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韓商에게 배운다'①···오한남 대한민국배구협회장
'비즈니스, 韓商에게 배운다'①···오한남 대한민국배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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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레인 H&H 매니지먼트 W.L.L 회장
‘성실’과 ‘신의’가 비즈니스 성공 덕목
한국 기업, 중동 진출 신중해야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겸손함 돋보여
배구인들이 존경하는 '배구계의 레전드', 오한남 대한배구협회장 겸 바레인 킹덤 팰리스호텔 회장을 만나 체육인으로 사업가로 두루 성공을 일군 비결을 물었다.
배구인들이 존경하는 '배구계의 레전드', 오한남 대한민국배구협회장 겸 바레인 H&H 매니지먼트 W.L.L 회장을 만나 체육인으로 사업가로 두루 성공을 일군 비결을 물었다.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6척이 넘는 장신(長身)에서 뿜어내는 강한 스파이크를 연상한 게 잘못이었다. 온화하고 순박한 웃음, 느릿느릿하면서도 조곤조곤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왕년의 배구스타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편한 동네 형님 같은 인상이 강했다. 6층 사무실에서 1층 주차장까지 내려와 허리를 숙이며 배웅하는 겸손함, 그것이 바로 인구 170만 소국인 바레인에서 비즈니스맨으로 성공한 배경이 아닐까.

본지는 ‘비즈니스, 한상(韓商)에게 배운다’라는 주제의 첫 번째 주자로 오한남 대한민국배구협회장을 선정하고 지난 13일 서울 강동구 성내동 소재 대한배구협회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오 회장은 바레인 수도인 마나마 중심가, 서울의 무교동쯤 되는 거리에서 요식업인 ‘아리랑&에도’와 ‘킹덤 팰리스’ 호텔을 경영하는 대표적인 한상 CEO다.

코로나19로 바레인의 사업장도 개점휴업중이라는 오 회장은 그나마 한국은 세계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상태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날 오 회장은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실시간으로 현지 사업장 주변의 영상을 보여줬다.

“바레인은 현지시간으로 오전 11시입니다. 평소 같으면 지금부터 식당은 손님들로 북적거려야 할 시간입니다. (식당 앞 도로를 가리키며)지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잖아요. 저 도로는 아랍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길로 평소 같으면 엄청 교통체증이 나는 곳입니다.”

영상 속에서 자동차는 대략 1~2분에 한 대씩 지나가는 모습이었다. 코로나19로 바레인 인근의 사우디와 쿠웨이트는 통행금지까지 내려졌다. 바레인은 33개의 크고작은 섬으로 구성된 도서국가로 강화도 두 배 정도 넓이의 소국이지만 사우디아라비아를 연결하는 25km의 킹파하드 코즈웨이 연륙교가 놓여있다. 이로인해 중동의 대국인 사우디 사람들이 주말이면 바레인으로 넘어와 휴일을 보낸 뒤 본국으로 돌아간다. 사우디와 쿠웨이트 등 인근 국가의 사람들이 오 회장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아리랑&에도’에서 한식과 일식 등 별미를 즐기고, 주변 호텔에서 며칠씩 묵으며 쉬다 간다. 한국인은 물론 중국과 일본 사람들도 단골로 찾는 곳이다. 특히 중동의 명사들이 애용하는 ‘사랑방’ 구실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오 회장도 최근에는 호텔규모를 줄이고 ‘임대업’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들어 중동국가에서 사업이 녹록치 않다는 반증이다. 중동국가에서 한국기업들의 실태를 물었다.

중동시장에서 건설업계 출혈경쟁, 한계에 도달

중동국가는 70년대부터 30여년간 한국 건설산업의 블루오션이었지만, 이제는 레드오션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에너지수요의 핵심이 오일에서 셰일가스로 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중동국가에서 국내 기업끼리의 출혈경쟁이 가장 큰 문제라고 그는 꼬집었다. 이날 오 회장은 ‘쿠웨이트’에 대해서는 유독 적색경보를 보냈다. 한국기업이 쿠웨이트에서 돈을 번 사례가 거의 없다는 것. 일본의 경우 쿠웨이트 건설시장에는 아예 참여하지 않는다고 그는 전했다.

“90년대 이후 중동국가에서 발주하는 공사금액이 천문학적으로 커졌습니다. 90년대초 대림산업이 5000만달러 공사를 따낸 것을 시작으로 현대건설, 삼성, GS, SK 등이 가세하면서 한참 호황일때는 한번 딸때마다 수주액이 20억~30억 달러까지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앞다퉈 중동건설에 뛰어들면서 덤핑경쟁이 일어나 적지않은 후유증을 겪었습니다.”

중동국가에서 사업이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중동국가 대부분이 세금이 없었지만 최근들어 부가세를 도입했다. 대다수 국가들이 10%의 세금을 징수하고 있는 가운데 사우디는 15%까지 높아졌다. 기업 입장에선 적지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한때 두바이는 세계 건설시장의 각축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애물단지로 변하고 있어요. 자기 돈으로 건물을 올리는 사람이 있습니까? 고층빌딩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작년부터 건물매입을 해달라고 이메일 등으로 연락이 옵니다. 건물대금의 10%만 내고 5년 할부로 했다가 요즘에는 7년 할부로 해주겠다는 제안까지 합니다.”

오 회장은 평생 엘리트코스를 밟아온 국내 배구계의 레전드로 통한다. 배구 명문 대신고에서 공격수와 세터로 뛰면서 경이적인 148연승을 이끌었고 명지대·대한항공을 거치며 국가대표로 활약하기도 했다. 현역에서 은퇴한 1981년 한양여고 코치생활을 하다가 이듬해인 1982년 카타르 국가대표 감독을 맡으면서 중동국가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1985년부터 91년까지 한일합섬에서 배구감독을 지낸 뒤 91년 두바이 실업팀을 맡으면서 두 번째 중동 땅을 밟았고 93년 바레인 국가배구 대표감독직을 수락하면서 세 번째 중동으로 넘어갔다. 이때 바레인 국가대표 감독을 하면서 한인식당을 인수해 본격적인 사업가의 길로 들어섰다. 스포츠 지도자는 성적에 따라 언제 잘릴지 모르는 ‘파리 목숨’이라는 게 이유였다. 유비무환, 잘나갈 때 미래를 대비하자는 취지에서 당시 동포 여성이 운영하던 ‘아리랑’이라는 식당을 인수했지만 보기좋게 망했다. 초보 사업가는 이렇게 쓴 맛을 본 뒤 현재의 장소에서 한식과 일식을 겸한 ‘아리랑&에도’를 열었다.

서비스와 차별화된 아이디어 돋보여

비즈니스의 첫 번째 덕목은 무얼까. 오 회장은 친절한 ‘서비스’와 ‘아이디어’를 보탰다. 중동사람들에게 한식 보다는 일식이 훨씬 익숙하다는 점에 착안해 한식과 일식을 겸했다. 일식을 먹으러 왔다가 호기심으로 한식을 먹게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 요즘은 고객 대다수가 신용카드를 사용한다. 이에 카드결제를 한 영수증에 이름을 적어 둔 뒤 고객이 재차 방문하면 종업원들로 하여금 “OOO님, 맛있게 드셨나요, 감사합니다”하고 인사를 하게 했다. 어느 시구에서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꽃’이 된다고 했던가. 그렇다. 비즈니스는 ‘차별화’다.

오 회장은 바레인이 섬나라인 점을 감안, 식당 입구에 활어회 수족관을 만들어 현지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식당 2층엔 바와 스테이지를 꾸민 뒤 필리핀과 에티오피아 가수를 전속으로 고용해 팝송과 아랍노래를 부르게 했다. 거기에 한류바람이 불면서 식당은 덩달아 대박을 쳤다. 그러던 어느 날 오 회장의 눈에 사우디를 비롯해 쿠웨이트, 카타르 등지에서 휴양을 오는 손님들이 호텔방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장면이 포착됐다.

“1998년 10월 객실 40개정도의 중소형 호텔을 렌트해 숙박업을 시작한 뒤 6개까지 늘렸습니다. 이후 다른 경쟁 호텔들이 우후죽순 생겨나자 2006년 과감하게 5개를 정리하고 아예 호텔 하나를 샀습니다. 2006년 이전까지만 해도 바레인에서 외국인은 부동산을 살 수 없었어요.”

배구는 ‘살아있는’ 공을 상대한다. 그래서 배구선수는 눈이 가장 빠르다고 한다. 잠깐 한 눈을 팔았다간 운동경기는 물론 사업도 온전하게 이끌 수 없음은 불문가지. 오 회장은 중동에서의 사업성공을 바탕으로 서울 마포에 100억 규모의 오피스텔을 지어 임대사업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서울 자양동 일대 부동산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식당과 호텔에 이어 임대업에 도전장을 냈다.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보는 안목, 그것이 바로 사업성공의 비결이 아닐까.

하지만 오 회장은 사업성공의 비결로 ‘성실’과 ‘신의’를 꼽았다.

“중동에서 왕족 라인만 잡으면 사업성공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손해를 보더라도 한번 약속한 건 반드시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그 분들도 도와줍니다. 비즈니스의 원칙은 중동이나 한국이나 결코 다르지 않아요.”

그의 나이 올해 68세. 3년 전인 2017년 대한민국배구협회장에 오른 그는 그간 사업에만 충실했던건 아니다. 250여명이 사는 바레인 교포사회에서 20여년간 헌신과 봉사의 미션을 실천했다. 바레인 한인회장과 민주평통자문위원회 자문위원, 세계한인무역협회 바레인 지회장 등을 거쳐 한글학교 교장까지 지냈다. 1974년 체육훈장을 수상한 그는 2010년 서울시 배구협회장과 한국대학배구연맹회장을 지낸 뒤 2017년 6월 39대 대한배구협회장에 당선됐다. 취임이후 매년 2억원 이상을 배구협회에 배구발전후원금으로 기탁하고 있다. 스포츠 스타에서 성공한 CEO이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주인공으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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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과장 2020-08-19 18:48:32
대단하네요
배구협회도 많이 변화시켜주시고 젊은 인재들도 등용해주세요~