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화웨이’가 ‘7나노(nm)’ 칩(AP)을 탑재한 5G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를 출시, 미국과 국제 스마트폰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그 품질이나 기술 고도화 수준과는 별개로, 기술패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 국면에서 미국이 판정패를 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아직은 ‘7나노 프로세서’의 수준이나 품질 측면에서 그런 속단을 할 단계는 아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반도체 제재, 블랙리스트 등재 이후 스마트폰 사업 중단 위기에 직면했던 화웨이가 7나노 공정 기반 5G 프로세서 ‘기린 9000s’을 탑재한 신제품 ‘메이트 60 프로’를 개발했다는 사실 자체가 미국으로선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같은 웨이퍼라도 회로를 미세화할수록 동일 면적에 더 큰 용량과 고성능, 고효율의 제품을 만들 수 있고, 그 핵심이 되는 초미세 공정 수준이 7나노에 이르렀다는 것만으로도 결코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SMIC의 ‘소리 소문없는 R&D’ 결과

‘블룸버그 통신’과 ‘익스트림테크’, ‘더 버지’ 등 전문매체의 분석과, WSJ ‘테크 섹션’ 등을 종합하면, ‘메이트 60 프로’는 화웨이 반도체 설계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기린 9000s’ 칩을 탑재한 것으로 보인다. 이 칩은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의 7나노급 2세대 공정(N+2)을 활용해 생산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하이실리콘은 모바일 AP나 네트워크 반도체를 전문적으로 설계하는 만큼, 화웨이의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자체 AP인 ‘기린’ 시리즈를 줄곧 설계해오다가 이번에 ‘깜짝’ 선물을 이 회사에 안긴 것이다.

‘N+2’ 공정은 1세대인 ‘N+1’에 비해 CD(임계수치)를 개선하고 셀 높이를 줄임으로써 전체 셀 면적을 10%나 축소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임계수치, 즉, 반도체 회로 패턴의 폭을 매우 균일하게 배열함으로써 게이트 밀도 역시 향상시켰다. 물론 이에 대해 전문 엔지니어링 사이트인 ‘IT파인드’는 비록 밀도를 향상시켰다곤 해도, 삼성전자 등의 같은 7나노급에 비해 수율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말이 7nm급일뿐, 수율이나 구체적 성능에 대해선 중국 측도 정확한 공개를 꺼린다는 얘기다. 실제로 스마트폰 완제품으로서 ‘메이트 60 프로’를 놓고 보면, 반도체 공정에서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반도체) 장비를 사용한 것부터가 신뢰도를 낮춘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미세한 회로를 새기기 위해선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써야 한다. 이는 파장이 13.5nm로 매우 짧아 기존의 노광장비보다 훨씬 더 미세한 회로를 새길 수 있다. 지난 2019년 이후 이 장비가 보급되면서 반도체 성능과 전력 효율이 크게 향상됐다.

이는 파장이 짧아 매우 미세한 회로를 새길 수 있고, 회로의 밀도를 높여 반도체의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전력 효율을 높여 반도체의 소비 전력을 줄일 수 있다. 한 마디로 지금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최고 품질을 보장하는 것이다. 대신 가격이 매우 비싸고, 장비 생산이 어렵고, 유지․보수도 까다롭다. 이에 현재 EUV 노광장비는 네덜란드 ASML이 독점 생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EUV 노광장비는 반도체 미세화를 위한 핵심 기술로, 반도체 산업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중국으로선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등에 묶여 고도의 EUV 노광장비를 사용하기 어렵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그나마 (재고장비로) 확보할 수 있었던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통해 ‘메이트 60 프로’의 7nm급 칩을 생산한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추측이다.

그러나 DUV는 EUV에 비해선 회로의 미세화가 크게 떨어지며, 회로의 밀도가 낮아 반도체의 성능이 떨어진다. 전력 효율도 낮고, 전기도 많이 든다. 그러나 중국으로선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셈이다. 파장이 길어 EUV 노광장비보다 저렴하고, 장비 생산이나 유지 보수가 쉽기 때문이다. 이는 네덜란드 ASML 뿐 아니라, 일본 니콘, 캐논 등 다수의 생산업체들이 있다. 그 때문에 ‘메이트 60’에 장착된 7nm급 칩이 품질 역시 뒤떨어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기존 화웨이 스마트폰 '메이트 X3'. [출처=화웨이]
기존 화웨이 스마트폰 '메이트 X3'. [출처=화웨이]

보란 듯이 미 상무장관 방중에 맞춰 제품 공개

그러나 이번 ‘화웨이 사태’는 그게 문제가 아니다. 중국 내에선 ‘메이트 60’ 프로가 출시된 직후 거대한 내수시장을 배경으로, ‘애국소비’ 바람이 불면서, 화웨이 구매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에 지난주 있었던 연례 ‘애플 이벤트 2023’의 아이폰15, 15프로, 15프로맥스 등 일련의 야심작들에 대한 지구촌의 관심이 줄어들고, 빛이 바래고 말았다.

그 바람에 지난 주 애플 주가가 폭락하고, 시장 가치가 2000억원(한화) 이상 추락하기도 했다. 전체 매출의 5분의1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애플로선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대로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배경으로 그 역량과 기술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 대표적인 ‘사건’이 이번 ‘화웨이 사태’다.

더욱이 화웨이는 마친 지나 M. 라이몬도 미 상무부 장관의 방중 시기에 맞춰 신제품을 출시했다. 상당히 의도적인 모습이란 해석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의 엄격한 무역 제한에 직면한 거대 통신업체 화웨이가, 하필이면 상무장관의 중국 순방 중에 새로운 스마트폰을 공개함으로써 미국이 중국의 기술 역량을 탄압하는 것이 힘들다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의미를 새기기도 했다.

이번에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소리 소문없이 사고를 친’ SMIC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도 가상화폐 채굴 장비에 들어가는 7나노 칩을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에 스마트폰 반도체까지 생산에 성공하면서 세계인의 이목을 다시 끌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회사의 ‘기린 9000s’ 성능이 퀄컴의 2세대 이전 모바일용 칩셋 스냅드래곤 888에 버금간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벤치마킹 프로그램 안투투(AnTuTu)와 긱벤치 6(Geekbench 6)은 실제로 ‘기린 9000s’ 성능을 테스트한 결과를 공인 등록하기도 했다.

‘메이트 60’ 프로를 출시한 날 화웨이 홈페이지는 이 제품에 대해 “위성통화 등 5G 통신, 안정적인 아키텍처, 선명한 이미지, 미학적인 디자인 등을 겸비한 혁신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상파 네트워크 신호를 통해 사용자들이 위성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는 위성통화를 지원하고, 자체 OS ‘하모니OS 4’ 버전을 탑재해 AI air 제어능력을 갖췄다. 또한 화면을 끄지 않고 ‘화면 보기’ 등이 가능하고, 자체 개발한 AI 거대 모델 ‘판구’와도 연결된다는 설명이다.

현재까지 7나노급 반도체 양산에 성공한 곳은 삼성전자·TSMC·인텔 정도다. 그러나 품질이나 수율이야 어떻든, SMIC의 7나노 양산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중국의 반도체 기술 진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선 SMIC가 ‘기린9000s’ 제조 공정과 세부 사양에 대해 그다지 상세히 언급하지 않고 있는 점을 들어, “완전 자체 공정인지, 아니면 자체 공급망을 통해 제조했는지는 불분명하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그래서 “중국 대기업들이 미국의 촘촘한 제재망을 우회하며 부품 조달·생산에 성공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화웨이가 개최한 대규모 ICT 컨퍼런스.
화웨이가 개최한 대규모 ICT 컨퍼런스.

전문가들 “재고장비 사용, 수율·밀도 등 떨어져” 

그래서 나오는 얘기가 화웨이가 탑재한 칩은 재고품이라는 의견이다. 2020년 9월 이전까지는 화웨이가 TSMC를 통해 첨단 반도체를 조달할 수 있었기 때문에 화웨이는 수입 금지가 내려지기 직전에 하이실리콘 사업부를 통해 칩을 비축했다는 것이다. 재고품을 꺼내서 다시 새 제품처럼 포장했을 가능성도 거론되며, 성능 자체가 2020년 출시된 제품과 동급인 점도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SMIC는 미국의 제재로 EUV 장비 도입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보다 한 단계 아래인 DUV(심자외선) 장비 활용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화웨이 사태’를 예사롭게 보아넘길 사안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미 삼성과 TSMC 등의 2나노 경쟁이 전개되는 시장에서 7나노 양산이 위협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 제재를 극복하며 기술 자립화 성과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양국의 기술패권 경쟁이 더욱 가열될 것이란 전망이다. 또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제재 실효성이 과연 어느 정도인가에 대한 논란도 이어질 전망이다.

그런 가운데 미국 상원에선 이 참에 중국에 대한 모든 라이센스와, 미국 기술이 바탕이 된 공산품 수출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또한 백악관은 별도의 팀을 꾸려, SMIC의 7나노 칩 특성과 구성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 수집에 나서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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