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가게' 을지OB베어 문닫나
'백년가게' 을지OB베어 문닫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0년 이어온 가게 비워줘야할 처지
임대인과 2년여 소송끝에 패소···'젠트리피케이션' 희생양
고집스럽게 옛것 지켜 '서울 미래유산'에도 올라
최승재 의원 "백년가게 사업 제대로 운영해야" 지적
을지로 노가리골목의 시조인 40년 전통의 '을지OB베어'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을지로 노가리골목의 시조인 40년 전통의 '을지OB베어'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정부가 '백년가게'로 지정한 40년 전통의 ‘을지OB베어’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이 가게는 지난 2018년 8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소상공인의 성공모델인 ‘백년가게’로 지정한 곳이어서, 정부의 정책운영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백년가게로 지정되고 난 뒤 도리어 거리로 내몰리게 된 사례를 예로 들며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최 의원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추진하는 백년가게 사업이 사실상 간판 달아주는 것에 그치면서 해당 가게에는 오히려 독(毒)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을지로 노가리 골목에서 40년간 영업을 해 온 ‘을지OB베어’의 경우, 1980년 개업 이래 한 자리에서 영업을 해왔으나 임대차계약 문제로 임대인과 2년여간 법정소송을 벌이다 지난 15일 3심청구가 기각됨에 따라 강제집행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최수영 을지OB베어 사장은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백년가게로 지정된 2018년 같은 건물에 호프집을 오픈한 다른 가게가 계속 공간을 늘려가는 과정에서 임대인이 해당 가게와 계약을 맺고 우리 가게를 비워달라고 해 이후 임대인의 명도소송에 대응해 재판을 벌였으나 1,2심에서 패소하고 최근 3심청구도 기각됨에 따라 40년을 지켜온 이 공간을 떠나야될 처지”라고 밝혔다.

을지OB베어는 현 최수영 사장의 장인 강효근(94)옹이 1980년 12월에 이곳 6평 공간에 처음 문을 연 이래 가게를 키우지도 않고 똑같은 크기로 40년을 운영해왔다. 장인을 이어 가게를 운영해온 최 사장은 “호프잔 하나도 40년이 넘었고 가게 앞 곰돌이 간판은 오픈 당일 내건 것으로 OB베어들이 문을 닫는 와중에도 살아남아 주류회사도 갖고있지 않은 상징물”이라며 “지난 40년간 동네 손님들과 가족같이 동고동락해왔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처럼 옛것을 고수해온 전통 덕분에 을지OB베어는 6평에 불과한 호프집인데도 불구하고 정부로부터 ‘백년가게’로 선정된 것과 함께 서울시가 지정한 ‘서울 미래유산’에도 올라있다.

1980년 오픈 당시 단돈 100원에 노가리를 팔기 시작하면서 입소문이 나 노가리골목이 형성되는 등 지역 상권 활성화에도 기여를 했다. 이후 대규모 자본이 속속 유입이 되면서 노가리골목의 시조인 을지OB베어가 ‘젠트리피케이션’의 희생양이 된 셈이다.

최 사장은 “장사가 잘되면 가게를 늘릴 법도 한데 옛 전통을 고집스럽게 지켜온 덕에 호프집으로선 예외적으로 백년가게로 지정이 됐었다”며 “임대인과 협상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잘 안돼 결국엔 지역민들의 숨결이 배인 공간을 떠나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을지OB베어의 이같은 처지가 알려지면서 더불어민주당 소상공인특별위원장을 지낸 전순옥 전 의원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진 상태이며 현재 대책을 의논중에 있다.

지난 16일 해당 가게를 다녀간 최승재 의원은 “백년가게 사업이 소상공인을 보호할 수 있는 지원책 없이 추진되면서 수십년을 지켜온 터주대감이 쫓겨날 신세로 전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의 경우 백년가게가 2만2000여개, 천년가게도 9곳이나 되는 등 로마의 스파게티 점포, 일본의 조그마한 빵가게가 건물개발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올리고 있다”며 “콘텐츠가 문화유산이 될 수 있도록 백년가게 사업이 제대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