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베트남 건너가, 2007년 여행용 캐리어 부품 제조사 설립
현재 '트리머스' 비롯 '엑소', '인트라피드' 등 3개 브랜드 보유
전량 유럽, 일본, 북미 등지 수출... 연 500억원 매출 올려
지난해 8월 美 콜로라도서 오버랜딩 브랜드 론칭
월드옥타 호치민지회장 맡아, 20여개국 회원 초청해 지회 재창립 10주년 행사

베트남 호치민에서 아웃도어용품 제조업체 '트리머스 하드웨어 컴퍼니'를 운영하고 있는 백수영 대표가 지난 7일 투다우못 공장에서, 지난해 8월 미국에서 론칭한 오버랜딩 브랜드 '인트라피드' 루프탑 텐트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황복희 기자]  
베트남 호치민에서 아웃도어용품 제조업체 '트리머스 하드웨어 컴퍼니'를 운영하고 있는 백수영 대표가 지난 7일 투다우못 공장에서, 지난해 8월 미국에서 론칭한 오버랜딩 브랜드 '인트라피드' 루프탑 텐트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황복희 기자]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베트남에선 지난해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150만명의 근로자가 정리해고를 당했습니다. 주로 신발과 의류 쪽이 큰 타격을 입었죠. 최대 도시인 호치민만 하더라도 2021년 9월30일 자정을 기점으로 통행금지가 해제된 이후 많은 현지인들이 고향으로 가서 여지껏 돌아오질 않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절정이던 그 해 7~9월 확진자가 하루 20만~30만에 달한 가운데 당시 집안에 갇히다시피 하면서 공황장애를 겪은 케이스도 많습니다. 우리 한인들도 많은 수가 고국으로 돌아가 25만에 달하던 호치민 한인 수가 현재는 10만이며, 하노이도 한때 17만에서 8만~9만으로 줄었습니다. 다행히 올들어 5월 이후 소비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습니다. ”

호치민에서 컨설팅 일을 하며 베트남 관련 서적을 두 권 펴낸 유영국 작가(‘베트남 라이징’ 저자)는 최근 호치민을 방문한 기자에게 현지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현지 물류회사에서 근무하는 조승훈 상무는 “미주로 나가는 물동량이 코로나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20분의1로 줄었다”고 말했다.

한때 저렴한 인건비를 찾아 베트남에 몰렸던 봉제업체들의 경우 인도네시아, 인도, 방글라데시 등지로 30% 가량 빠져나갔고, 삼성전자도 현지 백업공장을 40%가량 철수했다. 이에 따른 빈 자리를 자동차 및 기계 관련 부품업체들이 들어와 채우고 있다고.

그런 가운데서도 2016년부터 외국인에게 상업부동산(신축아파트) 구매가 허용되면서 부동산붐이 일어 지가가 크게 상승해 호치민 시내 사이공강 주변은 평당 지가가 서울 강남 못지않다는 것이 또다른 현지 한인의 전언이다.

호치민에서 17년째 여행용 캐리어 및 아웃도어용품 부품 제조회사(TRIMMERS VIETNAM Co., Ltd)를 운영하고 있는 백수영 대표는 “코로나팬데믹을 지나면서 아웃도어 용품을 생산하는 공장은 가동률이 추락해 40%도 안된다”며 “다른 섹터를 개발해 채우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조업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백 대표는 호치민에서 차로 1시간40분 거리인 투다우못(Thu Dau Mot) 지역에 3개 공장을 운영하며 여행용 캐리어 등 아웃도어용품 부품과 캠핑용품, 오버랜딩 용품을 생산해 유럽과 일본, 북미 등지에 전량 수출하고 있다.

지난 7일 세계한인무역협회 베트남지회 재창립 10주년 행사의 하나로 진행된 산업시찰을 통해 백 대표가 운영하는 ‘트리머스 하드웨어 컴퍼니’ 현지 공장을 방문했다.

지난 7일 호치민 시내에서 차로 1시간40분 거리에 위치한 '트리미스' 공장을 방문한 산업시찰단이 회사로 들어가는 모습.  
지난 7일 호치민 시내에서 차로 1시간40분 거리에 위치한 '트리머스' 공장을 방문한 산업시찰단이 회사로 들어가는 모습.  

백 대표는 여행용 가방 제조 중견기업인 풍국산업에 근무하다 2003년 베트남으로 건너가 2007년 자신의 회사를 설립했다. 현재는 현지 4만 평방미터 부지에 3개 공장과 직원 600명을 두고, 연매출 4000만달러(500억원)를 올리고 있다.

“여행용 가방 회사에서 8년 근무(베트남 주재원 3년)하면서 부품개발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처음에 사출기 3대로 사업을 시작한 것이 현재 1,2,3 공장에 걸쳐 600대 이상의 기계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전세계 바이어 리스트만 800개 정도 되는데 그 중 400개 브랜드와 직접 거래를 하며 해외시장을 넓히고 있습니다. 미국은 경쟁이 치열해 온라인 마케팅에만 집중하고, 주로 유럽과 일본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아웃도어용품 부품시장은 세계적으로 중국산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백 대표는 설명했다.

‘트리머스’는 여행용 캐리어 바퀴, 끌대, 케이스 등 아웃도어용품 부품생산을 기반으로 해오다 현재는 완제품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부품 브랜드인 ‘트리머스(Trimmers)’ 외에 캠핑용품 OEM 브랜드 ‘엑소(EXO)’와 오버랜딩용품 브랜드 ‘인트라피드(Intrepid) 등 3개 브랜드를 갖고 있다. 나아가 “제조업의 꿈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에서 호치민 시내에서 차로 2시간 거리인 빈 뚜언(Binh Tuan)성에 23만 평방미터 부지를 마련해 공단 조성사업에 착수했다.

“새로 조성하는 공단에 부품공장들을 모아 서플라이 체인을 형성해 완제품을 생산할 계획입니다. R&D센터도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부품사업으로는 차별화된 상품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프레임 전환을 통해 경쟁력을 창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제품을 잘 만드는 것(제조)은 기본이고, 적은 비용으로 어떻게 하면 제품을 잘 알릴 수 있을까(마케팅)에 초점을 두는 것도 그 사례입니다. ”

트리머스는 부품회사임에도 웹사이트를 알려 활성화시키고, 2주에 한번씩 전단지(플라이어)를 만들어 고객에게 발송하는 등 마케팅에 노력을 기울인다. 1년에 6차례 정도는 해외전시에 참가해 부스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바이어를 유치하고, 매주 이메일을 발송해 바이어들에게 지속적으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코로나팬데믹 기간에는 아웃도어, 트래블, 캠핑, 오버랜딩 등 4가지 분야로 시장을 나눠 대응했다. 이에 지난 3년간 트래블시장은 크게 내려앉은 반면 캠핑시장이 굉장히 뜨고, 추가로 오버랜딩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매출을 견인했다고 백 대표는 밝혔다.

이 기간에 그는 새로운 도전을 한가지 추가했다. 지난해 8월 미국 콜로라도에서 오버랜딩 브랜드 ‘인트라피드’를 론칭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앞서 이를 위해 백 대표는 2년6개월 동안 미국을 여행하며 현지 제품들을 직접 사용하며 체험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렇게해서 기존 제품과 차별화돼 나온 오버랜딩 제품이 SUV차량 위에 부착해 접었다 폈다 사용이 가능한 ‘인트라피드 루프탑 텐트’다. 성인 두 명 정도가 잠을 잘 수 있고 기다란 모양의 샤워물통과 샤워기가 달려있으며, 유럽과 일본에서 반응이 좋다고 백 대표는 전했다.

전량 해외수출하며 연 500억원 매출을 올리고 있는 백수영 대표의 '트리머스' 자사 홈페이지 화면. 
전량 해외수출하며 연 500억원 매출을 올리고 있는 백수영 대표의 '트리머스' 자사 홈페이지 화면. 

베트남에 건너간지 20년째인 그에게 현지 시장에 대해 묻자, “노동집약적인 사업 분야에서 많은 기업들이 진출을 했으나 중국과 비슷하게 여기도 인력충당이 예전같지 않아 지금 들어오기에는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다”고 조언했다. 개인적으로는 “문화적인 차이에다 베트남 직원들과 소통도 자유롭지 않아 사업적으로 결정을 내리기가 굉장히 힘든 부분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백 대표는 니치마켓을 보고 들어가 이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키웠다고 말했다.

“베트남시장은 가격적인 부분이 크게 좌우하는 시장입니다. 생각보다 중국제품이 많이 들어와있고 저가전략이 먹힙니다. 제 기억에 고가전략은 식품을 제외하고는 성공한 사례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극 상위층이 정말 적습니다.”

백수영 대표는 전세계 한인경제인들의 최대 단체인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호치민지회장을 맡고 있으며, 최근 20여개국 월드옥타 회원들을 초청해 호치민지회 재창립 10주년 행사를 성공적으로 여는 등 현지 한인사회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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