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코스트그룹 회장
북한은 ‘기회의 땅’이자 ‘노다지’ 시장
'북맹' 탈출이 대북사업 성공의 지름길
글로벌 자본과 연대해 북한 진출해야
북한진출, 완벽한 계약 문건작성 우선

천용수 월드옥타 명예회장 겸 호주 코스트그룹 회장이 25일 서울 강남 호텔뉴브에서 열린 재외동포포럼(이사장 조롱제)에서 '북한에서 사업이 가능할까'라는 주제의 강연을 하고있다.
천용수 월드옥타 명예회장 겸 호주 코스트그룹 회장이 25일 서울 강남 호텔뉴브에서 열린 재외동포포럼에서 '북한에서 사업이 가능할까'라는 주제의 강연을 하고있다.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북한을 알지 못하면 한국은 엄청난 기회를 놓칠 것입니다. ‘북맹’(북한에 대한 무지를 ‘컴맹’에 비유한 말) 탈출이 시급합니다. 우리는 미국이나 중국, 일본 등에 대해서는 많이 배우고 아는 것도 많지만 북한에 대해서 아는 것도 별로 없고 또한 제대로 배운 적도 거의 없지 않습니까.”

30년 가까이 대북사업을 해 온 천용수 코스트그룹 회장은 지난 25일 서울 강남의 호텔 뉴브에서 개최된 제113차 재외동포포럼(이사장 조롱제)에 초청연사로 초대된 자리에서 ‘북한 바로알기’를 수차례 강조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기업인들이 북한진출을 노크했지만 실패한 이유가 바로 북한의 사회구조나 문화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북한의 사업체는 겉으로 봐서는 개인 회사처럼 보이지만 모든 기업이 공기업이라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모든 계약사항을 ‘정부가 책임지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라고 그는 말했다. 철저히 개별화돼 있다고 했다. 이를 모르고 덜컥 투자했다가 사기를 당한 사례가 많다고 경고했다. 개인들이 사인한 책임질 수 없는 서류들 갖곤 피해를 호소해도 북한정부서도 어떻게 도와줄 방도가 없다는 것. 떼인 돈을 받으려 호텔을 장기예약해 왔다갔다하는 중국동포들을 많이 봤는데, 북한의 이런 시스템을 모르고 덤벼든 결과라고 안타까워했다. 북한정부가 인정하는 확실히 문건화된 계약이어야 이같은 비극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딜레마에 빠져 있는 개성공단 역시 해외여권을 가진 한상과 국내자본, 여기에 글로벌자본을 묶어 진출했다면 오늘과 같은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히 현재 남북경협과 관련해 “한국이 줄기차게 개혁 개방을 요구하고 있지만 실기(失機)를 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북한이 어렵더라도 독자적으로 간다는 자력갱생을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직 북한은 ‘기회의 땅’이며 ‘한국의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천 회장은 “북한에서 못하는 사업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해 “개혁과 개방이라는 단어를 매우 싫어한다”며 “그럼에도 북한사회는 엄청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에는 북한식 사회주의제도가 있습니다. 우리 회사도 과거엔 봉급 이외에 노력봉사제도라고 해서 콩기름, 설탕, 조미료 등 생필품을 지급했습니다. 그러면 노동자들이 생필품을 장마당에 나가서 필요한 물건으로 교환했으나 지금은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어요. 장마당도 이제는 구시대의 유물이 된 거예요. 현재는 1만3000여명 노동자들에게 봉급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육군 관측장교 출신의 천용수 회장. 젊은 시절부터 해외사업에 대한 남다른 ‘갈증’을 느끼고 살았다. 1983년 호주에 가서 10년만인 1992년 대북사업에 눈을 뜨면서 그의 삶도 180도 달라졌다. 누구보다 반공정신이 투철했던 그였기에 그의 대북사업은 아이러니하다.

광산업에 뛰어들어 쓴맛

우연하게 8년간 대북사업(광산업)을 하다가 돈만 날린 한 호주기업인의 이야기를 듣고 6개월을 쫓아다닌 끝에 대북사업에서 실패한 이유를 찾아냈다. 바로 문화적 괴리였다. 한민족인데 문화적 차이를 극복 못하겠나 싶어 특유의 배포로 그들이 축적한 자료를 사들인 뒤 북한으로 날아갔다.

“대북 사업을 시작할 당시의 벅찬 감정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북한 땅을 밟을 때마다 그런 감정과 흥분을 잠재울 수 없어요. 사업거리가 천지에 널려 있어 더욱 매력적이지요. 재미있게 사업을 하는 이유입니다.”

당시 광산업프로젝트는 무려 3000만 달러. 일생일대 가장 큰 모험을 걸었다.

우선 평양 개선문 근처에 3층짜리 건물을 지어 사무실로 쓰고 일부는 병원과 마켓용도로 기부했다. 일당 3000달러의 광산전문가들도 불렀다. 16인승짜리 헬리곱터를 개조해 현장에 투입하는 등 엄청난 돈을 투자했다. 그는 광산업에서 수익이 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북한상품을 해외에 수출하는 무역업(중개업)까지 겸했다. 신발창을 만드는 생고무를 동남아에서 수입해 북한에 수출하면, 북한은 수출대금으로 아연괴를 줬다. 그러면 이 아연괴를 한국에 수출하는 일종의 구상무역을 진행했다. 북한에서도 마진을 챙기고 한국에서도 마진을 챙기는 ‘꿩 먹고 알 먹기’를 통해 엄청난 부가가치를 챙겼다. 한국과 북한, 중국 등과 경소마그네샤, 조미료, 페트병원료, 선박용 윤활유, 아스팔트 피치를 비롯해 마그네샤크링카, 철광석, 석탄 등을 거래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천 회장은 현지에 폴리우레탄과 가발공장, 비누공장을 차례로 건설했다.

“50대50 지분(합영회사)의 폴리우레탄공장을 세웠습니다. 땅값이나 가격산정이 허술하기는 했지만 제품을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시절입니다. 때로는 선금을 받아가면서 공장을 돌리면서 소위 대박을 쳤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천 회장의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다. 하지만 1996년 북한에 대홍수가 나면서 그의 사업도 휩쓸리기 시작됐다. 아연괴 광산의 갱도가 물에 잠겨버린데 이어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신발창 원료대금을 3개월 동안 받지 못했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버틸 만 했다.

“어느 날 갑자기 북한으로 들어오라는 통보에 한걸음에 달려갔지요. 함경도 단청 광산업의 수익을 7대3으로 나누기로 합의했는데 거꾸로 3대7로 수익을 나누자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거예요. 청천벽력같은 소리였습니다. 그간의 배신감은 하늘을 찌르고도 남았습니다.”

가발공장으로 재기성공

북한사업 철수를 수없이 고민했다. “북한을 너무 몰랐다”는 자괴감이 들었지만 쉽게 물러날 그가 아니었다. 북한측에서 배신을 한데는 홍콩의 헤지펀드 회사가 장난을 친 게 화근이 됐다고 훗날 귀에 들렸다. 그는 과감하게 인맥 쌓기의 방향을 틀었다. 북한의 정치권이나 군부 보다는 소위 일꾼(비즈니스맨)들과의 인맥쌓기에 주력했다. 대북사업에 대한 천 회장의 구력도 늘어가던 2004년, 천 회장은 세계한인무역협회 회원(164명)을 이끌고 평양으로 가서 평양무역상담회를 개최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당시 천 회장은 미주동포들의 가발사업 이야기를 듣고 북한에 가발업을 제안했다. 북한 당국자는 물론 모두가 “미치지 않았느냐”며 삿대질을 하기도 했다. 이에 천 회장은 “머리카락이 없는 사람이 쓰는 게 아니라 선진국에서는 일종의 패션으로 잘사는 사람은 가발을 5~6개씩 가지고 있다”고 설득했다. 동시에 중국공장 견학은 물론 미국에서 만든 DVD영상과 브로셔를 보여주는 등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끝내 천 회장은 북한사람들의 생머리카락을 활용한 휴먼헤어전문회사를 차렸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북한에선 20cm이상의 사람머리카락이 kg당 800달러라고 했다. 천 회장의 가발공장에 근무하는 직원만도 1만3000여명. 가발 사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천 회장은 이어 중국 단동에도 공장을 세웠다. 가발사업이 코스트그룹의 최고 효자상품으로 등극한 배경에는 천 회장의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과 특유의 배짱이 합쳐진 결과다. 대동강맥주사업에도 눈을 돌려 5~6년간 순탄하게 사업을 해오다가 2009년 5.24 조치로 중단된 상태다.

지하자원 개발과 화학산업 매력

이런 가운데 천 회장은 2018년 북한 정부로부터 투자자문회사 설립 제안을 받아 현재 컨설팅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과 심양, 천진 등지에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대북사업에는 늘 변수가 적지 않다. 2017년 유엔제제로 철광석 수출 등 천 회장의 무역업도 심한 타격을 받고 있다. 철광석, 카리장석, 중고 중장비 등의 수출입도 제한된 상태이지만 ‘인내’와 ‘끈기’로 버티고 있다. 이날 천 회장은 북한의 유망사업에 대해 소상하게 설명했다. 자원개발과 화학제품공장, IT관련 첨단산업, 물류 및 임가공사업과 관광지개발, 친환경농산물산업 등을 꼽았다.

“학자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북한은 멕시코 및 호주 일부지역과 지층구조가 같다고 합니다. 북한의 지하자원이 무궁무진하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희토류 역시 어마어마할 것으로 추정합니다. 옹진반도와 가까운 곳에 노천광산(철광석)이 있는데 포크레인으로 떠서 정제해 중국에 수출할 정도예요. 전기시절 등 인프라가 갖춰지면 못할게 없다는 말입니다. IT관련분야도 전 세계 해킹능력이 1위라고 하지 않습니까. 특히 화학제품 공장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천 회장은 미래 한국의 블루오션은 “북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판 노다지’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노동력과 생산성도 아주 우수하며, 특히 집단 생산성은 세계 최고라고 했다. 대다수 북한 노동자들은 핸드폰을 가지고 있지만 근무시간에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단언했다. 투자의 형태는 합영 및 합작회사 형태로 운영되며 외국인 100%투자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북한과의 신용에 대해서도 그는 “96년도에 홍수로 인해 800만 달러를 못받았는데 지금까지 사장이 수차례에 걸쳐 바뀌었지만 조금씩 환급을 받아 현재는 50만달러 남았다”는 말로 대신했다. 제대로 된 계약문건 때문에 가능했다며 계약서를 완벽하게 작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한 참석자가 천 회장에게 “비즈니스를 하면서 뒷돈(뇌물)을 준 적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직접 준적은 없지만 국가에 내는 준조세 형태의 사업비는 조금 있다”는 말로 대신했다.

1995년 북한에 서방세계 1호 합영회사인 SBK를 설립한 천 회장은 현재 북한을 비롯해 호주, 중국, 한국 등지에 사업장을 두고 있다. 무역의 날 표창(무역협회장, 산업부장관, 국무총리)과 남북교류공헌상, 자랑스런 한국인상 대통령상(2000)에 이어 2008년에는 동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2012년 북한정부로부터 국기2급 훈장을 받은 그는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이사장과 회장을 역임한 뒤 현재 월드옥타 명예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5일 서울 강남 호텔뉴브에서 열린 제113차 재외동포포럼에서 조롱제 이사장을 포함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5일 서울 강남 호텔뉴브에서 열린 제113차 재외동포포럼에서 조롱제 이사장(오른쪽에서 여섯번째)을 포함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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