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외주 ‘보고서’ 빌려 ‘디지털화폐’ 도입 기정사실화
韓銀, 외주 ‘보고서’ 빌려 ‘디지털화폐’ 도입 기정사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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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한양대 교수들에 연구 의뢰
“형태와 방식, 법적 장치 미리 제시”
사진은 암호화폐의 일종인 비트코인 이미지.
암호화폐의 일종인 비트코인 이미지.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비트코인이 지난 사상 처음으로 5만 달러(한화 약 5536만원)를 돌파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디지털화폐를 공식 법화로 도입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은 최근 디지털화폐의 법적, 경제적 기능과 의미를 심층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를 내는 등 적극적 관심을 표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단순한 보고서라기보단, 사실상 한국은행이 외주 보고서 형식을 빌려 디지털화폐 도입의 전초 작업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서울대와 한양대 교수 등 외부 전문가에게 의뢰한 연구보고서를 소개하면서 일단 ‘한국은행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이 그 내용을 전재하는 등 세간의 주목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금융계 안팎에선 “한국은행이 암호화폐를 법정 디지털화폐로 공식 도입하기 위한 사전 작업일 가능성이 높다”며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디지털 화폐 도입 위한 사전 작업’ 해석

한국은행이 이미 법정 디지털화폐(CBDC)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은 진작부터 있어왔다. 특히 최근 국내외적으로 비트코인과 이러리움 등의 가파른 상승세 속에 암호화폐의 화폐로서의 가치가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의견이 많아지면서 이런 움직임은 한층 가속화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이번처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 세 사람이 공동연구 형태로 매우 치밀하고 심층적인 연구 보고서를 내놓은 것도 한국은행의 그런 기류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금융계에선 “사실상 한국은행이 도입할 CBDC의 법적, 제도적 유형과 실행방식을 제시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에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은 정순섭·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종혁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이들의 보고서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관련 법적 이슈 및 법령 제·개정 방향’이란 제목을 달고 있다. 제목부터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명기함으로써 발권기관인 한국은행의 디지털화폐 도입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디지털화폐의 법적 지위나 역할, 도입시 유의해야 할 법적 장치 등이 130여 페이지에 걸쳐 심층적으로 나열되었다.

“현행 한국은행권과 동일한 지위 부여”

특히 “CBDC는 ‘법화’(法貨)로서 발권력 및 강제통용력에 있어서 현재 통용되는 한국은행권 및 주화와 같은 지위를 가져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즉 현재 유통되는 원화와 동일하게 ‘돈’으로서 교환가치를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이를 위해 “한국은행법에 CBDC 발행에 관한 근거 규정을 두고, 한국은행권 및 주화에 적용되는 규정을 준용해야 한다”고 디지털화폐의 법정화폐 전환을 위한 법률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다만 “한국은행이 아닌 기관이 발행하는 가상자산은 명칭이 무엇이든 CBDC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함으로써 현재 민간 차원에서 거래되는 암호화폐의 화폐 기능을 부인하고 있다. 이는 향후 CBDC가 공식화될 경우 충분한 논의와 조율을 거쳐야 하는 과제가 될 수도 있다.

보고서는 사실상 연구를 의뢰한 한국은행의 ‘의중’이나, 암묵적 동의를 바탕에 깔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특히 ‘불법 유통에 대한 강력한 법적 제재’를 주문하고 있는 점이 특히 눈길을 끈다. 즉 “불법적인 자금 용도로 사용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CBDC의 이전에 관한 명확한 법적 규정과 함께, 압류, 강제집행, 몰수 등 민․형사적 시스템과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또 “디지털 환경에 취약한 이용자를 위해 긴급한 상황에선 현금 사용권을 보장하거나, 제한된 범위 내에서 실물 기반 토큰형 CBDC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화폐와 똑같이 ‘불법유통 강력 처벌’

연구자들은 이런 분석 결과를 제시하면서 시종 CBDC가 ‘통화법상 제도로 인식되어야 할 법화’임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결론 부분에서도 이들은 “종래의 은행권, 주화, 그리고 CBDC 모두 한국은행법에 따라 법화로서 발행하는 통화법상의 제도”임을 주장하면서 “법화의 공법상 제도로서 특수한 지위를 충분히 고려해 관련 법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특히 “당사자 간 법률관계에서 다양한 분쟁의 대상이 되었을 경우”를 전제하고, 이 경우도 역시 “법화라는 공법상 제도로서의 (CBDC의) 본질적 기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할 것”을 주문했다. 어떤 법적, 경제적 변수가 작용한다고 해도 디지털화폐가 법적인 화폐로서 굳건히 자리잡고 통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현재의 법정화폐 원화의 일원으로서 CBDC도 동일한 화폐로서 기능을 할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의도를 보고서 형태로 공표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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