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법개정 논쟁 와중에도 ‘대기업 횡포에 경미한 조치’

여의도 국회의사당

[중소기업투데이 박주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전속고발제’를 유지하는 내용의 ‘공정경제3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이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법안 통과를 전후해서도 공정위가 대기업들의 각종 불공정행위에 대해 ‘솜방망이’ 제재를 잇달아 내리고 있어 이런 비판을 더욱 가열시키고 있다.

‘폐지→유지’, 민주당 ‘변심’에 비판 가열

‘전속고발제’는 대기업, 혹은 거래관계에서 유리한 입장에 있는 기업들의 시장지배적 불공정행위,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해선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수사를 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이는 결국 공정위와 대기업 간의 유착 관계를 유지시킨다는 지적이 많아서,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민주당은 애초 입장을 번복하고, 이를 유지시키기로 해 시민사회단체 등의 비난이 폭주하고 있다. 때마침 공정위는 대형 유통기업의 납품업자에 대한 ‘갑질’에 대해 경미한 제재를 가하는 등 ‘전속고발제’의 폐단을 보여주고 있어 눈길을 끈다. 소비자나 피해 당사자, 시민사회단체가 직접 검찰에 고발할 수 없게 한 이 제도의 허점을 한껏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문제의 유통기업은 납품업체들로부터 1만4000여명의 종업원을 파견 받고, 이들로 하여금 다른 회사 제품 5조5000억원어치를 판매하도록 강요했다. 또한, 183억원의 판매장려금과, 160억원에 달하는 ‘판매특당, 시상금’ 명목의 장려금을 뜯어냈다. 성과장려금이나, 물류대행수수료 명목으로 수 십 억원씩을 수시로 받아내기도 했다. 납품업체 종업원들에게 카드발급, 이동통신 ․ 상조서비스 제휴상품을 판매하게 했고, 매장 청소, 주차 관리, 재고조사, 판촉물부착, 인사도우미 등도 시켰다. 그 유무형의 피해는 줄잡아 6조원에 가깝다는게 납품업체들의 주장이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과징금 10억원으로 사건을 마무리해, “피해 규모에 비해 제재가 너무나 약하다”는게 납품업체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기술유용, 납품업체 착취 등에도 소액 과징금이나 시정명령

대기업 계열의 H사는 하도급 업체 G사에게 항공기 엔진용 부품의 임가공을 위탁하면서, 공식 서면 절차 등도 없이 임가공과 관련한 기술자료를 G사로부터 받아냈다. 이는 다분히 하도급업체의 중요한 기술을 유용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공정위는 그저 시정 명령에 그쳤다. 역시 대기업인 또 다른 H사도 공식 서면 등도 없이 하도급 업체 J사에게 납품 대상인 고압배전반의 승인도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불공정행위를 했으나 가벼운 과징금과 시정명령에 그쳤다.

불량이나 부실공정에 의한 리콜도 해마다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산품의 경우 2018년 683건에서 2019년 819건, 의약품은 2018년 344건에서 2019년 469건으로 증가하는 등 주요 품목의 리콜 건수가 증가하였다. 이런 현상 역시 제재 수위에 대한 공정위의 자의적인 판단이나 경미한 처벌 등을 가능하게 한 ‘전속고발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비판이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리콜 전체 건수의 40% 안팎이 자진해서 리콜 조치를 한 것”이라며 이런 비판을 무마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로선 해당 분야별 감독 당국이 나서 업체들이 리콜에 나서도록 강제하거나, 자진해서 리콜하기 전에는 그냥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셈이 된다.

‘전속고발제’ 등 공정경제3법 통과 직전까지도 여전히 공정위의 ‘솜방망이’ 규제가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시민사회는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도 “경제민주화 개혁이 크게 후퇴했다”는 자성이 나온다. 당초 재벌 개혁의 일환으로 정부 원안에 포함돼 있던 ‘전속고발제’ 폐지 조항 그대로 확정하기로 안건조정위에서 의결되었다. 그러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민주당의 석연찮은 입장 선회로 이 내용이 빠진채 본회의까지 통과된 것이다. 이에 안건조정위에 참여했던 정의당은 “민주당에게 사기당했다”고 분통을 터뜨리며, 나름의 재개정안을 연말까지 제출키로 하는 등 반발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