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규제” vs “플랫폼 사업자 불공정 행위 심각”
방통위 ‘전기통신사업법 등과 겹쳐 이중 규제’ 비판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을 둘러싼 논란이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매장에 설치된 온라인 주문결제 시스템으로 본문 기사와는 직접 관련없음.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을 둘러싼 논란이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매장에 설치된 온라인 주문결제 시스템.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온라인플랫폼들의 입점업체에 대한 과도한 지배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 중 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약칭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안을 두고 6개월이 넘도록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위원회의 ‘중복 규제’ 논란, 또는 플랫폼 사업자들의 입장에 선 일부 보수언론과 공정위원회 간의 신경전이 격화되고 있다.

코로나19와 디지털경제의 확산으로 비대면 거래가 폭증하는 가운데, 입점업체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는 날로 강화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와 핵심적인 데이터의 수집이라는 이점을 갖고 입점업체들에 대한 지배력을 증가시키고 있다. 즉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높은 거래의존도를 남용하여 입점업체들에게 불공정한 거래조건을 부과하고 과도한 경제적 이익을 취할 우려가 커진 것이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미 지난 2월에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안’을 마련,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그 후 국회에서도 송갑석의원, 전혜숙의원, 김병욱의원, 민형배의원, 배진교의원, 성일종의원 등이 이와 관련한 유사한 법률안을 차례로 제출한 상태다.

그러나 공정위가 법률안을 마련한 직후부터 플랫폼사업자들과 일부 보수매체 등을 중심으로 반발이 일고 있다. 일부 매체는 ‘오피니언’란을 통해 공정위의 법률안이 지나치게 온라인플랫폼 사업자들을 규제한다며 조목조목 반발하기도 했다.

이 매체는 “업계에서는 플랫폼 유형마다 상황이 다른데 정부가 만든 표준계약서를 어떻게 일률적으로 적용하느냐는 불만이 나온다.”거나, “플랫폼에 노출되는 순서, 형태, 기준 등을 공개하라는 조항에 대해선 영업비밀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비판했다. 또 “‘매출액’ 100억 원, 거래액 1,000억 원 이상‘이 규제 대상인데 왜 그렇게 정했는지도 모호하다.”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도 반박하고 나섰다. 공정위는 우선 “표준계약서는 플랫폼 유형별로 특성을 반영하여 마련할 예정으로, 모든 플랫폼에게 하나의 표준계약서를 사용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고 부인하며 “표준계약서 채택 여부 또한 플랫폼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

영업비밀 침해 논란에 대해선 “입점업체에게 일정수준의 예측가능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만을 제시하도록 한 것이며, 알고리즘을 공개하도록 한 것도 아니다”면서 “상품노출순서를 결정하는 기준 등은 입점업체의 매출액 등 이해관계에 직결되는 중요한 거래조건이므로 미리 알려줄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규제대상을 선정한 기준의 객관성에 대해서도 공정위는 나름의 논리를 펴며 반박했다. 즉 “플랫폼 산업의 혁신저해 방지를 위해 대형 플랫폼과 신생 플랫폼을 구분하여 차등규제 원칙을 적용했다. 특히 ‘대규모유통업법’ 사례를 고려하여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에게만 법이 적용되도록 하였고, 플랫폼 산업의 성장추세 등을 고려하여 시행령에서 구체적인 규모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라고 해명했다.

​공정위는 특히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과 유사한 EU 플랫폼 규정은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플랫폼에 적용하고 있다”고 상기시키며, “참고로, 동법안은 온라인 플랫폼 분야와 유사한 거래모습을 보이는 대규모유통업법과의 균형을 고려하여 적용규모의 하한선을 규정하였다”고 강조했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의 경우 이 법률이 적용되는 직거래나 위수탁거래에서 매출액(판매금액)으로 인정되는 개념은 판매금액(거래액)이다. 또 중개거래금액의 10%를 수수료(매출액)로 받고 있음을 감안하면, 판매금액 1,000억 원, 매출액 100억 원 기준은 기존 ]대규모유통업법‘이 정하는 기준과 유사하다는 주장이다.

​방통위 역시 법안 제정 초기부터 “전기통신사업법과 중복 규제 우려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해왔다. 당시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발의된 방통위 안은 대규모 플랫폼 사업자에게 규제를 부과하고, 이용자 보호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봐선 이와 유사한 맥락의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이 중복 제정되었다는게 방통위의 비판이다.

두 부처가 일종의 ‘밥그릇’ 싸움을 벌이는 양상을 보이면서 사안의 본질과는 다른 다툼이 빚어진 셈이다. 최근엔 일부 언론에서 “양측이 최근 해당 법안들이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조율하기로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공정위가 황급히 ‘해명 자료’를 통해 “그런 일 없음”을 자신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이같은 정부와 국회의 움직임에 대해 플랫폼 업계는 “입법 취지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플랫폼 업계가 아직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가 너무 가혹하다”는 입장이다. 즉 아직은 플랫폼 산업 자체가 태동기인데, 일부 일탈 행위를 빌미로 과도하게 플랫폼 산업 전체를 규제하려는 시도부터 하고 나서는 것은 문제라는 시각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IT기술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기술과 산업이 퇴보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공정위와 입법발의 의원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이들은 “직접 거래에 참여하지 않는 중개서비스 방식의 온라인 플랫폼은 자신의 명의로 소매업을 영위하는 사업자에게 적용되는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지 않고, 공정거래 분야의 일반법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적용도 일부에 그칠 뿐인 법외지역에 놓여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거래에서의 계약서 작성·교부와 표준계약서 마련, 상생협약 등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한 근거규정 자체가 현행 법률엔 없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온라인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한 갑질 관행을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EU와 미국, 일본 등도 최근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온라인 거래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주요 정책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이들 국가들도 각자 사정에 맞는 관련 법률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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