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장태평 농특위원장
장태평 농특위원장

0.78은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다. 현재 15세인 여성이 49세까지 출산할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재앙이다. 그런데 이 숫자에는 인구문제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든 심각한 문제가 함축되어 있다.

먼저 0.78은 우리나라가 이 세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할 나라라는 것을 말한다. 지금 5,200만 명 가까이 되는 인구가 50년 후에는 3,800만 명 선이 무너지고, 100년 후에는 2,000만 명을 겨우 유지할 전망이다. 통계청의 추계다. 출산율, 국제이동, 기대수명 3가지 요소를 비관적으로 적용하면, 100년 후에 1,200만 명 수준이 될 것이라고 한다. 옥스퍼드대 교수였던 데이비드 콜먼은 2006년 유엔 인구포럼에서 한국의 저출산 현상이 지속된다면, 한국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1호 인구소멸국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우리는 초저출산율인 1.3을 기록한 2001년 이후 20년이 넘도록 번져가는 불길을 효과적으로 끄지 못했다. 콜먼 교수가 코리아 신드롬이라는 용어까지 동원하며 경고했던 17년 전은 그래도 출산율이 1.13이었다. 17년 동안 관련 재정지출이 무려 280조 원이나 되었다고 하는데, 사태는 더욱 악화되었다. 정책 실패를 넘어 정부 실패다. 0.78은 대응력을 상실한 정부를 고발하는 고발장이다. 그 콜먼 교수는 이번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주최 학술행사에서 인구절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혼, 과도한 노동, 교육열 같은 ‘한국다운 것’이 변해야 한다고 조언하였다. 그렇다. 한국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중국을 비롯한 공산주의 국가들이 경제발전을 위해 개혁·개방을 실천하면서 체제변혁을 이루었듯이 그런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 정부는 3대 개혁과제로 연금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15-64세 생산가능인구 4명 정도가 65세 이상 노인 1명을 부양하는 비율이다. 40년 후에는 이 비율이 1:1이 될 전망이다. 아마도 머지않아 연금은 고갈되고, 근로자들은 연금 불입을 더 이상 못 하겠다고 아우성칠 것이다. 연금제도의 혁신이 절실한 이유다. 곧 노년복지 예산도 하늘을 찌를 것이다.

우리나라는 잠재성장률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앞으로 당분간 2% 내외가 되겠지만, 계속 낮아질 것이고, 20년 후에는 0.5%대가 될 것이라는 비관적 시나리오까지 등장하고 있다. 잃어버린 몇 10년이 아니라 잃어버린 국가가 될지도 모른다. 경제활동 인구의 절벽이 큰 걱정이다. 지금 당장 산업현장에서는 인력난에 허덕이고, 인건비 상승이 비용을 감당 못할 상황이다. 경쟁력 약화를 넘어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까지 늘고 있다. 인력정책, 노동정책, 이민정책 등의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 그리고 기술발전, 규제혁신 등을 통해 총요소생산성을 향상시켜 산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추진 중인 노동개혁과 교육개혁이 시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좌고우면하면서 지지부진하다가는 또다른 0.78의 재앙을 접하게 될 것이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순결, 결혼, 비혼출산 등에 대한 완고한 유교적 윤리가 변화되어야 한다. 도덕과 생각까지도 변해야 한다. 이제는 한국적인 가치를 넘어 세계적인 가치가 받아들여져야 한다. 인구절벽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조심스럽게 추진하고 있는 미혼모 문제, 이민정책, 고용정책 등을 과감하게 전환하여야 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위해 노사갈등, 이념갈등, 지역갈등 등의 문제도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어떻게든지 조기에 해결해야 한다. 노동개혁, 교육개혁, 연금개혁 등은 시작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금기시되어 온 이런 과제를 정면 대응하는 이번 정부의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 과거의 성공이나 관성에 머무르지 말고, 집단이익에 사로잡히지 말고, 더 큰 미래를 위해 총체적인 개혁작업에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 0.78 대한민국의 지상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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