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불투명성, 낮은 기관투자자 비중, 저조한 수익성·성장성’도 크게 작용
자본시장연구원 45개국 비교·분석, “주식 평가 수준, 45개국 중 41위”

사진은 상장기업들이 밀집한 서울 강남대로의 모습으로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상장기업들이 밀집한 서울 강남대로 모습.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한국의 주식시장이 주요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에 비해서도 저평가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같은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는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늘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주주환원 수준이 미흡하고, 수익성과 성장성이 저조하며, 특히 기업지배구조가 봉건적이고 취약하며, 회계 불투명성과, 낮은 기관투자자 비중이 해소되지 않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상장기업 주식의 가치평가 수준은 2000년대 초부터 주요 45개국 중에서 41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이 기관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국내 상장기업의 주가·장부가 비율을 측정한 결과 한국은 선진국의 52%, 신흥국의 58%에 불과하며, 분석대상 45개국 중 41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45개국을 대상으로 한 회귀분석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미흡한 주주환원 수준, 취약한 기업지배구조, 회계 불투명성, 낮은 기관투자자 비중, 저조한 수익성과 성장성이 가장 유력한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따르면 무엇보다 투자자의 주주환원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잉여 유동성이 과잉투자로 이어지거나, 지배주주의 사적이익을 위해 남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배당을 선호하는 투자자 비중이 높을수록, 기업지배구조가 취약할수록 주주환원이 미흡하고, 이는 바로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이다.

취약한 기업지배구조도 심각한 요인이다. 한국 상장기업은 지배주주가 존재하고 지배주주의 소유권(cash flow rights)과 지배권(control rights)의 괴리가 큰 특성을 갖는다. 지배주주가 사적이익을 추구할 유인은 높은 반면, 무능한 지배주주를 교체하는 것은 어려운 구조다. 반면 지배주주를 견제할 수 있는 소액주주 권리보호 수단, 이사회 기능, 기관투자자 기반은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배주주의 사적이익 추구는 외부주주의 이익을 침해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원인이 된다.

회계정보의 불투명성도 기업가치를 낮추는 요인이다. 회계정보는 기업과 투자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을 완화하는 핵심 수단이며, 투자자 의사결정의 기본 토대이기도 하다. 회계정보의 신뢰성이 낮을 경우, 투자자는 기업의 성과와 전망을 보수적으로 평가하거나, 추가적인 위험요인을 가진 것으로 간주하므로 기업가치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내 투자자들의 ‘한탕주의’ 성향의 단기투자 관행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내 주식시장은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크고 거래회전율이 매우 높다. 개인투자자는 기업의 본질가치보다 단기 가격변동에 편승하여 거래하기 때문에 과도한 주가 변동성을 유발한다. 그로 인해 기업의 본질가치가 가격에 효과적으로 반영될 수가 없다. 또한 개인투자자에게 지배주주와 경영자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당연히 기업가치를 깎아내리른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남북 분단 현실 등 ‘지정학적 위험’을 꼽는다. 다만 자본시장연구원은 이에 대해 “지정학적 위험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영향을 준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전혀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는다.

이에 따르면 대북 긴장관계의 변화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갖는 한국의 숙명적 요인으로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지정학적 위험이 확대되면 국가신용등급을 하락시킬 수 있으며, 자금조달비용 상승, 외국인투자자의 이탈을 유발한다는 얘기다.

이미 주주환원 정책, 기업지배구조, 회계투명성은 이미 오랫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적되어 왔던 요인이다. 그런 만큼 제도와 관행의 개선을 위한 많은 노력이 이루어져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 주주환원 수준과 기업지배구조 평가에서 주요국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는 지적이다.

연구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한국 주식시장이 질적으로 새로운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실효성 있는 접근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법과 제도적 개선은 물론, 기업의 인식과 관행의 개선, 그리고 투자자의 적극적인 역할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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