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타리오주에 벤처캐피털 자금·일자리 급속 유입
그럼에도 실리콘밸리에는 역부족 '평가'
... 생성형 AI 분야 일자리 등 뒤처져
하지만 "잠재력 있다", 글로벌기업 AI연구소 집결
상대적으로 낮은 '제품 생산비용'도 장점

캐나다의 한 AI 스타트업 회사 내부. [퍼킨슨앤윌(Perkins and Will) 제공]
캐나다의 한 AI 스타트업 회사 내부. [퍼킨슨앤윌(Perkins and Will) 제공]

[중소기업투데이 김세정 기자] 캐나다 AI(인공지능) 연구기관 벡터 연구소와 딜로이트 컨설팅회사가 공동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회계연도까지, 토론토가 속해 있는 온타리오주에 약 2860만 달러(한화 약 382억원)의 벤처캐피털 자금이 유입됐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206% 증가한 수치다. 투자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올해초에는 미국의 앨 고어 전 부통령이 설립한 펀드에서 AI를 이용해 약물 발견을 신속하게 추적하는 신생 기업인 벤치싸이(BenchSci)에 9500만달러(한화 약 1264억원)를 투자했다. 이 같은 투자는 일자리 창출에도 커다란 도움이 되고 있다. 지난해 3월 회계연도까지 1년 동안, 토론토와 온타리오주에서 약 2만2458개의 AI 일자리가 창출됐는데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210% 증가한 수치다. 또한 약 1007명의 석사 과정 학생이 AI 프로그램에 등록했는데 이는 전년도 700명과 비교할 때 300명 넘게 증가한 인원이다.

하지만 이런 AI 도시로서의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토론토가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쫓아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 또한 만만치 않다. 여전히 실리콘밸리는 광대한 미국 시장을 개척하려는 구직자와 투자자, 투자유치자 등이 몰리는 세계 최대의 AI 도시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돈과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는 얘기다. 이는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 조사에도 잘 나타나 있다. 미국의 몇몇 도시와 비교해 토론토의 구인 광고를 분석한 결과, 생성형 AI(이용자의 특성 요구에 따라 결과를 생성해 내는 인공지능) 분야의 상업적 활동에서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론토는 실리콘밸리의 생성형 AI 분야 일자리 채용 규모의 10분의1, 시애틀과 비교해서는 3분의2에 불과했다. 벤처캐피털 회사인 앤틀러(Antler)의 임원인 버니 리(Bernie Li)는 “토론토는 결코 실리콘밸리가 될 수 없다. 실리콘 밸리와 같은 벤처캐피털의 생태계가 아직 토론토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인도의 방갈로르, 보스턴, 런던, 베이징과 같은 도시 상황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토론토의) 잠재력은 있다. 벡터 연구소와 두 개의 지역 대학에 우수한 AI·컴퓨터 공학 파트가 있으며 다양한 신생 기업들이 인공지능 도구를 개발하고 있다. 이는 토론토가 클러스터링(따로따로 작동하는 여러 컴퓨터를 논리적으로 결합, 전체를 한 대의 컴퓨터처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 구축 기술. 여기서는 각자의 능력과 역할을 결합해 집단을 이뤄 함께 움직이는 것을 뜻함)을 통해 성공 가능성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의 다소 엇갈리는 의견 속에서도 토론토가 AI의 허브 도시로 급성장한 사실 만큼은 분명하다. AI와 관련, 과거에는 실리콘밸리에서만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토론토에서도 자본을 끌어들이는데 있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토론토는 다른 글로벌 주요 도시들을 제치고 여러 AI 연구소를 유치하고 있다. 삼성, 엔비디아, 구글, 존슨&존슨, LG전자 등이 토론토에 AI 연구소를 두고 있다. 이런 현상은 토론토가 AI의 허브 도시라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

토론토의 또다른 장점은 실리콘밸리나 다른 글로벌 도시에 비해 제품 생산에 드는 비용이 낮다는 점이다. 3개월 전 토론토에 기업을 설립한 앨리슨 해리슨은 “토론토에서 제품을 만드는데 70센트가 든다면 미국에서는 1달러가 든다”며 “많은 비용을 쓰면서까지 미국에서 회사를 설립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개방적인 이민정책을 통한 인재 유치, 정부지원, 지역 대학의 전공 분야 육성, 연구단체들의 적극적인 활동 등을 통해 짧은 시간에 급성장한 토론토의 사례는 다른 도시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당장은 아니어도 실리콘밸리라는 막강한 테크 도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점에서 놀랍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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