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매입 단계부터 빈약한 시드머니, 지나친 브릿지론 의존
수분양자 자금으로 공사비 지출, “대출 금융기관 온전한 담보확보 애로”

아파트 공사 현장으로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아파트 공사 현장으로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최근 부동산 PF의 부실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더욱이 유독 우리나라에선 수분양자의 계약금을 사업비로 쓰든가, 자기 자금(시드머니)이 빈약한 가운데 거액의 대출로 토지를 매입하는 등 구조적으로 취약한 상황이 문제의 소지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선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부동산개발업자로 등록, 부동산개발에 참여할 수 있다. 보통 총사업자금의 5%에서 10% 수준의 적은 자본금으로 토지매입을 시도한다. 대표적으로 아파트 개발사업의 경우 시행사가 총사업자금의 10% 정도를 출자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이를 초기 사업비와 토지매입금의 일부로 사용하고, 나머지 토지매입 금액의 70%에서 90% 이상은 금융기관의 브릿지론을 이용하여 조달한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이보미 연구원은 “우리나라 부동산 개발 시행사는 자금력이 부족하여 브릿지론으로 토지를 구입한 후 본PF의 자금으로 이를 상환하고 있다”면서 “또한 수(受)분양자의 자금으로 공사비를 충당하기 때문에 본PF의 대출기관은 온전한 담보권을 확보하기 어려움에 따라 시공사에게 신용을 보강해줄 것을 요구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최근 공개한 금융브리프에서 특히 미국의 사례를 들어 비교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총사업비의 20%에서 30% 정도 수준의 초기 자본금을 마련한다. 또 토지매입을 위한 담보대출의 경우 LTV는 40%에서 50% 정도 수준이다. 이는 PF 대출의 LTV를 최대 60%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한도를 넘지 않는 선에서 시장을 형성하기 위한 조치로 읽힌다.

특히 문제는 “우리나라는 미국 등 주요국의 PF와 또 다른 큰 차이점은 수분양자의 자금으로 사업비를 충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이다. 국내 대규모 주거용 부동산개발은 보통 착공 직후 선분양이 이뤄진다. 이때 수분양자의 계약금과 중도금대출의 상당 부분이 사업비로 사용된다.

그 때문에 수분양자는 토지 및 건물의 담보권에 있어 대주(貸主)단과 우선 순위가 비슷하게 된다. 또한 수분양자 보호를 위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으로 인해 대주단은 유사시 보증기관에 담보물의 소유권을 이전해야 하는 등 온전한 담보권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수분양자 중에선 분양권 취득을 통해 시세 차익을 노린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택가격 하락이 예상되면 수분양자가 줄어들어 사업비 조달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심지어 미분양 비율이 높을 경우 공사가 중단되기까지 한다

반면에 미국의 부동산개발은 다르다. 토지매입을 할때 시행사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확보해 매입 자금을 일단 모두 상환한다. 그런 다음에 대출기관으로부터 건설자금을 조달하며, 선분양 시에도 수분양자의 계약금을 공사비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대출기관의 담보권을 쉽게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본PF가 건설자금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브릿지론의 상환재원으로 연결되어 있다”면서 “이로 인해 본PF 단계에서의 자금조달 부담이 크고 유사시 각 대출의 대출기관이나 투자자 간 위험이 전이될 위험 또한 크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시행사의 자본요건을 강화하고 다양한 형태의 파트너십을 통한 재무적 투자자의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선분양 비율을 축소하고, 중도금 비중을 줄여나감으로써 토지 및 부동산의 담보가치와 개발 이익의 평가에 기반한 부동산금융이 발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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