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수출 증가율이 더 높아
동남아와 북방지역 등 시장 다변화
...생필품ㆍ원부자재 등 수요 폭증
전문가들 “수출 구조 변화, 하나의 추세로 자리잡을 듯” 전망

사진은 중소기업들이 대거 참여한 '2021 코리아 라이프사이언스 위크' 전시 및 컨퍼런스 현장.(사진=경연전람)
중소기업들이 대거 참여한 '2021 코리아 라이프사이언스 위크' 전시 및 컨퍼런스 현장.[경연전람]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종전과는 달리, 앞으로 우리나라 수출을 대기업이나 재벌 계열사가 아닌, 중소기업이 앞장서 이끌 것이란 전망과 분석이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 나오고 있다. 이는 최근 10년간 수출고 추세를 분석한 결과에 바탕을 두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런 분석을 최근 시도한 최배근 건국대 교수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1년까지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누적 수출 증가율은 대략 16.3%다. 반면에 중소기업은 15.3%였다. 그러나 2018년을 분기점으로 그런 추세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즉 2018년 이전에는 대기업이 매년 약 10% 증가한 반면, 중소기업은 연평균 3.6%로서 3분의1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8년 이후에는 완전히 역전돼, 대기업은 연평균 5.5%, 중소기업은 11.1%를 기록해 중소기업의 매년 증가율이 대기업의 2배나 된다”는 설명이다.

이는 단순한 증가율 변화에 그치지 않고, 수출 구조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게 최 교수 등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즉 미국과 중국, 일본 등의 시장 외에 동남아와 러시아, 중앙아시아 등의 크고 작은 국가들로 시장 다변화가 이뤄진 점이 큰 원인으로 꼽힌다. 즉 이들 국가로선 ‘일대일로’ 식의 패권적 무역정책을 시도하는 중국이나, 과거 제국주의적 침탈의 기억을 심어준 일본과는 달리 한국에 대해선 ‘거부감’없는 교역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통계에 의하면 이들 나라에 대한 수출이 약 50%나 증가했고, 특히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등에 대한 수출은 2배나 늘어났다. 이들 국가는 대부분 미국, 중국, 유럽, 일본과는 달리, 교역 단위가 크진 않다는 점도 중소기업에 적합한 시장이다. 수출 절대액은 크지 않은 반면, 생필품이나 원ㆍ부자재 등 다품종 소량 제품이나 맞춤형 주문 제품이 많다는 점도 무관하지 않다.

특히 화장품 등 K-뷰티와 핸드폰 디스플레이 등과 같은 중소기업 특유의 제품들이 전체 수출 증가를 견인한 점도 특기할 점이다. 실제로 국내 중소기업들은 K방역의 효과로 인해 마스크나 소독제, 안면인식 체온측정장치 등 다양한 방역제품을 앞다퉈 개발, 출시하며 수출시장을 공략해왔다.

또 동남아 시장은 물론, 미국과 유럽 등에서 K뷰티, 즉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선호도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수출이 크게 늘어났다. 반도체 외장용이나 배터리의 분극용 칸막이 등을 위한 플라스틱 제품도 큰 폭으로 늘어났고, 핸드폰 디스플레이도 수출 효자상품으로 부상했다. 공급량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국제적인 반도체 수요가 폭증한 것도 이런 현상을 가속화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이른바 K-식품 분야도 꾸준히 수출이 늘면서 전체 수출고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엔 특히 한국 식품을 손쉽게 조리할 수 있는 밀키트와 같이, K-푸드 관련 식품이나 가공제품들이 해외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들 중엔 대기업 제품도 들어있으나, 절대 다수가 중소기업 내지 소상공인들까지 아우르고 있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최근엔 이같은 중소기업들의 수출 호조가 내년 한국 경제에 대한 긍정적 전망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IMF는 최근 미국 등 다른 주요 국가들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1~2% 낮추었으나, 유독 한국만은 그대로 4.2%를 유지했다. 이는 OECD국가 중에서도 최상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난해 이후 K-방역의 순기능과 함께 중소기업들의 수출이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의 여지가 크게 줄어든 덕분”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런 추세라면 우리나라 무역 사상 처음으로 대기업 중심의 수출 구도가 중소기업 중심의 수출 구도로 바뀌면서 대상 지역이 다변화될 것”이란 전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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